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환경산업기술원본부장 공모 탈락 후 좌천성 인사 예상되자 극단적 선택…산재"
[노동] "환경산업기술원본부장 공모 탈락 후 좌천성 인사 예상되자 극단적 선택…산재"
  • 기사출고 2021.08.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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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불공정하게 진행…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 발병"

환경부 산하 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본부장 공개모집 절차에서 탈락한 후 좌천성 인사가 예상되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극단적 선택을 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간부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8월 12일 본부장 공개모집 절차에서 탈락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간부 A씨의 배우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61584)에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30년 넘게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근무한 A씨는 2018년 5월경 상임이사 직위인 환경기술본부장 공개모집에 지원, 청와대 인사검증까지 거쳐 최종 후보 2명에 들었다. A씨는 그러나 같은 해 7월 간부회의에서 "환경부장관은 환경기술본부장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이 목적이고, 원내에는 충족하는 사람이 없어 다시 임용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자신의 수첩에 '자괴감을 느낀다. 지난 12년간 기술원에서 일할만큼 했다.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와 같은 글을 남겼다.

이후 본부장 임명절차가 이뤄지고 있지 않던 상황에서 A씨의 전보가 검토되자, A씨는 인사팀장에게 '(전보가 검토되는 곳에) 다시 가는 것은 사람을 완전 무시하는 것'이라며 강한 거부의사를 표시했다. A씨는 진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18년 11월 초순경부터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고, 같은 달 중순부터 스트레스로 10일 동안 출근하지 못 하였으며, 수면장애와 우울감 등을 호소하며 입원치료까지 받았다. A씨는 급기야 같은 해 12월 4일 오후 '인사권자와의 생각 차이에 따른 자괴감, 모멸감 등'을 표시한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이 A씨의 배우자에게 '통상 공개모집 과정에서 탈락에 따른 충격과 고통은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부분으로, 고인의 사망에는 업무상 요인보다 성격 등 개인적인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하였다'는 사유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하자 A씨의 배우자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고인이 지원한 환경기술본부장 심사절차가 통상적인 공개모집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30년 넘게 환경부 또는 그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기술원)에서 근무하였던 고인으로서는 좌천성 인사까지 예상되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고인은 본부장 인사 등과 관련하여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우울증세가 발현되었고,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업무상 재해가 맞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고인은 실제로 불면증, 우울증상 등이 발생하여 출근하지 못하면서 자살 충동까지 느끼며 입원치료를 받았고, 달리 가정적 · 경제적 문제 등 자살에 이를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은 당시 환경기술본부장 자리에 자신이 내정한 추천자를 임명하기 위해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한 후보자 추천 절차를 형해화 하여 서류 · 면접심사 업무를 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했다는 등의 혐의로 2021년 2월 9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