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2개월 단위 계약' 어학원 강사 중 수강생 강의평가 하위 비율 계약갱신 거절…부당해고
[노동] '2개월 단위 계약' 어학원 강사 중 수강생 강의평가 하위 비율 계약갱신 거절…부당해고
  • 기사출고 2021.09.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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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갱신기대권 있고,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 없어"

수강생들의 강의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대학 부설 어학원과 2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고 2∼5년간 일해온 기간제 강사 중 일정한 하위비율에 속하는 강사들에 대한 계약갱신을 거절한 것은 갱신거절의 합리성이 인정되지 않아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단시간 근로자의 지위를 겸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보호에서 배제될 수 없고, 헌법적 보호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 있는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9월 10일 외국인 학생 대상 한국어강좌를 운영하는 어학원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 서울에 있는 유명 사립대학인 A대학이 "어학원 강사 B, C씨에 대한 근로계약 만료 통보를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71055)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B, C씨가 피고보조참가했으며, 법무법인 율촌이 A대학을 대리했다.

B씨는 2014년 3월, C씨는 2018년 1월 A대학의 어학원에 단기근로강사로 입사하면서 근로기간을 약 2개월로 정해진 학기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어강의 업무를 수행했다. B, C씨는 이후에도 학기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며 근무하다가, B씨는 2019년 4학기가 끝날 무렵인 2019년 10월, C씨는 2019년 5학기가 끝날 무렵인 2019년 12월 근로계약기간 만료를 통보받자, 각 갱신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B, C씨가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 중노위가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심신청을 인용하자 A대학이 소송을 냈다. 이 어학원의 교육과정은 1년 6학기제(학기당 운영기간 8주)로 편성되어 운영되었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와 참가인들(B, C) 사이에는 계약상 중도해지 사유의 부존재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참가인들의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참가인들을 채용할 당시 공고했던 채용개요에는 '근무평점에 따라 차학기 재임용 가능'이라고 명시되어 있고, 참가인들의 근로계약서는 계약기간을 1학기로 정하면서도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 기존 계약은 합의 해지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두고 있으며, '중도해지 사유'로 '수강생 수가 급감하여 정상적인 강의배정이 불가할 때', '근로자가 정규학기 통산 무단결근 1회 이상 또는 지각을 3회 이상 반복하는 경우' 등을 드는 한편, '정규과정 학기 중 사직은 불가하다'고 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계약내용을 종합하면, 원고와 참가인들은 비록 계약기간을 1학기로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는 하였으나, 1학기가 종료하면 당연히 계약이 종료함을 전제하였다기보다 중도해지 사유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계약이 갱신될 것을 예상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B씨는 최초 채용 이후 29개 학기, C씨는 12개 학기에 걸쳐 연속적으로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근무해왔다.

다음은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 유무.

재판부는 "원고 스스로도 '참가인들의 강의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학생 수의 감소로 부득이 단기근로강사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강의평가 점수가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강사들을 재계약 거절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참가인들에 대한 갱신 거절 사유는 위 계약상 중도해지 사유 중 '기본복무자세 결함' 등이 아닌 '수강생 수가 급감하여 정상적인 강의배정이 불가할 때'에 해당함이 명백하고, 이는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라기보다는 사용자 측의 경영상 인원감축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하고, "원고의 단기근로강사 수의 변동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각 갱신거절 당시에도 2018년에 이어 또 한 차례 인원감축을 해야만 할 불가피한 경영상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도 스스로 인정하듯이 이 사건 각 갱신거절은 참가인들의 강의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원고가 인원 감축을 결정한 상황에서 단지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강의평가를 받았기 때문인데, 원고가 참가인들을 갱신거절 대상으로 선정한 기준이나 절차도 객관적, 합리적, 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가 각 갱신거절 당시 반드시 인원을 감축해야만 할 시급하고도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가운데, 강의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단기근로강사들을 최근 강의평가의 상대적인 순위에 따라 무조건 일정 비율(가령 하위 1, 2위) 일률적으로 재계약 거절 대상으로 삼는 것은 그 자체로 합리적이지 않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원고는 참가인들은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원하여 자발적으로 전임교원이 아닌 단기근로강사를 택하였으므로, 계속근로에 대한 기대의 보호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취지로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어학원의 단시간근로강사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상 기간제근로자(제2조 제1호)와 단시간근로자(제2조 제2호)의 지위를 겸하고 있는 근로자들로서, 단지 단시간 근로자의 지위를 겸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보호에서 배제될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참가인들과 같은 어학원 단기근로강사들이 실제로는 계속적이고 반복적인 계약갱신을 거쳐 장기간 근무하면서 계속근로에 대한 상당한 신뢰가 형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계약서상 계약기간이 1학기(8주)라는 이유만으로 8주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마다(1년에 6차례) 사용자 측의 경영사정에 따라 갱신거절을 당할 수 있게 된다면 굉장히 불안정하고 취약한 법적 지위에 놓이게 되므로, 위와 같은 경영상 이유의 불가피성 및 갱신거절 기준과 절차의 객관성, 합리성,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결코 완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원고와의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원고가 그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B, C씨에 대한 각 갱신거절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중노위의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