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경쟁업체 취업시 명퇴금 반환' 각서 썼어도 재취업만으로 명퇴금 반환요구 불가
[노동] '경쟁업체 취업시 명퇴금 반환' 각서 썼어도 재취업만으로 명퇴금 반환요구 불가
  • 기사출고 2021.10.0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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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회사에서 알게 된 정보 부당 이용 경우로 엄격 해석해야"

근로자가 명예퇴직을 하면서 '퇴직 후 3년 내 동종 경쟁업체에 취업한 경우 명예퇴직금을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더라도 재취업 사실만 갖고 명예퇴직금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각서에서 정한 조건은 '회사에서 알게 된 정보를 부당하게 영업에 이용해 손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경우'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9월 9일 전력설비 · 시설물 개 · 보수공사업체인 한전KPS가 "명예퇴직금을 반환하라"며 A씨와 B씨 등 명예퇴직자 2명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1다234924)에서 이같이 판시, 한전KPS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와 B씨는 각각 "본인은 동종 경쟁업체에 취업이 예정된 상태에서 명예퇴직을 하지 않을 것이며, 퇴직 후 3년이 경과하기 전에 동종 경쟁업체에 취업한 경우에는 일반퇴직으로 전환되는 것을 인정하고 명예퇴직금 전액을 조건 없이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회사에 제출하고 2016년 3월 31일과 2017년 12월 31일 명예퇴직하며 명예퇴직금으로 A씨는 9,300여만원, B씨는 1억 6,200여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A씨가 2018년 9월경  한전KPS의 협력업체에, B씨는 2018년 3월 동종 경쟁업체에 취직하자 한전KPS가 소송을 냈다. B씨는 2018년 7월 경쟁업체에서 퇴사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각서의 해석과 관련, "근로자에게는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으므로 근로자에게 퇴직 후 일정기간 다른 회사로의 전직이 금지되는 의무가 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의무를 명시적으로 부과하는 규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각서는 원고가 직원들의 명예퇴직 과정에 수반하여 제출받는 것으로서, 퇴직 후 3년 내 동종 경쟁업체에 취직하는 경우 명예퇴직이 아니라 일반퇴직으로 전환되는 것을 인정하고 명예퇴직금을 전액 반납하겠다는 내용으로 그 문언만으로 곧바로 피고들에게 경업금지의무가 부과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각서는 '명예퇴직 후 3년 내 동종 경쟁업체에 취직한 경우'를 명예퇴직의 효력이 상실되는 해제조건으로 정한 것으로 판단되고,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체결된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①원고가 명예퇴직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조직 활성화 및 업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원고는 근무 당시 직위, 담당한 업무 내용 등을 구분하지 않고 명예퇴직을 선택한 직원들에 대하여 각서를 자동적으로 징구받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②따라서 원고의 명예퇴직제도는 회사 내의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장기근속자들의 조기퇴직을 도모하기 위한 사례금 내지 공로금의 성격도 가지고 있어, 원고가 지급한 명예퇴직금이 온전히 경쟁업체에 전직하지 않는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③명예퇴직자는 원고에서 장기근속한 자로서 원고에서 수행한 업무를 통하여 습득한 일반적인 지식과 경험을 이용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면 직장을 옮기는 것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각서에 따라 간접적으로 전직이 제한되는 기간이 3년으로 비교적 긴 점, ④각서로 인하여 원고의 직원들이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받아서는 안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각서에서 정한 명예퇴직의 해제조건 성취 여부는 '명예퇴직 후 3년 내 취직한 직장이 원고와 동종 경쟁관계에 있어 원고에서 알게 된 정보를 부당하게 영업에 이용함으로써 원고에 손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경우'로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1, 2심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가 취직한 업체가 원고와 동종 경쟁관계에 있거나 B가 경쟁업체에 취직하여, 원고에서 알게 된 정보를 부당하게 영업에 이용함으로써 원고에 손해를 끼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한전KPS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피고들의 재취업에 원고에서 근무하며 습득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가 도움이 되었더라도, 그것이 원고의 영업비밀이거나 또는 원고만 가지고 있는 지식 또는 정보에 이르지 아니고 그러한 기술 내지 정보는 이미 동종의 업계 전반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거나 수년간 동종업무를 담당하면서 통상 습득하게 되는 수준 정도로 보이고, 명예퇴직자는 원고에서 장기근속한 자로서 원고에서 수행한 업무를 통하여 습득한 일반적인 지식과 경험을 이용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면 직장을 옮기는 것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각서에 따라 간접적으로 전직이 제한되는 기간이 3년으로 비교적 길다"고 지적하고, "각서의 내용, 명예퇴직제도의 취지, 피고들이 취득한 기술이나 정보의 성격, 전직이 제한되는 기간 및 피고들의 근로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종합하면, 각서에서 정한 명예퇴직에 관한 해제조건은 단순한 경쟁업체에의 재취업만으로는 부족하고, '재취업 직장이 원고와 동종 경쟁관계에 있어 원고에서 알게 된 정보를 부당하게 영업에 이용함으로써 원고에 손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경우'로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1심부터 한전KPS를 대리했다. A씨는 법무법인 명천, B씨는 김균영, 오민근 변호사가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