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 "동종업계에 널리 알려진 설계자료,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대상 아니야"
[지재] "동종업계에 널리 알려진 설계자료, 부정경쟁방지법상 보호대상 아니야"
  • 기사출고 2021.09.0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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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부산 대저대교 설계자료 제공 업체에 패소 판결

이미 건설업계에 널리 알려진 기술을 담은 설계자료는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차목에서 보호하는 아이디어정보에 해당하지 않아 부정경쟁방지법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차목은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그 제공목적에 위반하여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하여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 사용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나, 다만,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자가 제공받을 당시 이미 그 아이디어를 알고 있었거나 그 아이디어가 동종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1부(재판장 권오석 부장판사)는 S사가 아무런 보상 없이 대저대교 설계 아이디어를 사용,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라며 컨소시엄을 구성해 부산 식만~사상간 도로 공사의 기본설계 기술제안 입찰에 참가해 실시설계 용역업무를 수행한 롯데건설과 주식회사 유신, 한진중공업, 협성종합건업, 대성건설, 주식회사 영동 등 6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9가합565163)에서 이같이 판시, 최근 부정경쟁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유신은 S사에 1,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플랜에이 법률사무소가 S사를, 피고들은 법무법인 다래가 대리했다. 

S사는 2017년 8월 8일경, 롯데건설을 찾아가 부산 식만~사상간 도로 건설공사 중 대저대교를 시공함에 있어 S사가 보유한 '장경간 복합 강관 트러스(Steel Hybrid Truss, SHT) 거더교' 기술을 사용하는 경우 높은 구조강성, 우수한 내풍 성능, 수려한 미관, 우수한 시공성 등의 장점이 존재한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면서, S사가 이 기술을 사용하여 이미 실시설계를 완료한 국내 사례와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피고들은 이에 앞서 조달청의 부산 식만~사상간 도로 건설공사의 기본설계 기술제안 입찰에 참가하기 위해 롯데건설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상태였다.

롯데건설은 S사로 하여금 컨소시엄에서 설계업무를 맡고 있는 유신과 협의하도록 하였고, 이에 S사는 2017년 8월 14일부터 9월 7일까지 유신에 대저대교 경간분할안, 받침 반력산정 자료, 대저대교 주경간교에 대한 전산파일, 대저대교 개략 공사비, 강관트러스교의 절점부 상세해석 자료 등을 14회에 걸쳐 제공했다. 컨소시엄은 이 설계자료를 사용하여 작성한 기술제안서에 기초하여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었고, 이후 이 기술제안서를 토대로 실시설계 용역업무를 수행했다. S사는 "유신에 제공한 설계자료에는 ①V형 주탑, ②하현횡부재가 없는 X브레이싱, ③격점부 수치 해석, ④트러스 내부 보도 또는 자전거 도로 활용기술 등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기술적 아이디어가 담겨 있고, 컨소시엄은 이 아이디어정보를 사용하여 기술제안서를 작성해 실시설계적격자로 선정되었는데, 이후 S사에 시공 참여를 제안하거나 아무런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컨소시엄이 설계자료를 제공받아 이를 대저대교의 설계에 직 · 간접적으로 사용한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차목에서 정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20다220607)을 인용,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은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제공받은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아이디어를 정당한 보상 없이 사용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2018. 4. 17. 법률 제15580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2018. 7. 18. 시행)에서 신설된 규정으로, 아이디어 정보 제공이 위 차목의 시행일 전에 이루어졌어도 위 차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 행위가 그 시행일 이후에 계속되고 있다면 위 차목이 적용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에서의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아이디어정보의 보유자가 그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 경우인지 등에 따라 구체적 ·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다만,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자가 제공받을 당시 이미 알고 있었거나 동종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아이디어는 위 차목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이어 "①, ②, ④ 아이디어는 물론 유신이 기술제안서에 기재한 사각 단면 형상의 상현재를 사용하는 기술들은 모두 이미 동종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아이디어이고, 피고들이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유신에 제공한 ③ 아이디어, 즉 격점부 수치해석도 피고들이 그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아이디어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원고의 부정경쟁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이유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가 제공한 아이디어 중 ②, ③, ④ 아이디어를 사용했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다만, "컨소시엄에서 설계업무를 담당한 유신은 법률상 원인 없이 원고로부터 설계자료를 제공받음으로써 그 중 대저대교 설계를 위하여 활용한 내용들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수집하거나 산출하는데 들여야 할 시간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었으므로, 적어도 원고가 이 사건 설계자료 작성을 위해 투입한 직접 인건비 상당의 금원을 부당이득하였고, 원고는 동액 상당의 손해를 보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유신은 원고에게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 유신에 1,400여만원의 지급을 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