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니티와의 2조원대 '풋옵션 분쟁', 교보 신창재 회장 판정승
어피니티와의 2조원대 '풋옵션 분쟁', 교보 신창재 회장 판정승
  • 기사출고 2021.09.06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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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 "풋옵션 매수, 이자 지급 의무 없다"

풋옵션 행사와 관련해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2조원대의 국제상업회의소(ICC) 서울 중재에서 중재판정부가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9월 6일 중재판정부는 신창재 회장이 어피니티 컨소시엄(어피니티에쿼티 파트너스, IMM PE, 베어링PE, 싱가포르투자청)이 제출한 주당 40만 9,000원에 풋옵션(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을 매수하거나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풋 행사가격을 40만 9,000원으로 제출하며, 이것이 신창재 회장의 지분을 포함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한 금액이라고 주장했으나 중재판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사진 제공=교보생명)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사진 제공=교보생명)

중재판정부는 또 신 회장이 주주간 계약상 'IPO를 위해 최선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조항을 위반했다는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주장에 대해서도, "2018년 9월 이사회에서 이상훈 이사를 제외한 다른 이사들이 모두 IPO 추진을 반대했다는 점에서 주주간 계약 위반 정도는 미미하며, 신 회장이 어피니티 컨소시엄에 손해배상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교보생명은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주장한 신 회장의 비밀유지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중재판정부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고 전했다.

분쟁의 시작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주당 24만 5,000원 · 1조 2,000억원 규모)를 매입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5년 9월 30일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IPO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 신 회장이 이 주식을 공정시장가치(FMV)에 대신 매입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신 회장은 IPO를 추진했지만, 약속된 기한을 넘겼고, 어피니티가 추가로 3년을 제시했지만 마찬가지로 IPO에 실패했다.

교보생명의 기업공개가 무산되자 어피니티 측은 사전에 약속한 대로 2018년 2조 122억원(1주당 40만 9,000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2012년 컨소시엄이 매입할 때보다 66.9% 높은 금액이었는데, 신 회장이 어피니티가 제시한 옵션 행사가격에 반발하면서 ICC 중재까지 가게 된 것이다.

2019년 3월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중재 신청으로 시작된 ICC 중재에서, 신 회장 측은 계속된 불황과 저금리 기조로 교보생명의 시장가치는 20만원대 중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고,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풋 행사가격이 신창재 회장의 지분을 포함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한 금액이라고 주장했으나, 중재판정부가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어피니티, "중재판정부, '풋옵션은 유효' 판단" 

어피니티 측은 그러나 9월 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중재판정부가 "풋옵션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며, 투자자 측이 승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신창재 회장 측은 중재 심리기일에서 '계약상 풋옵션 조항이 무효이기 때문에 본인의 가치평가기관 선임 절차를 밟지 않았다'라는 요지로 변론하였으나, 중재판정부는 계약상의 풋옵션 조항이 무효라는 신창재 회장 측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어피니티 측은 또 "신창재 회장이 주주간 계약에 따라 합의된 풋옵션 부여(기한내 미상장 시), 풋옵션 행사 시 가치평가를 위해 마련된 사전 절차 사항 등 관련 계약상 주요 의무를 위반한 점을 인정하고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중재 비용 전부 및 변호사비용 50% 부담, 그리고 신 회장 본인 비용 전부 부담을 명함으로써 신 회장이 책임있는 당사자임을 인정하였다"고 밝혔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30일 이내에 가치평가보고서를 제출할 본인의 의무를 위반하였고, 풋가격 산정을 위하여 (투자자 측에서) 선정한 딜로이트 안진은 공신력 있는 독립적 기관으로서 가치평가에 관한 독립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내용을 비교해보면, 신창재 회장이 어피니티 측이 제시한 주당 40만 9,000원에 풋옵션을 매수할 의무는 없지만, 풋옵션 자체는 유효하다는 것이 이번 중재판정의 요지로 이해된다. 풋옵션은 유효하지만, 어피니티가 제시한 풋옵션 가격은 너무 높다는 것. 때문에 양측 모두 '이겼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 것으로 보인다. 

광장 · 퀸 엠마누엘 vs 김앤장 · HSF

분쟁규모가 2조원이 넘는 이번 ICC 중재는 양측을 대리한 로펌간 대리전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신창재 회장을 법무법인 광장과 퀸 엠마누엘(Quinn Emanuel)이 맡아 방어에 나섰으며,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김앤장과 허버트 스미스 프리힐즈(Herbert Smith Freehills)가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