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이틀간 31시간 근무 후 뇌경색…회사 배상책임 60%"
[산재] "이틀간 31시간 근무 후 뇌경색…회사 배상책임 60%"
  • 기사출고 2021.08.2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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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휴게시간 보장 안 돼"

지속된 연장근무로 뇌경색 진단을 받은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은 데 이어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손해의 60%를 배상받게 됐다. 이른바 산재 손해배상 인정이다.

울산에 있는 제련소에서 기계설비 보수 관련 작업 등을 담당해 온 A씨는 2013년 8월 4일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1직 근무를 마친 후 2시간의 연장근무를 하고난 다음 오후 5시쯤 사업장을 나와 집으로 가기 전 밀면을 먹던 중 갑자기 심한 기침과 안면마비 증상이 발생하였고, 다음날인 8월 5일 심한 두통과 함께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음장해까지 나타나 인근에 있는 대학병원을 찾아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이후 A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2013년 8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요양승인을 받았으나, 요양종결 후에도 병이 호전되지 않자 2016년 3월 재요양승인을 받아 현재까지 요양 중이다. A씨는 이와 별도로 회사를 상대로 2억 9,4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2019가단113511)을 냈다. 

울산지법 진현지 판사는 8월 11일 회사의 책임을 60% 인정,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3,000만원 포함 5,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박영준 변호사가 A씨를 대리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일 인용,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 · 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다47129 판결 참조),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참조)"고 밝혔다.

진 판사는 "이 사건 재해 무렵 노후설비 교체 및 보수를 위한 셧다운 기간(2013. 7. 1.~ 2013. 8. 31.) 동안 정해진 물량 달성을 위하여 원고는 2013. 7. 31.부터 2013. 8. 1.까지 연속연장근로를 포함하여 31시간 동안 근무하는 등 재해발생 1주일 이내의 업무량 내지 업무시간이 30% 이상 증가된 점, 원고 재해발생일 전날은 야간 0.5시간을 포함하여 8시간의 연장근무를 하였고, 재해발생일 당일에도 약 2시간의 연장근무를 수행한 점, 원고는 원칙적으로 주 5일, 1주 단위 3교대 근무를 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대체근무 등의 사정으로 6일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이고, 피고의 취업규칙상 1직 근무자는 12:00~12:30/12:30~13:00, 2직 근무자는 18:00~18:30/18:30~19:00, 3직 근무자는 01:00~01:30/01:30~02:00로 각 1시간의 휴게시간을 가지도록 되어 있는데 위와 같은 휴게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업무상 과로 또는 스트레스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근무 형태 역시 고려되어야 하고 원고와 같이 생체리듬과 달리 3교대 형태로 근무를 하는 근로자는 육체적인 근무 강도 등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피로를 느끼게 되는 점, 과로 및 스트레스는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환자에게 뇌경색증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는 증가한 업무량으로 인한 지속적인 과로로 인하여 재해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진 판사는 다만, "원고는 피고에게 자신의 건강상태를 적극적으로 알려 업무를 경감 받거나 필요한 휴식을 얻으려는 시도를 하였어야 함에도 그와 같은 조치 없이 야간근무와 연장근무를 계속하였고, 원고가 2012~2013년 뇌경색증 등으로 진료를 받기는 하였으나, 위 증상의 개선을 위하여 생활습관 개선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회사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