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필로폰 교부' 압수영장으로 압수한 소변ㆍ모발, '투약' 증거로 사용 가능
[형사] '필로폰 교부' 압수영장으로 압수한 소변ㆍ모발, '투약' 증거로 사용 가능
  • 기사출고 2021.08.2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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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객관적 관련성 있어"

필로폰 교부 혐의로 발부된 압수수색영장으로 압수한 소변과 모발을 투약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객관적 · 인적 관련성이 있어 위법 수집 증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7월 29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21도3756)에서 이같이 판시, 필로폰 투약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필로폰 수수 혐의만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필로폰 투약 혐의도 유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7월 11일 오전 11시와 7월 16일 오전 11시 30분쯤 아산시 노상에 주차된 자신의 봉고트럭 안에서 일회용 주사기에 담겨 있는 필로폰 약 0.07그램과 0.14그램을 B씨에게 건네주고, 9월 11일 아산시의 한 병원 화장실에서 필로폰 약 0.05그램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에게 필로폰을 교부한 혐의로 A씨를 수사하던 경찰은 2020년 9월 11일 A씨를 체포하면서 압수영장에 따라 A씨로부터 소변 50㏄와 모발 60수를 함께 압수했는데, 압수한 소변과 모발에서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고 A씨가 필로폰 투약 사실을 자백, 검찰이 필로폰 수수와 투약 혐의를 모두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그런데 경찰이 발부받은 압수영장에는 'A씨가 B씨에게 무상으로 필로폰을 교부하였다'는 혐의사실만 적혀 있어 A씨의 모발과 소변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인지가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2020. 9. 11.자 필로폰 투약 부분 공소사실과 압수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 간에 객관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바, 압수영장에 따라 압수한 피고인의 소변 및 모발과 그에 대한 마약감정서 등은 압수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거나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을 자백하고 있고, 위 증거들을 제외한 수사보고(필로폰 투약부위 사진 첨부) 및 첨부 사진은 위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로 삼기에 충분하다"며 필로폰 수수 혐의와 함께 투약 혐의도 유죄를 인정, A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압수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하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거나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며 투약 혐의는 무죄로 판단, 징역 1년 4월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다시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먼저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하였을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으나, 압수 · 수색의 목적이 된 범죄나 이와 관련된 범죄의 경우에는 그 압수 · 수색의 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압수 · 수색영장의 범죄 혐의사실과 관계있는 범죄라는 것은 압수 · 수색영장에 기재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고 압수 · 수색영장 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이 압수할 물건으로 피고인의 소변뿐만 아니라 모발을 함께 기재하여 압수영장을 발부한 것은 영장 집행일 무렵의 필로폰 투약 범행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투약 여부까지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피고인이 압수영장의 혐의사실인 필로폰 교부 일시 무렵 내지 그 이후 반복적으로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증명되면 필로폰 교부 당시에도 필로폰을 소지하고 있었거나 적어도 필로폰을 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의 증명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압수한 피고인의 소변 및 모발은 압수영장의 혐의사실 증명을 위한 간접증거 내지 정황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압수영장의 혐의사실로 피고인의 필로폰 교부의 점만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법원이 위 영장의 '압수 · 수색 · 검증을 필요로 하는 사유'로 '필로폰 사범의 특성상 피고인이 이전 소지하고 있던 필로폰을 투약하였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어 필로폰 투약 여부를 확인 가능한 소변과 모발을 확보하고자 한다'라고 기재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부분 공소사실이 압수영장 발부 이후의 범행이라고 하더라도 영장 발부 당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범행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압수영장에 의하여 압수한 피고인의 소변 및 모발과 그에 대한 감정 결과 등은 압수영장의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고, 나아가 압수한 소변 및 모발 등으로 밝혀진 필로폰 투약 공소사실은 압수영장의 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의 범행인 것을 넘어서서 구체적 · 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경우로서 객관적 · 인적 관련성이 인정되므로, 압수한 소변 및 모발 등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심이 압수영장의 혐의사실과 이 부분 공소사실(투약 혐의) 사이에 연관성이 없으므로 압수영장에 의하여 압수된 피고인의 소변 및 모발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고, 그에 기초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들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압수 · 수색에 있어서의 '관련성',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