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매직이 '조직장 계약 평가' 중 정성평가인 역량평가 항목에서 과락했다는 이유로 기간제 지국팀장에게 근로관계 종료를 통보했다. 법원은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최근 상시 약 1,0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주방과 생활가전기기 제조와 렌탈사업 등을 하는 SK매직이 "조직장 계약 평가에서 불합격한 지국팀장 A씨에 대한 근로관계 종료 통보를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79295)에서 SK매직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가 피고보조참가했다.
A씨는 2018년 12월 1일 SK매직에 근로기간을 2019년 11월 30일까지 1년으로 하는 판매전문직(지국팀장)으로 입사하여 렌탈 고객관리와 영업을 담당하고 지국 내의 방문판매원들을 관리 · 감독했으나, 2019년 11월 30일 근로관계 종료를 통보받자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이어 경남지노위에서 기각되자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 중노위가 'A씨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심신청을 인용하자 SK매직이 소송을 냈다. A씨는 계약기간 만료 무렵인 2019년 11월경 조직장 계약 평가에서 불합격되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07두1729 등)을 인용,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지나면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근로자는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와 참가인(A) 사이에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참가인의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와 참가인의 근로계약, 취업규칙 등에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이 없기는 하나, 원고는 판매전문직 기간제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매년 '조직장 계약 평가'라는 명목으로 평가를 실시하여 그 평가결과에 따라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방식의 조직장 계약 평가는 설령 그 내용이 취업규칙 등에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원고 회사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는 '계약 갱신의 요건 및 절차'에 해당하고, 원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위 평가는 '계약갱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참고 목적 평가라는 것으로, 이를 계약 갱신 요건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위와 같은 평가의 기준이 경영환경에 따라 수차례 탄력적으로 변경되는 내부평가기준에 불과하다거나, 평가점수 불합격자들에 대하여도 계약을 갱신한 사례가 다수 있다는 사정 등을 들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위 '조직장 계약 평가'를 통과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오히려 위와 같은 사정은 원고가 매년 변경가능성은 있지만 '계약 갱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평가기준과 절차'를 사전에 마련하여 그 평가결과를 재계약 여부에 반영해왔음을 의미하고, 원고가 드는 평가점수 불합격자의 재계약 사례들 역시 평가기준 ③항에 따라 지부장의 추천을 받아 구제된 사례들로서, 원고가 일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재계약 대상자를 선정해왔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국팀장으로 입사하기 직전까지 이미 2017. 6. 1. 부터 2018. 11. 30.까지 1년 6개월 동안 SK매직의 진주지국에서 방문판매영업 수탁자(이른바 'MC')로서 영업을 하였고, 당시 소속 지국장으로부터 지국팀장으로 추천받아 SK매직과 근로계약을 새로이 체결하게 되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MC로서 영업소득이 지국팀장의 급여보다 훨씬 높았으나 장기근속에 대한 기대로 지국팀장으로 입사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런데 참가인의 금융거래내역을 보면, 실제로 참가인은 지국팀장으로 입사한 이후 1년간 종전 MC 영업 당시의 수입보다 월 평균 100만원 이상 적은 급여를 받은 사실을 알 수 있어, 참가인의 위와 같은 주장은 상당한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다음은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 유무.
대법원 판결(2015두44493 등)에 따르면,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 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그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
재판부는 "참가인은 원고의 '조직장 계약 평가' 중 총 100점 중 80점을 차지하는 정량평가 항목에서 총 69.1점(=목표달성률 35.9점+경영평가 33.2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정성평가 항목(역량평가)에서 과락기준 60점에 미달하는 25점(100점 만점 기준)을 받아 불합격된 사실이 인정되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와 같이 참가인의 합격 · 불합격을 좌우한 정성평가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원고가 그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A씨에 대한 근로관계 종료 통보는 부당해고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