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수술을 받은 육군 변희수 하사에게 전역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행정2부(재판장 오영표 부장판사)는 10월 7일 남군 부사관으로 임관해 전차 조종수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여단장, 군단장의 허락을 얻어 태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고 부대에 복귀한 변 하사가 고환 결여, 음경 상실 등을 이유로 군병원에서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육군참모총장이 이를 근거로 전역처분을 내리자 전역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2020구합104810)에서 변 하사를 남성으로 보고 심신장애로 인한 전역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 "전역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군이 항소를 포기, 이대로 판결이 확정됐다.
변 하사는 부사관 의무복무기간 만료일인 2021년 2월 28일을 넘긴 지난 3월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으나, 부모가 상속인들로서 소송수계를 신청, 소송을 이어받았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 "변 하사의 의무복무기간이 만료되었지만 전역처분의 취소로써 회복할 수 있는 급여청구권 등의 권리 또는 법률상 이익이 여전히 남아 있으므로 소의 이익을 인정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며 소송수계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역취소 처분과 관련, 먼저 대법원 2011. 9. 2.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을 인용, "출생 후 성장과정에서 일관되게 출생 당시의 생물학적인 성에 대한 불일치감 및 위화감 · 혐오감을 갖고 반대의 성에 귀속감을 느끼면서, 반대의 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 역시 반대의 성으로 형성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정한 경우 법률적인 성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하고, "의학적으로 성전환증의 진단을 받고 상당기간 정신과적 치료나 호르몬 치료 등을 실시하여도 여전히 위 증세가 치유되지 않고 반대의 성에 대한 정신적 · 사회적 적응이 이루어졌고, 나아가 일반적인 의학적 기준에 의하여 성전환수술을 받아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적 성징도 반대의 성으로 변경되었을 뿐 아니라 전환된 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만족감을 느끼고 공고한 성정체성의 인식 아래 그 성에 맞춘 의복, 두발 등의 외관을 하고 성관계 등 개인적인 영역과 직업 등 사회적인 영역에서 모두 전환된 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그 성으로 인식되는 정도에 이르러 사회통념상으로 볼 때 전환된 성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되고, 전환된 성을 그 사람의 성이라고 보더라도 다른 사람들과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지 아니하는 등 사회규범적으로도 허용될 수 있는 경우라면 그러한 성전환자에 대하여는 법률적으로도 출생 시의 성이 아닌 전환된 성을 그 사람의 성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①변 하사(원고)는 성체성 장애 또는 성전환증을 상당기간 겪어오다가 성전환수술에 이르게 된 점, ②2019. 11. 29. 성전환수술 후 전역처분 직후까지 별다른 후유증 없이 회복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③성전환수술 후 수술로 인하여 신체적 기능에 특별한 기능장애가 초래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여성으로서 만족감을 느끼고 성정체성을 인식하고 있었던 점, ④사회통념상으로 볼 때 원고를 여성으로 보는 것이 사회규범적으로도 허용될 수 있는 정도라고 보이고, 청주지방법원도 2020. 2. 10. 원고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하는 등록부정정(성별정정)을 허가한 점, ⑤원고는 성전환수술 직후 청주지방법원에 등록부정정 신청을 하고 피고에게 이를 보고한 상태였기 때문에 전역처분 당시 피고로서도 위와 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점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전역처분 당시 원고의 성별은 여성으로 평가함이 타당하다"며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고에 대한 전역처분 당시 군인사법상 심신장애에 해당 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당연히 여성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역처분 당시 원고의 성별을 여성으로 보는 이상 여성을 기준으로 군인사법상 심신장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바, 남성의 성징을 기준으로 한 음경 상실 등은 군인사법상 심신장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원고의 성전환수술 후 음경 상실 등 상태를 군인사법상 심신장애 사유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전역처분은 재량권 일탈 · 남용 등 원고들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변 하사와 같이 남군으로 입대하여 군 복무 중 성전환수술을 받아 여성이 된 경우, 전환된 여성으로서 다른 심신장애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전환된 여성으로서 현역복무에 적합한지 여부나 계속 현역복무를 허용할지 여부 등은 관련 법령의 규정에 따를 것이나 궁극적으로는 군의 특수성 및 , 병력 운용, 국방 및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성소수자의 기본적 인권, 국민적 여론 등을 고려하여 국가 차원에서 입법적, 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