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훈 변호사의 미국재판 방청기
김향훈 변호사의 미국재판 방청기
  • 기사출고 2021.08.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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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증거 안 받고, 증인 · 당사자본인신문 활발
신문 대비해 소액사건도 대부분 변호사 선임

미국을 여행 중인 법무법인 센트로의 김향훈 변호사가 페친인 김원근(Weon Kim) 미국변호사와 함께 미 버지니아주에 있는 페어팩스 카운티 법원(Fairfax County Circuit Court)에서 진행된 청구금액 6,000달러(한화 약 700만원)의 소액재판을 방청한 후 8월 11일 <미국재판 방청기>란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게재해 많은 사람으로부터 공감을 받고 있다. 김향훈 변호사는 김원근 변호사의 안내와 함께 설명을 들으며 "명변론을 감상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였다"고 소개하고, "재판 당일 증인신문과 당사자본인(원고 · 피고)신문까지 하고 바로 선고하니까, 마치 한편의 독립영화를 본 것 같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국을 여행 중인 김향훈(좌) 변호사가 김원근 미국변호사와 함께 페어팩스 카운티 법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함께 이 법원에서 진행된 소액재판을 방청한 김향훈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미국재판 방청기'라는 이름으로 미국과 한국의 재판을 비교한 글을 게시해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미국을 여행 중인 김향훈(좌) 변호사가 김원근 미국변호사와 함께 페어팩스 카운티 법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함께 이 법원에서 진행된 소액재판을 방청한 김향훈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미국재판 방청기'라는 이름으로 미국과 한국의 재판을 비교한 글을 게시해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김향훈 변호사에 따르면, 이날 재판은 2회째 기일로, 1시간 30분 정도에 걸쳐, 원고 · 피고 당사자본인신문과 증인신문을 진행하고, 15분 정도 휴정한 뒤 바로 판결을 선고하였다. 판사가 판결이유를 구두로 낭독하고 결론(주문)을 말하였다. 김향훈 변호사의 포스팅 내용을 토대로 사건 및 재판 진행 경과와 김 변호사의 소감을 그대로 소개한다.

<사건 내용>

-원고는 우연히 만난 50대 한국 남성(피고, 집수리 기술 있음)을 친아들처럼 여기며, "코로나로 어려우니 보태 쓰라"고 6,000불을 주었다. (나중에 피고가 집을 팔아 목돈이 생기면 갚으라는 조건과 함께) 그 뒤로 그 아들같은 남자에게 수시로 집수리를 맡기고 심부름도 시켰는데 지붕수리가 맘에 안들었고, 다른 사람에게 따로 돈을 들여 결국 지붕수리를 완료했다고 주장했다.

-원고는 (빌려준) 돈 6,000불을 갚으라고 대여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는 실제로 집을 팔았기에 원고는 자기 돈을 받아야겠다고 생각!)

-피고는 "인부를 데려다가 집수리를 하느라 실비가 더 들었다. 오히려 내가 더 받아야 한다"고 맞서며 반소(Counterclaim)를 제기하였다.

재판에선 양측의 공방과 변호사들의 반대신문, 증거제출 및 그에 대한 objection(이의신청)이 오갔고, 6,000불을 지급할 때 현장에 있었던 제3자, 원고 건물에 세들어 있는 외국인이 증인으로 나왔다. (한국 같으면 이러한 소액사건에서 증인을 2명씩이나 부르지 않는다) (집수리) 공사에 관련된 사진들도 그 자리에서 법정에 제출되었다.

10분간 휴정한 뒤 판사가 결론을 내렸다.

"양측의 주장과 증거를 살펴보니, 대여계약서는 없지만 돈은 갚아야 하는것으로 판단된다. 피고와 원고간에 집수리계약서도 없지만 주장과 증거로 볼때 계약은 존재하고 실제 집수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집수리한 대금은 이러 저러한 점을 볼때 4,200달러가 적당하다. 그러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6,000달러에서 4,200달러를 공제한) 1,800달러를 지급하라. 갚는 날까지 이자는 6%,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항소해도 되나, 가급적 항소하지 말고 분쟁을 이걸로 끝내길 바란다."

피고는 위 결론에 수긍하고 곧바로 1,800불을 지급하겠다고 하였다. 원고 측의 입장은 잘 모르겠다.

김향훈 변호사는 "재판 도중 내 머리속의 결론도 판사와 거의 같았는데, 다만 피고가 실제로 일한 금액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산정할 것인가가 궁금하였다"며 "피고를 신문하는 도중에 그러한 집수리 시 통상적으로 얼마의 일당과 실비가 드는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있었는데, 재판부가 이를 기초로 적절히 판단한 것 같았다"고 포스팅에서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경우 집수리에 관련해서 적절한 일당과 실비는 이 분야에 전문가가 증언을 해주어야 하는데 피고가 집수리를 오래한 경험이 있어서 판사는 피고의 증언을 근거로 인정해준 것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변호사가 이 재판을 방청하며 느낀 '인상깊은 점'으로, 페이스북에 그대로 게시되어 있다.

1. 증인신청과 당사자본인신문을 원칙적으로 받아주어 매우 활발하게 주장과 공방이 이루어졌다. 사건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본인들, 즉 원고와 피고들에게 직접 묻고 듣는 당사자본인신문이야말로 진실발견의 제1보인데 한국은 이걸 거의 안한다.

2. 증인의 증언과 증거에 대한 상대방 변호사의 objection이 수시로 있었고, 재판장이 overruled 또는 sustain으로 즉시 결정하였다.

3. 판사가 입장할 때 다른 사람들은 모두 기립하였다. 그러나 변호사나 일반시민이 법정에서 뒷문으로 나갈 때, 재판부를 향해 꾸벅 인사하고 나가는 관습은 없다고 한다(나는 오래전부터 이 행동이 매우 비굴하게 보인다고 생각하였다).

4. 전반적인 법원 모습은 한국과 거의 비슷한데, 법정의 권위가 좀 더 있어 보였다. 배치나 크기 색깔 등이.

5. 법원서기들이 재판장과 같은 높이로 우측 구석에 앉아 있었다. 한국에서는 법원서기가 재판장 아래에 앉는다. (법원에서 관리하는 기록이 간단하기 때문에-우리나라에서 보는, 기록을 법정에 가지고 들어오는 법원서기 모습은 볼수 없다고 한다)

6. 법정 경위가 팔뚝이 겁나게 굵고, 등빨이 있는 흑인 남성이었다. 무서웠다.

7. 변호사들은 모두 양복에 넥타이를 하고 있었다. 서류와 가방을 들고 다니는 모습은 한국변호사와 비슷. 다만 판사 앞에서 변론할 때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짝다리 짚고 말하는 모습도 가끔 눈에 띄였다.

8. 변호사 중에 왼손으로 글씨 쓰는 사람이 2명 보였다.

9. 교통사고 사건에서 경찰관이 증언하고 가는 것도 보았다. 증인신문이 매우 자유롭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보는 경찰관의 교통사고 실황조사서 기타 경찰관이 작성한 문서는 모두 Hearsay Evidence 즉, 전해들은 전문증거라서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고 경찰관이 법원에 직접 나와서 증언을 한다고 한다-물론 필요한 쪽에서 소환을 해야 한다)

10. Answer the question! 한국인들은 질문을 받으면 즉답을 안 하고, 장황한 배경설명부터 한다. 감정까지 섞어가면서. 증인석에 선 당사자들(원고, 피고)이 그랬다.

질문: 피고는 원고로부터 집수리요청을 받고 공사를 했나요?

답변 : 제가 요청도 없는데, 그냥 막 공사를 할 수는 없잖습니까? 안 그래요? 참.

질문 : 그래서 결국 원고가 공사 요청을 했다는 겁니까? 안했다는 겁니까?

답변 : 아. 했지요!

뭐 이런식이다. 일반인들끼리 라면 그냥 대충 이해하고 넘어갈 상황이지만, 최종 판단을 요하는 법정에서는 이러한 애매한 답변은 용납이 안된다.

참다 못한 재판장은 "Answer the question!"을 수차례 외쳤다. '질문'에 답변을 하라, 제발 '답변'을 먼저 하라! '결론'부터 얘기하라! Yes or No로 답변을 시작하라.

'금액'을 물어보면 장황한 딴 얘기하지 말고, '얼마'인지 먼저 답변하고, 그 다음에 왜 그 금액인지를 '설명'하라!

이건 영어와 한국어의 문장구조의 차이, 국민들의 언어습관과 사고방식, 그리고 행동양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산업화시대와 정보화사회에서는 영어 문장구조처럼 '결론'부터 말하는게 훨씬 합리적, 효율적이다.

김원근 변호사에 따르면, 미국의 1심재판에서는-소액사건뿐 아니라 합의사건에서도-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재판 당일 결정을, 결론을 내버린다.

변론이 모두 종결되면 판사가 잠시 휴정을 하는데 그 시간에 판사는 본인방에 들어가 결정에 필요한 몇 가지 자료를 찾아본다. 주문과 이유를 모두 말로 법정에서 하고 주문은 케이스 File에 메모를 한다. 물론 특별한 이슈가 있거나 선례가치가 있으면 결정문을 따로 작성하는데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소액사건에서는 원칙적으로 Discovery를 하지 않는다.

미국의 법원에서는 소액사건이라도 대부분 변호사를 선임한다. 그 이유는 일단 법원에서 판사가 당사자에게 어떤 것도 알려주지 않고 본인더러 다 알아서 하라고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당사자 본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항상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전문증거 배제법칙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만약 상대방이 변호사가 있다면-전문증거 혹은 전문증언을 법원에 제출하지 못하여 패소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비해야 한다.

당사자 본인이 증언을 하지 않을 경우 승소를 하기 어렵다고 한다.

또 판사는 당사자가 소환하는 혹은 법정에 데려오는 증인들의 증언을 모두 들어준다-이에 대한 이의는 상대방이 하는 것인데, 상대방이 이의가 없는 경우-다만, 증인은 케이스 관련 이슈에 관하여 직접 목격하여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판사가 신뢰하지 않고 혹은 상대방에서 바로 이의해서 증언을 못하게 한다.

정리=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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