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밀레니얼 세대의 저작권 투자
[리걸타임즈 칼럼] 밀레니얼 세대의 저작권 투자
  • 기사출고 2021.11.0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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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제도 설계 · 지원 필요한 대체투자시장"

'롤린'의 역주행으로 주목받은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뮤직카우'다. 뮤직카우는 아티스트와 제작사로부터 음악저작권과 음반제작사의 인접권을 양수한 후 옥션(Auction) 형태로 거래하는 저작권투자플랫폼을 운영한다. 회원은 뮤직카우에서 '주' 단위로 쪼개진 저작권료참여청구권을 사고팔 수 있으며, 이를 보유하고 있는 기간 동안 지분만큼 매월 해당 음악에서 나오는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회원이 70만명을 넘었고, 올해 9월 말까지의 거래액만 2,500억원에 육박한다. 2030 회원이 전체 회원수의 72%에 달할 정도로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최정규 변호사
◇최정규 변호사

올 거래액 2,500억원 육박

밀레니얼 세대가 뮤직카우와 같은 저작권투자플랫폼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쉬운 접근성과 낮은 문턱을 들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 누구나 잘 알고 즐기는 K-POP이 투자대상이다. 기존 자산시장에 존재했던 정보 비대칭성의 우려가 적다. 되려 K-POP은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잘 아는 분야라고 볼 수도 있으니,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에게 늘 패배하고 손실을 보았던 주식시장과는 판이 다르다. 조각투자의 특성상 큰 금액이 아니어도 쉽게 투자할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대표적 투자 특성인 '임팩트 투자'와 '팬덤 현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뮤직카우는 양수도 대금 외에 옥션을 통해 상승한 대금의 50% 정도를 아티스트에게 창작지원금으로 추가 지급한다. 단기간의 수익 도모보다는 창작 생태계의 선순환을 도모하겠다는 지향을 드러내어 임팩트 투자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새로운 음악 소비문화 제시

음악저작권이 단순한 투자대상을 넘어 한정판 굿즈(Goods)로 소비되는 경향도 발견되었다. 아티스트가 제공하는 특별한 선물을 구매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투자 대안 외에 새로운 음악 소비문화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뮤직카우는 팬과 아티스트를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고, 연결하는 '팬테크(Fantech) 플랫폼'으로도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사실 IP 금융의 활성화는 오랜 기간 국가적 차원의 과제였고, 제대로 된 투자시장 환경 조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이어져 왔다. 다만,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고, IP 담보대출, IP 보증대출 등 대출 형태의 자금조달 영역에 국한되었으며, 공시되고 산술적 가치평가가 그나마 가능한 특허 등 산업재산권에 집중된 면이 있다.

해외와 달리 저작권에 기반한 IP 금융은 걸음마 단계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권리관계가 까다롭고 복잡하기로 이름난 음악저작권으로 새로운 투자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뮤직카우의 등장은 IP 금융의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였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뮤직카우 모델과 같은 투자형 · 참여형 IP 금융이 정착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법적 ·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몇 가지만 언급해본다.

첫째, 저작권 거래플랫폼의 경우 공동저작물의 저작재산권 행사와 지분양도는 공유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여야 한다는 저작권법 규정(제48조)의 경직된 해석이 문제 될 수 있다. 특히 저작재산권의 양도로 인해 저작권을 공유하게 된 이른바 '후발적 공유 관계'의 경우에도 저작권법 제48조가 적용되는지는 일부 하급심 판결 외에 명확한 결론이 없다. 입법적 해결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저작권 조각 투자의 활성화 측면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뮤직카우는 이와 같은 난점으로 인해 저작권 자체를 쪼개 유통하는 구조를 채택하지 못하고, 저작재산권 자체는 플랫폼에 두되 해당 저작권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수익을 지분만큼 받을 수 있는 수익권을 저작권료참여청구권이라는 이름으로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보호' 실질화 중요

둘째, 투자자 보호조치의 실질화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영민한 밀레니얼 세대는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투자에 참여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분석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것이 체화된 스마트개미다. 비대면 투자에 익숙한 이들은 저작권에 대한 권리관계와 대상 저작물의 정보, 이용약관과 개인정보처리방침, 각종 동의서 뿐만 아니라 고객센터 1:1 상담 항목도 꼼꼼하게 체크하고, 의문이 나면 바로 피드백을 원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대체투자상품 역시 금융자산 수준의 높은 보호를 원하고 있으면서도 유통 활성화에 장애가 되는 포지티브 방식의 후견적 통제는 되려 꺼려한다. 이런 소비자의 수요를 알고 있는 뮤직카우 등 거래플랫폼이 금융당국의 규제우산에 들어가는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규제당국은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등의 유도를 통해 거래소 운영 등 비즈니스 모델의 본질적 · 핵심적 영역의 규제 특례를 인정하되, 투자자 보호조치를 대폭 보강하는 방식의 핀셋 규제를 고민해 봐야 한다. 이미 조각 투자와 관련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사례가 적지 않게 축적된 만큼, IP 영역이라는 생경한 모델이라고 미리 색안경을 낄 필요는 없다.

셋째, IP 금융 활성화의 성패는 IP의 가치평가에 달려 있다. 특히 저작권 IP의 경우 효율적 가치평가 수립체계와 공정성 담보, 가치평가에 대한 신뢰성, 책임성 확보 방안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으므로, 플랫폼 역할을 하는 기업에게만 맡겨 두기엔 한계가 있다. 평가의 투명성과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를 위해 권리자와 저작권 신탁 단체, 유통사 등 시장참여자 전반의 역할이 요구된다. 필요할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이해관계자 간 협의체 결성, R&D 자금지원 등을 통한 공유형 평가시스템 구축 등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밑그림 작업을 모색해야 한다.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

넷째, 장기적 과제로 투자자에 대한 세제상 혜택도 고려할 만하다. 저작권 등 IP에 투자하여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현재는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세율이 매겨진다. 주식을 거래할 때 부과되는 증권거래세와 차이가 꽤 크지만, 그 현격한 차이가 정당화될 만큼 본질적으로 다른 투자는 아니라고 본다. 약간의 혜택만으로도 IP 금융의 활성화를 위한 좋은 당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K-POP을 비롯한 K-컬처의 경쟁력은 부연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뮤직카우를 통해 저작권투자플랫폼의 혁신성과 시장성이 어느 정도 확인된 만큼, 앞으로 다른 저작권에 관해서도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유사 플랫폼과 대체투자시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밀레니얼 세대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첫 번째 세대이다. 투자시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성장하는 이들의 열망이 꺾이지 않도록 저작권투자플랫폼 등 대체투자시장에 대한 섬세한 제도 설계와 지원이 필요하다. 밀레니얼 세대의 '성투'를 기원한다.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jkchoe@jipy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