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한전의 기자재 공급 유자격자 등록정지는 행정소송 대상"
[행정] "한전의 기자재 공급 유자격자 등록정지는 행정소송 대상"
  • 기사출고 2021.08.1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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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입찰참가자격제한과 같은 효과 있어"

한전의 기자재 공급 유자격자 등록정지는 행정처분에 해당, 이에 대해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7월 22일 인천에 있는 배전반, 송전선 보호반 등의 부품 제조업체인 A사가 "기자재 공급 유자격자 등록정지 6개월 처분을 취소하라"며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76609)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정진이 A사를, 한전은 법무법인 혜승이 대리했다.

A사는 한국전력공사의 '기자재 공급자 관리지침'(공급자 지침)에 따라 154kV 디지털변전소 운영시스템 등 10개 품목에 대해 한전으로부터 공급 유자격자로 등록되었으나, 2019년 10월 25일 본점 소재지를 인천의 다른 구로 옮기고, 생산 공장도 규모를 확장하여 이전하였으나, 공급자 지침에 따른 유자격 공급자 등록사항의 변경등록 신청을 30일 기한 내에 하지 못했다가, 한전으로부터 '공장을 이전한 경우 공급자 지침에 따라 30일 이내에 변경등록 신청을 하여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사유로 유자격자 등록정지 6개월의 제재를 받자 소송을 냈다. 한전은 중요 기자재에 대한 입찰사무의 효율적 집행을 위한 공급 유자격자의 등록과 등록된 공급자의 관리 업무를 위해 공급자 지침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 

한전은 먼저 "이 사건 제재는 A사와 체결한 계약에 근거한 것으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는 공공기관운영법 제5조 제4항 제1호에 따른 시장형 공기업으로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할 수 있는 행정청에 해당하고, 피고가 조달하는 중요 기자재 중 일부 품목을 신뢰품목으로 지정하고 이러한 신뢰품목에 대하여는 공급자 지침에 따라 등록된 유자격자에 대하여만 입찰 기회를 부여하므로, 등록정지 등 제재는 입찰기회를 박탈하는 것이어서 상대방에게는 입찰참가자격제한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가 원고의 유자격자 등록을 정지하는 것은 지정된 신뢰품목의 공급에 있어 원고의 참여를 제한하는 것으로,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처분의 적법 여부.

재판부는 "피고는 입찰을 통한 계약체결에 관하여 내부적으로 지침을 마련하여 운용할 수 있고(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3항, 공기업 · 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19조 제2항, 피고 계약규정 제8조 제3항), 공급자 지침은 그러한 지침으로서 피고 내부 규칙에 해당하나, 공급자 지침이 원고와의 공급계약에 포섭되었다고 볼 증명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는 신뢰품목 유자격 공급자 등록에 있어 공급자의 공장 주소지를 주요한 요소로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이에 의하면 유자격 공급자가 그 공장이전에 관한 변경승인 신청 절차를 게을리 한 것은 상대적으로 경미한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데, 공급자 지침은 사전에 승인되지 않은 핵심부품을 사용한 경우, 필수 제조설비를 타사에 임대한 경우, 등록되지 않은 공장에서 물품을 제조한 경우, 2회 연속 품질등급 최하위 등급을 받은 경우, 1차 성능확인 시험에 불합격한 경우, 감사에서 요구된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등 비교적 중한 위반행위와 동일한 처분기준을 정하였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공급자 지침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공장 이전에 관한 변경승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유자격자 등록정지 6개월의 처분을 하였으나, 이 처분은 피고가 갖는 유자격자 등록정지에 관한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A사는 2020년 6월경 공장을 추가 준공하고 이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공급자 지침 의무 위반을 알게 되어 곧바로 변경승인 신청 절차를 이행했고, 그 후 시행된 한전의 품질 검사에서 제품에 하자 등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