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미 대법관 취임
오경미 대법관 취임
  • 기사출고 2021.09.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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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증편향의 시대일수록 대법원에 거는 기대 크다"

오경미(52 · 사법연수원 25기) 대법관이 9월 17일 취임, 대법원에 모두 4명의 여성 대법관이 함께 재판을 담당하게 되었다. 오 대법관은 이날 비대면으로 제공한 취임사에서 "확증편향의 시대일수록 상충된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평화의 지점에 대한 국민의 갈망은 더욱 간절하고 대법원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며 "대법원이 법률의 합목적적 해석을 통해 차별과 혐오를 넘어 대립하는 가치가 화해하는 평화와 공존의 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제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하여 보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국회는 9월 16일 본회의를 열어 재석 208명에 찬성 184명, 반대 19명으로 오경미 대법관 임명동의안을 가결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 대법관 임명안을 재가했다.

◇오경미 대법관이 9월 17일 취임에 앞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오경미 대법관이 9월 17일 취임에 앞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전북 이리 출신인 오 대법관은 이리여고,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6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해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사법연수원 교수, 부산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 광주고법 고법판사 등을 역임했다.

다음은 오 대법관의 취임사 전문.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대법관님 그리고 법원 구성원 여러분!

저는 대법관의 막중한 소임을 시작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가 오늘이 있기까지 오랜 기간 재판업무를 함께 해 온 동료 법관들
과 법원 직원분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법관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공정한 판단을 하여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
을 옹호해야 한다는 사명과 함께, 최종 법률심인 대법원의 구성원으로서 법률
해석의 통일을 이루어 법치주의를 발전시킨다는 소명을 부여받은 자리입니다.

다양한 가치와 의견이 대립하는 현대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다면성을
띄고 있기에, 대법관의 소명이 어렵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더욱이 사람들은

지금을 일러 확증편향의 시대라고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상충된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평화의 지점에 대한 국민의 갈망은 더욱 간절하고 대
법원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진리를 찾기 위해서는 서로 대립하는
것들을 화해시키고 결합시켜야 한다. 적대적인 깃발 아래 모인 양쪽이 서로
치고받는 과정을 거쳐야 진리에 이를 수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대법원의 사명은 서로 다른 의견의 제시를 허용하고 경청과 토론을 거쳐
반성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대법관
으로서 많이 듣고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면서 사람과 사회의 궁극적인 가치
와 진실을 탐구하겠습니다. 대법원이 법률의 합목적적 해석을 통해 차별과
혐오를 넘어 대립하는 가치가 화해하는 평화와 공존의 자리를 만들 수 있도
록 제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하여 보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준비하며 25년 전 법관직을 시작하면서 제가 썼던 글을
꺼내 보았습니다. 올바른 법의 길을 찾기 위해 때로는 선례와 관행을 과감히
버릴 수도 있어야 한다고 다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치기 어린
거친 글이지만 저의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글의 말미를 소개해 드리며 말씀을 마칠까 합니다.

『먼지 쌓인 낡은 판례집 속에 길이 있을까요.
그 길은 편하고 안전하지만
때로는 문제 상황을 피해 숨을 수 있는 도피처는 아닐까요.
저는 법률기술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진정 마음이 가난한 사람을 꿈꾸며
사람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할 수 있는 법률인이 되어,
법의 올바른 길을 같이 가고 싶습니다.』

바쁘신 가운데 이 자리에 함께 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 9. 17.

대법관 오 경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