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뇌경색 산재 치료 중 항응고제 부작용으로 사망…사망도 산재"
[노동] "뇌경색 산재 치료 중 항응고제 부작용으로 사망…사망도 산재"
  • 기사출고 2021.09.2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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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의학적 인과관계 증명 못해도 상당인과관계 인정"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급성 뇌경색을 치료하던 중 항응고제 부작용으로 사망했다면 이 역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A(여 · 39)씨는 식당의 직원으로 일하던 중 2017년 8월 30일경 급성 뇌경색을 일으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아 요양을 승인받았다. A씨는 그러나 뇌경색 발병 13개월 후로 요양기간 중인 2018년 10월 1일 오후 11시 32분쯤 취침을 하다가 돌연 구토를 하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다음날 오전 0시 4분쯤 '소장 출혈'로 사망했다. 이에 A씨의 남편이 급성 뇌경색에 대한 부적절한 치료가 A씨의 사망 원인이 되었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부되자 소송(2020구합824)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장낙원 부장판사)는 9월 2일 "업무상 질병인 급성 뇌경색과 A의 사망 원인이 된 소장 출혈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16두35557 등)을 인용,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 따른 업무상 재해라고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 있다"고 전제하고, "이는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 요양 후 사망에 이른 경우 그 사망이 업무상 재해인지를 판단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나, 위와 같은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할 것이고,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사망의 주된 발생 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기존의 다른 질병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망하게 되었거나, 업무상 발병한 질병으로 인하여 기존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 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에 대한 부검을 실시하였음에도, A의 소장에 다량의 출혈을 유발할 만한 외상이나 질환이 발견되지 않았고, A의 진료기록에서도 소장에 출혈을 일으킬 법한 기왕증은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A의 주치의와 이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A에게 투여되었던 항응고제 또는 항혈소판제가 A의 출혈 경향을 증가시켰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A가 복용한 항응고제 등의 구체적인 종류와 정확한 용량은 알 수 없으므로, 항응고제 등과 소장 출혈 사이의 의학적인 인과관계까지 엄밀하게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이나, 이렇듯 의학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사정만으로는 이와 구분되는 법률적인 개념인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를 추단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A는 항응고제 등을 약 1년의 요양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투약했으므로, 부검 시점에 이르러 A의 혈액에서 검출된 항응고제 등의 농도가 정상 범위 내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전까지 A에게 장기간에 걸쳐 투여된 항응고제 등의 영향을 가볍게 보기는 어렵다"며 "항응고제 등의 복용이 소장에 다량의 출혈을 발생시킨 유일하고도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이나, A가 항응고제 등을 투약한 기간에 비하여 실제 투약량은 적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을 뒷받침할 반증이 없는 이상, A가 급성 뇌경색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장기간 처방받은 항응고제 등으로 인하여 출혈의 위험이 증가하였고, 이것이 다량의 소장 출혈로 이어진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A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라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