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30년 넘게 독립유공자 아버지 부양했으면 아버지가 애국지사 보상금 받고 있었어도 선순위 유족 해당"
[행정] "30년 넘게 독립유공자 아버지 부양했으면 아버지가 애국지사 보상금 받고 있었어도 선순위 유족 해당"
  • 기사출고 2021.09.1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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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경제적 사정 만으로 부양 필요성 없었다고 단정 곤란"

아들이 독립유공자인 아버지를 30년 넘게 부양했으면 아버지가 애국지사로서 보상금을 받고 있어 아들의 경제적 부양 없이 생활이 어렵지 않았더라도 이 아들을 선순위 유족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이승재 판사는 8월 11일 2019년 2월 사망한 독립유공자의 아들인 A(63)씨가 "내가 아버지를 주로 부양했으니 선순위 유족으로 지정해달라"며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단59331)에서 이같이 판시, "선순위 유족 비해당 결정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의 큰누나(71)가 피고보조참가했다.

A씨는 아버지 B(사망 당시 94세)씨가 숨지자 자신이 B씨를 주로 부양해왔다며 서울지방보훈청에 독립유공자 선순위 유족으로 지정해줄 것을 신청했으나, 서울지방보훈청이 'A씨가 B씨와 함께 생활하면서 B씨를 어느 정도 부양하였던 것은 사실이나, 당시 B씨는 자가에 거주하면서, 애국지사로서 보상금을 받고 있었으므로, A씨의 경제적 부양 없이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았는바, A씨가 사회통념상 자녀로서 기대되는 일반적 도리를 넘어 B씨와 생활 공동체를 이루어 B씨의 삶에 특별히 기여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선순위 유족 비해당 결정을 내리자 소송을 냈다. A씨는 부인과 결혼하기 전부터 아버지와 동거하였고, 1987년 4월 부인과 결혼한 이후에도 아버지가 작고할 때까지 아버지와 함께 거주하면서 아버지를 부양했다. B씨는 1982년 8월 독립유공자(애국지사)로 등록되었다.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독립유공자법) 12조 2항, 3항, 4항 1호, 2호에 의하면, 독립유공자가 사망한 경우 그 유족 중 선순위자 1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데, 그 보상금을 받을 유족의 순위는 배우자, 자녀, 손자녀, 며느리의 순서를 따르며, 만일 같은 순위자가 2명 이상일 경우 같은 순위 유족 간에 협의로 같은 순위 유족 중 지정된 1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이 우선하되 독립유공자를 주로 부양한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그 사람이 우선한다. B씨의 유족으로는 A씨와 누나 2명, 여동생 1명이 있다.

이 판사는 "독립유공자법 제12조 제4항 제1호에 정한 '독립유공자를 주로 부양한 사람'이란 부양기간 및 내용, 부양자와 독립유공자의 관계, 다른 유족들의 부양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같은 순위의 유족들 가운데 특히 그 부양자에게 보상금 수급권을 수여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유족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독립유공자를 부양한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전제하고, "원고는 B 생전에 B와 함께 거주하며 같은 순위에 있는 다른 유족들인 형제들의 부양 정도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특별히 부양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B는 2008.부터 척추협착(요추부), 전립선증식증, 만성 전립선염, 상세불명의 요도 협착, 신경병성 방광, 양측 고관절 대퇴골 전자간 골절 등의 병으로 보훈병원 등에서 수술을 받아 입원하거나 통원 치료를 받았는데, 위 치료기간 중 대부분 원고가 B와 함께 병원을 방문하거나 B의 간병을 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사망 당시 B의 나이 및 평소 앓던 다양한 질환을 고려하면, B는 장기간 상당한 정도의 간병 및 부양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원고 외에 참가인을 포함한 다른 자녀가 B를 부양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또 "B는 평소 생전에 원고를 제외한 세 딸에게 보훈보상금은 원고가 지급받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2016. 5.경 국가보훈처에 '30년간 자신과 배우자를 부양한 원고가 본인의 사망 후 보훈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질의 하기도 하는 등, 장기간 자신을 부양한 원고가 보훈보상금을 지급받게 되기를 강하게 희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한편 B는 2012. 6.경 13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고, 2019년 기준 매월 2,406,000원의 보상금을 수령하고 있었으며, B가 수령하는 보상금이 그 무렵 원고의 소득을 초과했던 것은 사실이나, 그 무렵 원고, 원고의 부인 역시 연금 등 일정한 소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에게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B가 고령으로 수차례 수술을 받고 거동이 불편한 상태로 장기간 생존했던 사정을 고려하면, 경제적 사정만을 이유로 B에 대한 다른 부양의 필요성이 없었다거나 생활에 다른 어려움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