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20년 이상 도로로 사용했으면 나라 땅"
[민사] "20년 이상 도로로 사용했으면 나라 땅"
  • 기사출고 2021.09.1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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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자주점유 추정 함부로 부정 곤란"

국가가 20년 넘게 점유해 도로로 사용했다면 국가가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더라도 국가 소유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국가가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자주점유의 추정을 함부로 부정해선 안 되고, 따라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파주시 적성면에 있는 도로 125㎡에 관하여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보존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앞서 A씨의 증조부는 일제강점기인 1913년 9월 6일 파주시 적성면 마지리에 있는 대지 2,026평을 사정받았다. 이 토지에 관한 지적공부 등은 이후 6 · 25 전쟁으로 멸실되었다가 1961년 8월 1일 복구되었는데, 당시 일부 토지의 지목이 '도로'로 변경되어 도로 99㎡와 밭 1,932평, 대지 212㎡로 분할되어 있었다. 이후 밭 8평이 도로 26㎡가 됐다. 국가는 1996년 6월 도로 99㎡와 26㎡에 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증조부가 1962년 5월 사망, 공동상속인 중 1명으로 재산을 상속한 A씨는 도로 99㎡와 26㎡에 관한 국가 명의 소유권보존등기의 각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냈다. 국가는 이에 대해 "각 토지를 일제강점기부터 국도로 점유 · 관리하여 왔고, 적어도 1981. 3. 14. 국도로 노선지정이 된 때부터 도로로 편입되어 20년 이상 점유했으므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맞섰다.

1심 재판부가 "피고는 각 토지를 소유권 취득의 법률요건 없이 그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무단으로 점유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주자, A씨가 도로 99㎡에 관한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라며 항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그러나 8월 12일 "이 토지(도로 99㎡)에 대한 피고의 자주점유의 추정을 함부로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1다230991).

대법원은 먼저 "부동산 점유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않을 때에는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며, 이러한 추정은 지적공부 등의 관리주체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점유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점유자가 스스로 매매 또는 증여와 같이 자주점유의 권원을 주장하였으나 이것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원래 자주점유의 권원에 관한 증명책임이 점유자에게 있지 아니한 이상 그 주장의 점유권원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유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거나 또는 점유권원의 성질상 타주점유라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국가 등이 취득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점유의 경위와 용도, 국가 등이 점유를 개시한 후에 지적공부에 그 토지의 소유자로 등재된 자가 소유권을 행사하려고 노력하였는지 여부, 함께 분할된 다른 토지의 이용 또는 처분관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할 때 국가 등이 점유 개시 당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거쳐서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국가 등의 자주점유의 추정을 부정하여 무단점유로 인정할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일제강점기에 작성된 이 사건 사정토지 일대의 지적원도나 지형도에 사정토지 인근에 도로가 개설된 것으로 표시되어 있으며, 이후 작성된 항공사진, 지도, 위성사진을 보면 위 도로는 1974년경에는 지방도로, 1981년경에는 국도로, 2007년 이후에는 시도로 이용되어 왔던 것으로 확인된다"며 "사정토지의 지적이 복구될 당시 작성된 토지대장에 사정토지로부터 이 사건 토지가 분할되고 다른 부분과 달리 그 지목이 '도로'로 변경되어 기재된 것은 이 사건 토지가 위 도로의 일부로 편입되었기 때문으로 보여 사정이 그와 같다면, 피고가 일제강점기부터 이 사건 토지를 분할하여 도로로 점유 · 관리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비록 피고가 이 사건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이 토지를 피고가 점유하게 된 경위나 점유의 용도, 이 토지 및 그와 함께 분할된 다른 토지의 처분 · 이용 · 권리 행사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토지의 분할 및 지목변경 당시 피고 측이 소유권 취득을 위한 적법한 절차를 거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따라서 그와 같은 상황에서 이 사건 토지에 대한 피고의 자주점유의 추정을 함부로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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