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새벽에 도로에 누워있던 60대 취객 치고 달아나 숨지게 한 운전자, 항소심도 무죄
[교통] 새벽에 도로에 누워있던 60대 취객 치고 달아나 숨지게 한 운전자, 항소심도 무죄
  • 기사출고 2021.09.0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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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사고 당시 생존' 증명 안 돼

새벽에 도로에 누워있던 60대 취객을 치고 달아나 숨지게 한 혐의(도주치사)로 기소된 운전자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고 당시 이미 다른 질병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A(67)씨는 2018년 11월 30일 오전 3시 11분쯤 그랜저HG 승용차를 운전하여 울산 동구에 있는 도로를 진행하다가 도로 위에 누워있던 B(69)씨를 치고 그대로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사고 장소가 주택가 이면도로이고 인근 가로등과 건물에 전등이 켜진 상태였는데도 A씨가 전방을 제대로 살피지 않아 B씨를 치어 숨지게 했다며 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가 사고 당시 생존하고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사고 전날인 2018. 11. 29. 22:10경 자신의 주거지에서 자신의 처와 말다툼을 하던 중 그 말다툼 소리를 듣고 방문한 지인과 함께 주거지에서 100~150미터 정도 떨어진 노래방으로 이동하여 23시가 넘은 시간부터 다음날인 2018. 11. 30. 02:00경까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술을 마셨는데, 위 지인이 02:21경 먼저 귀가를 하고, 이후 피해자가 위 노래방에서 나와 사고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사고 당시 피해자가 69세로서 비교적 고령이었던 점, 당시 최저기온이 영상 4도 정도이고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던 점, 피해자가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지만 평소에 비해 과음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더하여 보면, 피해자가 사고 전에 급성관상동맥증후군, 뇌출혈 등 다른 질병에 의하여 쓰러져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고현장 부근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사고 당시 피해자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지만, 피고인이 운전한 차량이 피해자를 충격하고 역과하여 진행하는 장면이 확인되는데, 그 과정에서 사고 직전 피고인 차량의 엔진 소리, 피고인 차량이 피해자를 충격하는 소리, 앞바퀴, 뒷바퀴가 차례로 피해자를 역과하는 소리 등이 명확히 들리지만, 피해자의 비명, 신음소리 등 피해자가 생존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소리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사는 "피고인이 일으킨 사고 외에는 피해자가 사망할 만한 유형력의 개입이 없었던바, 피해자가 사고 당시 만취상태가 아니었고 두터운 패딩을 입고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그가 02:21부터 03:11까지 사이에 돌연사로 사망하였을 확률은 지극히 낮고, 교통사고분석 감정서에 의하면 피해자가 이 사고로 큰 충격을 받아 사망하였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울산지법 형사2부(재판장 황운서 부장판사)는 그러나 7월 23일 검사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1노243).

재판부는 "피해자가 2011년부터 사망하기 일주일 전인 2018. 11. 23.까지 총 73회에 걸쳐 받은 치료 내역 대부분이 원발성 고혈압과 고혈당증, 고지혈증, 심혈관기능이상, 흉통, 죽상경화성 심장병 등 심혈관계 질환에 관한 것으로, 피해자가 사고 당시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기왕증을 장기간 앓고 있었던 점까지 보태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사고 당시 생존하고 있었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