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IP Law] 의료기기 업체를 위한 IP 보호전략
[리걸타임즈 IP Law] 의료기기 업체를 위한 IP 보호전략
  • 기사출고 2021.11.09 10: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의 최근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의료기기 생산규모는 전년 대비 39.5%가 성장한 10조 1,358억원으로, 이는 최근 5년간(2016년~2020년)의 연평균 성장률인 16.0%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다. 이러한 급성장의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산 코로나19 진단용 키트의 생산이 급격히 늘어난 면도 있겠으나, 한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우수성과 신뢰성이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것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존 글로벌 기업들의 견제와 모방제품의 출현에 대한 적절한 대응전략이 필요한 바, 이하에서는 의료기기 업체를 위한 지식재산권 보호전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김우석(좌) · 지형근 변리사
◇김우석(좌) · 지형근 변리사

해외 특허분쟁 대비

한국 의료기기 산업이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하였다고는 하나, 한국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2019년 기준으로 약 60억 달러로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시장(약 1,770억 달러)의 약 3%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기업에서는 당연히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전략을 수립하게 되는데, 이 경우 글로벌 기업들의 견제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일례로 치과용 3차원 스캐너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인 M사가 치과용 3차원 스캐너를 유럽에 출시하자, 2019년 유럽 의료기기 업체인 T사는 M사 제품이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독일 법원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였다.

미국에서도 2018년 다국적 미용의료기기 제조업체인 S사가 한국의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은 물론 ITC(미 국제무역위원회)에도 제소를 하였다.

해외에서 특허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침해분석과 선행기술조사 등을 통해 법원에서 비침해 판단을 받게 되면 사업을 계속해서 영위할 수 있겠지만, 시장에 갓 진출한 신규업체로서는 특허침해소송에 휘말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영업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국내 의료기기 업체 대다수가 중소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에서 특허소송에 대응하기 위하여 해외 대리인을 선임하고 수년간 소송을 지속하기에는 비용 면에서 큰 압박이 아닐 수 없다. 글로벌 기업들 역시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전략적으로 자신들의 특허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만에 하나 특허침해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막대한 금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지불해야 하는데, PwC 조사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특허소송에서의 손해배상금 중 의료기기 분야 손해배상금의 중간값은 약 1,700만 달러로, 산업분야 중 2위를 차지하였다. 최악의 경우 사업을 접어야만 하는 사태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경쟁업체 특허 조사 필수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해외에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으로서는 특허분쟁에 사후적으로 대비하기 보다는, 특허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리스크를 점검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선행특허조사를 통해 자신들의 제품이 타사의 특허권을 침해할 리스크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며, 특히 자신들이 수출하고자 하는 지역에서의 경쟁업체의 특허 조사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사전조사는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인 대책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하기도 하는데, 국내 중소 의료기기업체인 N사의 코로나 검사용 면봉 수출이 그 좋은 예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 감염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면봉을 피검사자 콧속으로 집어넣게 되는데, 이탈리아 C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검체율을 높일 수 있는 면봉을 개발하여 전 세계적으로 특허권을 확보해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C사는 유독 한국과 UAE에서는 특허권을 확보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N사는 C사의 특허에 대한 걱정 없이 코로나 검사용 면봉을 국내에서 생산하여 UAE로 수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디자인권 확보를 통한 경쟁력 확보

최근 많은 기업들이 특허권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특허 출원을 비즈니스 전략의 일환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의료기기 분야도 마찬가지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의료기기 특허출원 건수는 연평균 8%씩 증가해 왔다. 이는 지난 10년간 전체 특허출원이 연평균 2.2% 증가한 것에 비하면 약 4배에 달하는 수치로, 그만큼 의료기기 분야에서의 기술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하지만 의료기기 분야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다른 산업에 비해 많이 간과되고 있다. 과거 의료기기의 가치가 기능과 안전성을 통해 평가되었다면, 요즘은 기능 및 안전성에 추가하여 외관의 호감도 즉, 고객에게 얼마나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지도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병원은 환자의 긴장을 완화해줄 목적으로 환자 친화적인 인테리어로 병원을 꾸미고 있으며, 의료기기 역시 환자의 거부감과 불편함을 줄일 수 있는 제품들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인지한 일부 국내 기업들은 발 빠르게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고, 그 결과 2021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선 국내 의료기기 업체인 V사와 I사가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2021년 iF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국내 의료기기 업체인 C사가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이루기도 하였다. 또한 국내 의료기기 업체인 S사는 자사 제품에 대한 디자인 혁신을 통해 매출을 5배 신장시킴은 물론 해외 수출까지 성사시켰다고 한다.

이처럼 디자인은 기업의 영업활동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경쟁업체와의 분쟁을 대비함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된다. 기술내용이 글로 표현되는 명세서를 통해 권리화가 진행되는 특허권과는 달리, 디자인권은 제품의 외형을 그린 도면을 통해 권리화가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명세서 기재 내용의 의미에 따라 특허발명의 권리범위해석과 침해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특허권과는 달리 디자인권은 공보에 도시된 도면을 통해 직관적으로 침해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허권에 비해 침해판단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면이 있으므로 경쟁업체와의 분쟁을 조기에 마무리함에 있어 디자인권을 충분히 활용할 여지가 있다.

또한 의료기기의 액정화면 등에 나타나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나 아이콘, 그래픽 이미지 등은 특허권으로 보호받기 어렵지만, 디자인권에서는 화상 디자인제도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으므로, 기업이 노력을 통해 일구어낸 결과물을 다각도로 보호할 수 있다.

의료기기 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은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규모도 적을 뿐만 아니라, 약한 인지도로 인하여 사업 확장에 큰 어려움이 있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K-방역과 K-의료기기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진 만큼, 많은 국내 기업들이 지식재산권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함으로써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길 기원한다.

김우석 · 지형근 변리사(김앤장 법률사무소, wskim@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