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해군 부사관 비공개 단톡방에서 '도라이'라고 상관 지칭했어도 상관모욕 무죄"
[형사] "해군 부사관 비공개 단톡방에서 '도라이'라고 상관 지칭했어도 상관모욕 무죄"
  • 기사출고 2021.08.2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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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정당행위 해당"

해군 부사관 동기생들만 참여한 비공개 단체채팅방에서 상관을 '도라이'라고 지칭한 글을 게시했어도 상관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즉흥적 ·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단체채팅방이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형법 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8월 19일 동기생들만 참여한 비공개 단체채팅방에서 상관을 지칭해 '도라이'라는 글을 게시했다가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된 해군 하사 A(여)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14576)에서 이같이 판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

해군 부사관 후보생으로 입대해 하사로 임관한 후 2019년 6월 1일부터 초급반 교육을 받고 있던 A씨는, 초급반 교육생들을 감독하는 생활관 지도관 B씨가 목욕탕 청소 담당 교육생들에게 과실 지적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여군 동기생 75명이 함께 사용하는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도라이 ㅋㅋㅋ 습기가 그렇게 많은데"라는 글을 게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유죄를 인정하자 A씨가 상고했다. 이에 앞서 피고인을 포함한 해군 부사관 동기생들은 2019년 6월 7일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개설하여 식사 당번, 면회 당직 등의 공지사항을 전달하거나 서로 고충을 토로하고 마찰을 해소하는 대화공간으로 활용하였다.

대법원은 "피해자는 피고인을 포함한 교육생 11명에게 2019. 7. 21.부터 같은 달 28.까지 목욕탕 청소를 지시하고, 위 기간에 양말을 신은 채로 목욕탕에 들어가 양말이 젖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목욕탕 청소상태를 검사한 후 물기 제거 상태가 불량하다는 등의 이유로 피고인에게 총 25점의 과실점수를 부과하였으며, 피고인은 누적된 과실점수로 인하여 외출 · 외박이 제한되기도 하였다"고 지적하고, "'도라이' 표현은 목욕탕 청소상태 점검방식 등과 관련된 피해자의 행동이 상식에 어긋나고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상관인 피해자를 경멸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모욕적인 언사라고 볼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 ①이 표현은 장마철에 습기가 많은 목욕탕을 청소하여야 하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피해자의 청소상태 점검방식과 그에 따른 과실 지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즉흥적이고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②이 단체채팅방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피고인을 포함한 해군 부사관 동기생들만 참여대상으로 하는 비공개채팅방으로, 교육생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한 목적으로 개설되어 교육생 신분에서 가질 수 있는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었고, 교육생 상당수가 별다른 거리낌 없이 욕설을 포함한 비속어를 사용하여 대화하고 있었던 점, ③당시 목욕탕 청소를 담당했던 다른 교육생들도 단체채팅방에서 피고인과 비슷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는데, 피고인의 '도라이' 표현은 단 1회에 그쳤고, 그 부분이 전체 대화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은 점, ④이 표현은 근래 비공개적인 상황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드물지 않게 사용되고 그 표현이 내포하는 모욕의 정도도 경미한 수준인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이 표현은 동기 교육생들끼리 고충을 토로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사이버공간에서 상관인 피해자에 대하여 일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에 불과하고 이로 인하여 군의 조직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가 문란하게 되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가 B씨를 지칭하며 사용한 '도라이'라는 표현은 형법 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