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공정거래] 공정위 조사실무 동향 및 조사방해
[리걸타임즈 공정거래] 공정위 조사실무 동향 및 조사방해
  • 기사출고 2021.09.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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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식 · 김한조 변호사]

최근 몇 년간 굵직한 사건들에서 검찰은 수사 초기에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증거인멸 혐의에 우선 초점을 맞춰 관련자를 구속하거나 먼저 재판에 넘기는 등 '증거인멸 카드'를 적극 활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압박수사'나 '기선제압용 수사'가 아니냐는 일부 비판도 있으나, 충분한 물적증거 없이 기소나 공소유지가 더욱 어려워진 수사환경에서 증거인멸방법 또한 더욱 치밀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부득이한 현상이라는 지적도 많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그동안 꾸준히 발달해온 포렌식 수사기법 덕분에 이미 삭제된 증거자료를 복원하고 인멸의 흔적을 샅샅이 찾아내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정영식(좌) · 김한조 변호사
◇정영식(좌) · 김한조 변호사

그런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조사에서도 위와 같은 경향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이 아닌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공정위 현장조사과정에서도 디지털 포렌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고, 조사방해행위에 대하여 전례없이 강력하게 대응하려는 기류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포렌식 적극 활용

공정위는 2017. 9.경 '디지털 조사분석과'를 신설하여 관련 전문인력을 대폭 증원한 바 있다. 이후 실시하는 현장조사에서 포렌식 인원을 충분히 투입할 수 있게 되어 조사의 전문성과 효율성이 향상된 반면, 이전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공격적인 증거수집이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특히 자료 폐기 · 은닉 등 조사방해 정황이 조사현장에서 바로 적발될 수 있게되어 공정위로서는 조사방해행위에 대한 대응이 한층 용이해졌다는 평가다.

또한 공정위는 2018. 4. 3.자로 디지털 증거의 수집 · 분석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칙과 이를 구체화하는 예규를 제정 · 시행하였다. 공정위는 그 주요 목적으로 포렌식 조사과정 · 방법을 투명하게 정비하고, 피조사업체의 조사 참여권 보장 및 피조사업체로부터 수집한 디지털 자료에 대한 관리와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공정위 포렌식 조사에 대한 대외적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방해 첫 고발 · 기소

한편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2021. 6.경 검찰은 공정위의 현장조사 당시 업무 서류를 파쇄하거나 숨기는 등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였다는 혐의로 A사와 그 직원들을 기소한 바 있다. 공정위 조사방해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도입된 후 첫 번째 고발 및 기소된 사례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특히 본안사건에 대한 혐의가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조사방해 혐의만으로 공정위가 고발한 사안으로, 공정위는 관련 보도자료에서 조사방해행위에 대해 앞으로도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하게 제재할 것임을 밝혔다.

현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서 형사처벌 대상인 공정위 조사방해행위는 (1)폭언 · 폭행, 고의적인 현장진입 저지 · 지연 등을 통한 경우(동법 제66조 제1항 제11호)와 (2)자료의 은닉 · 폐기, 접근거부 또는 위조 · 변조 등을 통한 경우(동법 제67조 제10호)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위 두 경우 모두 기존에는 과태료 대상이었다가 전자의 경우는 2012년, 후자의 경우는 2017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하여 각각 벌칙 대상으로 전환되었다.

임의조사 vs 동의 강제

그런데 위와 같은 벌칙조항 도입으로 인해 피조사자의 동의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임의조사 성격의 공정위 현장조사에서 결국 위와 같은 동의가 강제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어디까지 거부하고 동의할 수 있는지 피조사자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은 공정위가 조사방해행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향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공정위는 조사대상자의 절차적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법절차 준수의 중요성 또한 스스로 강조해 왔는데, 이는 조사방해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공정위는 2015. 10. 21.자 보도자료를 통하여 피조사업체의 절차적 권리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사건처리 절차 개혁방안(사건처리 3.0)을 마련하여 발표한 바 있다. 위 보도자료는 공정위의 조사권한은 피조사업체의 동의를 전제로 한 임의조사임에도 위압적 조사태도 등 실제로는 강제조사처럼 운용된다는 일부 비판이 있다는 점 등을 그 배경으로 들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개혁방안의 주요내용으로 조사방법 및 절차, 조사공무원 준수사항 등을 담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절차에 관한 규칙(이하 '조사절차 규칙')을 2016. 2. 4. 제정 · 시행하였다.

더 나아가 현장조사 당시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적법절차 중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는 조사공문 교부의무 및 변호인 조력권은 그동안 조사절차 규칙으로 보장되어 오다가 공정거래법의 개정으로 새로이 명문화되어 올해 이미 시행되었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2020. 4. 30.자로 배포된 관련 보도자료에 의하면, 공정위는 위 법률 개정으로 공정위 사건처리의 모든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1심 기능을 담당하는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기틀을 확립했다는 데 의의를 두었다고 밝히고 있다.

개정 공정거래법에 반영

헌법재판소도 공정위의 준사법기관성을 인정하면서 "사법절차를 가장 엄격한 적법절차의 하나라고 볼 때 그에 유사한 정도로 엄격하게 적법절차의 준수가 요구되는 절차를 '준사법절차', 그러한 절차를 주재하는 기관을 '준사법기관'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시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3. 7. 24.자 2001헌가25 결정).

공정위가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엄격한 적법절차 준수가 요구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검찰과 마찬가지로 공정위 역시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향후 법집행 과정에서 조사방해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조사방해에 관한 선례가 아주 많은 것은 아니고, 공정위 조사권의 범위나 한계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이 정립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다툼의 여지 또한 많이 발생할 수 있는 이슈이다. 공정위의 조사를 받으면서 개인정보나 영업비밀 등의 이슈가 있는 자료가 무분별하게 제공되거나 불필요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피조사자의 권리를 행사할 필요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조사방해로 오인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관계 법령이나 공정위의 실무, 해당 사안의 특성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판단하여 구체적인 사안에서 합리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영식 · 김한조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youngshik.jung@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