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한국어 소통능력 부족하다고 베트남 엄마에 양육 부적합 판단 잘못"
[가사] "한국어 소통능력 부족하다고 베트남 엄마에 양육 부적합 판단 잘못"
  • 기사출고 2021.10.19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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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별거하며 데리고 나간 딸 양육자로 아빠 지정 취소

한국 남성과 베트남 여성이 결혼해 남매를 낳고 살다가 베트남 여성이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가 각자 서로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남매의 친권자와 양육자로 모두 아빠를 지정했으나, 대법원은 딸의 친권자와 양육자는 엄마로 지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엄마에게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녀의 양육자로 지정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결한 하급심 판단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9월 30일 한국 남성 A씨와 베트남 국적 여성 B씨가 서로 제기한 이혼과 양육자 지정 소송의 상고심(2021므12320, 12337)에서 이같이 판시, 원심 중 현재 B씨와 함께 살고 있는 딸의 친권자 · 양육자로 A씨를 지정한 부분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 B씨는 2015년 9월 혼인하여 딸과 남동생인 아들 남매를 낳고 살던 중 갈등이 지속되어, B씨가 딸(이혼소송 진행 당시 만 3~4세)을 데리고 집을 나가 별거에 들어가게 되었고, 약 1년이 지난 후 각자 서로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하면서 자녀들의 친권자와 양육자를 자신으로 지정해 줄 것 등을 청구했다. B씨는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바로 2차례에 걸친 출산을 겪어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한 편이고, 별거 직후 취직하여 월 200만원 정도의 수입이 있는 상황으로 자신의 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면서 별다른 문제없이 딸을 양육하고 있다. A씨는 자신의 명의로 된 아파트는 있으나 뚜렷한 직업이 없는 상황에서 대출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두 사람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였으나, 자녀들의 친권자 · 양육자는 아빠로 지정했다. B씨가 자녀의 양육에 필요한 기본적인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하고 거주지와 직장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이유였다. 또 B씨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B씨의 어머니가 자녀들의 양육을 보조할 것으로 보이는데, B씨의 어머니는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아 자녀들의 언어 습득과 향후 유치원, 학교생활 적응에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딸의 친권자와 양육자로 A씨를 지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09므1458, 1465 등)을 인용, "별거 이후 재판상 이혼에 이르기까지 상당기간 부모의 일방이 미성년 자녀, 특히 유아를 평온하게 양육하여 온 경우, 이러한 현재의 양육 상태에 변경을 가하여 상대방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양육 상태가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도움이 되지 아니하고 오히려 방해가 되고, 상대방을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현재의 양육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보다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이 명백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한국 국민과 혼인을 한 후 입국하여 체류자격을 취득하고 거주하다가 한국어를 습득하기 충분하지 않은 기간에 이혼에 이르게 된 외국인이 당사자인 경우, 미성년 자녀의 양육에 있어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한 외국인보다는 한국 국민인 상대방에게 양육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판단으로 해당 외국인 배우자가 미성년 자녀의 양육자로 지정되기에 부적합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공교육이나 기타 교육여건이 확립되어 있어 미성년 자녀가 한국어를 습득하고 연습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으므로, 외국인 부모의 한국어 소통능력이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가정법원은 양육자 지정에 있어 한국어 소통능력에 대한 고려가 자칫 출신 국가 등을 차별하는 의도에서 비롯되거나 차별하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는 점, 외국인 부모의 모국어 및 모국문화에 대한 이해 역시 자녀의 자아 존중감 형성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유의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외국인 배우자의 한국어 소통능력 역시 사회생활을 해 나가면서 본인이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 계속하여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B)는 원고(A)와 별거 당시 만 2세인 딸을 별거 이후 사실심 변론종결시까지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하여 평온하게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의 양육 환경, 애정과 양육의사, 경제적 능력, 띨과의 친밀도 등에 어떠한 문제가 있다거나 원고에 비해 적합하지 못하다고 볼만한 구체적인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고, 딸에 대한 현재의 양육 상태에 변경을 가하여 원고를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정당화될만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피고의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원고에 비해 양육자로서 부적합하다고 볼만한 주요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