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36회 관세사 2차 시험 5개 문제 사설 학원 모의고사와 동일…불합격처분 취소하라"
[행정] "36회 관세사 2차 시험 5개 문제 사설 학원 모의고사와 동일…불합격처분 취소하라"
  • 기사출고 2021.09.0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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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시험 공정성 훼손 심각"

부정 출제 의혹이 인 2019년 제36회 관세사 2차 시험과 관련해 수험생들이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내 이겼다. 법원은 제36회 관세사 2차 시험 중 5개 문제가 사설학원의 모의고사 문제와 동일해 공개경쟁시험이 갖추어야 할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이종환 부장판사)는 8월 17일 제36회 관세사 2차 시험에 응시했으나 불합격 처분을 받은 수험생 5명이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89582)에서 이같이 판시, "2차 시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병철 변호사가 원고들을 대리했다.

제36회 관세사 2차 시험에 응시했던 수험생들 중 일부는 관세평가 과목 1번부터 4번 문제, 관세율표 및 상품학과목 2번 문제가 사설학원의 모의고사 문제와 완전히 동일하다는 취지로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이의를 제기했고, 일부 수험생은 관련 출제위원들을 형사고소했다. 출제위원인 교수 2명은 2020년 8월 관세사 시험 전문학원 원장으로부터 학원 모의고사 문제를 건네받아 일부 문구만 수정해 그대로 출제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 등)로 학원 원장과 함께 기소되어 현재 1심 재판이 계속 중이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99다33960 등)을 인용, "일반적으로 행정행위로서의 시험 출제업무에서, 출제 담당위원은 법령 규정의 허용범위 내에서 어떠한 내용의 문제를 출제할 것인가, 그 문제의 문항을 어떤 용어나 문장형식을 써서 구성할 것인가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재량권을 가진다. 다만 그 재량권에는 그 시험의 목적에 맞추어 수험생들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출제의 내용과 구성에서 적정하게 행사되어야 할 한계가 내재되므로 그 재량권의 행사가 그 한계를 넘을 때에는 그 출제행위는 위법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평가 과목 1번부터 4번 문제는 개별 문항별 배점을 특정한 것 외에는 관세사 시험 전문학원에서 출제된 2017년~2019년 모의고사 문제들과 사실상 동일하다고 보이고, 관세율표 및 상품학과목 2번 문제에서 보기로 제시하는 8가지 소자(elements)는 위 학원의 모의고사 문제의 보기와 약간의 표현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동일한 물품들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쟁점 문제들의 출제행위는 시험 출제업무에 관한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재량권을 남용하여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관세사 시험 전문학원의 모의고사 문제 및 답안을 학습한 경험이 있는 응시자는 그렇지 않은 응시자에 비하여 상당히 유리한 입장에서 시험을 치렀을 것이고,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취득하기 용이하였을 것"이라며 "관세사 2차 시험 시험이 기본적으로 개별 응시자의 평균점수를 기준으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절대평가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완전한 절대평가는 아니고 상대평가의 성격도 일부 가지고 있다), 위와 같이 특정 집단만 지나치게 유리해지는 방식으로 상당수 문제를 출제한 것은 공개경쟁시험이 갖추어야 할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로서는 해당 문제들에 대한 응시자들의 점수를 보정하거나 공정한 방식으로 해당 과목의 재시험을 치르는 등으로 출제행위의 위법을 사후적으로나마 시정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어야 할 것이고, 더구나 원고들은 해당 과목들 중 관세평가 과목을 제외하고는 40점 이하의 과락 점수를 받은 과목이 없다"며 "피고가 그러한 조치 없이 해당 문제들의 출제행위가 적법하다는 전제에서 그 채점 결과에 따라 원고들에 대하여 불합격으로 처리하는 각 처분을 한 것은 모두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원고들은 제36회 관세사 2차 시험에 응시했으나 모두 전 과목 평균 60점을 취득하지 못하였고, 원고들 중 3명은 관세평가 과목에서 40점 이상을 취득하지 못해 각 불합격 처분을 받았다. 2차 시험의 출제과목은 관세법, 관세율표 및 상품학, 관세평가, 무역실무 총 4 과목이고, 각 과목별로 6문항씩 주관식 논술형으로 출제된다. 2차 시험은 1차 시험과 마찬가지로 과목별로 100점이 만점이고 각 과목마다 40점 이상,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을 득점하여야 합격자로 결정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