[행정] "협의절차 안 거친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 위법"
[행정] "협의절차 안 거친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 위법"
  • 기사출고 2021.12.0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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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중대한 절차상 하자로 취소사유"

공공주택 건설사업의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에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고 상수도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10월 29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20년 11∼12월 세 번에 걸쳐 모두 1억 4,100여만원의 상수도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며 부과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며 서울 동부수도사업소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1구합53443)에서 이같이 판시, "각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혜명이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대리했다. 동부수도사업소장은 법무법인 KCL과 세종이 대리했다.

서울 중랑구 391,000㎡에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의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사업지구에 조성된 택지에 개별 블록별 건설사업을 시행하여 건설공사가 완료되자 동부수도사업소에 급수공사를 신청했다. 이에 동부수도사업소가 2020년 11∼12월 세 차례에 걸쳐 한국토지주택공사에 1억 4,100여만원의 상수도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하자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원인자부담금의 산정기준과 납부 방법 등에 대하여 이를 부담할 자와 미리 협의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협의를 한 사실이 없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소송을 냈다. 수도법 71조 1항은 "수도사업자는 수도공사를 하는 데에 비용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자(주택단지 · 산업시설 등 수돗물을 많이 쓰는 시설을 설치하여 수도시설의 신설이나 증설 등의 원인을 제공한 자 포함)에게 그 수도공사 · 수도시설의 유지나 손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조 2항은 "원인자부담금의 산정 기준과 징수방법,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그 위임을 받은 수도법 시행령 65조 1항은 "수도사업자는 법 71조 1항에 따라 수도공사를 하는 데에 비용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원인자부담금을 부담하게 하려면 법 71조 2항에 따른 원인자부담금의 산정기준과 납부방법 등에 대하여 이를 부담할 자와 미리 협의하여야 한다. 이 경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면 수도사업자는 수돗물 사용량에 따라 수도공사에 드는 비용 등을 고려하여 그 부담금액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각 처분이 있기 전인 2020. 9. 1.과 2020. 11. 3.에 원고와 피고의 관계부서 팀장이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 관련 회의를 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서울특별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이 2020. 9. 3. 원고에게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할 예정이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고지금액은 수도사업소별 별도 안내 예정이라고 통지한 사실, 그런데 피고가 2020. 10. 28. 원고에게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할 예정이라는 통보만 하였을 뿐 그 산정기준과 납부방법 등에 관하여는 언급을 하지 않은 사실, 원고는 2010. 11. 25. 피고에게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하기 전에 별도의 협의절차가 없었다는 점에 관하여 이의제기하는 공문을 보냈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가 특별히 응답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는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위와 같이 누락되거나 형해화된 협의절차는 부담금 부과처분에 관한 중대한 절차상 하자로서 그 처분의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의 회의에서 원인자부담금의 산정기준과 납부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가 되었다면, 피고가 원고에게 보낸 공문에서 이러한 협의의 내용 등에 관하여 언급을 하였을 것임에도 피고가 이러한 자료를 제출하고 있지 못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러한 협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러한 협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가 원고에게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할 예정이라는 통보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가 원고에게 각 처분을 하기 전에 부담금관리 기본법 제5조 제2항에서 규정한 부담금의 감면 요건 및 방법, 의견제출 기간 등의 사전고지의무를 이행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사전고지의무 미이행 사실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처분의 실체적 하자도 인정했다. 원인제공자가 원인제공자의 비용으로 수도시설의 신 · 증설 등의 공사를 직접 시행한 경우에도 이를 통해 수도법 71조 1항에서 정한 수도공사 등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자신의 비용으로 수도시설의 신 · 증설 등의 공사를 직접 시행했음에도 상수도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한 것은 부담금의 이중부과를 금지한 부담금관리 기본법 등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는 사업을 하면서 사업지구 내 수도시설을 새로 설치하였고, 2020. 12. 현재에도 계속하여 설계내역을 변경하여 수도시설을 신 · 증설하고 있는 사실, 원고가 기존 상수도공사비로 1,118,668,676원을 지출하였고, 변경설계비로 299,310,000원을 지출한 사실이 인정되고, 여기에 위 원고의 수도시설 지출비용은 서울특별시 수도시설 이설 등 원인자부담금 징수 조례에 따라 산정된 상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금을 초과하는 점을 더하여 보면, 원고가 자신의 비용으로 수도시설의 신설 · 증설 등의 공사를 직접 시행하여 수도법 제71조 제1항에서 정한 수도공사 등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가 원고에게 위 원인자부담금 징수 조례에 따른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