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4 · 15 총선 직전 재난지원금 지급했어도 선거무효 아니야"
[선거] "4 · 15 총선 직전 재난지원금 지급했어도 선거무효 아니야"
  • 기사출고 2021.08.2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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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선거에 관한 규정' 위반 사실 없어

2020년 4월 15일 실시된 21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에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민들에게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은 선거무효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8월 19일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추천으로 대전 유성구갑과 유성구을에 각각 출마했다가 낙선한 장동혁, 김소연 후보가 유성구 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낸 국회의원선거 무효소송(2020수6137)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국회의원선거 무효소송은 대법원 단심으로 진행된다.

변호사인 장동혁, 김소연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있는 대전시와 유성구가 선거 직전에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은 권력을 이용한 금권선거에 해당하므로 제3자에 의한 선거과정상의 위법행위"라며 "피고가 이에 대하여 적절한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고 묵인 · 방치하여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으므로 선거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재난지원금 지급이 선거무효의 사유가 되는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공직선거법 224조에 따르면, 소청이나 소장을 접수한 선거관리위원회 또는 대법원이나 고등법원은 선거쟁송에 있어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 있는 때라도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하여 선거의 전부나 일부의 무효 또는 당선의 무효를 결정하거나 판결한다.

대법원은 먼저 "원고들이 주장하는 코로나 재난지원금은 관련 법령에 근거하여 각각의 지급요건을 충족하는 관내 선거인이 포함된 주민들에게 지급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대전광역시나 대전광역시 유성구가 법령에 근거하여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행위는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은 누구든지 선거에 관하여 후보자 또는 그 소속정당을 위하여 기부행위, 즉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 등에게 금전 · 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 등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112조 1항, 115조). 다만,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사업계획과 예산으로 행하는 법령에 의한 금품제공행위나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긴급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하여 자체사업계획과 예산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명의로 금품이나 그 밖에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는 기부행위로 보지 아니한다(112조 2항 4호 가목, 마목).

이어 "코로나 재난지원금 지급 행위가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대전시나 유성구가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고 원고들을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공권력을 남용하여 선거 직전에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였다면 제3자에 의한 선거과정상의 위법행위에 해당할 수도 있으나, 대전시나 유성구가 선거 직전에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선거인들에게 지급한 행위가 더불어민주당의 후보자들을 당선되게 하거나 원고들을 당선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오히려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도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조속히 지급할 것을 촉구하고 있었던 점, 코로나 재난지원금이 대전광역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방식으로 지급된 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추천 후보자에 대한 투표를 조건으로 지급된 것이 아닌 점 등을 아울러 살펴보면 대전시나 유성구가 선거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선거인들에게 코로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선거에는 제3자에 의한 선거과정상의 위법행위가 존재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하여 피고에게 책임을 돌릴만한 선거의 관리나 집행의 잘못이 있다거나 이로 인하여 선거의 공정이 현저히 저해되었다고 볼 증거도 없다"며 "따라서 이 선거에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 없으므로, 그로 인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04수54 등)을 인용, "선거소송에서 선거무효의 사유가 되는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에는 선거관리의 주체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사무의 관리집행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뿐만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자 등 제3자에 의한 선거과정상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적절한 시정조치를 취함이 없이 묵인 · 방치하는 등 그 책임에 돌릴 만한 선거사무의 관리집행상의 하자가 따로 있는 경우와 후보자 등 제3자에 의한 선거과정상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선거인들이 자유로운 판단에 의하여 투표를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선거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이 현저히 저해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