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30회 공인중개사 1차 '부동산학개론' 11번 문제 '정답 없어'…불합격처분 취소하라"
[행정] "30회 공인중개사 1차 '부동산학개론' 11번 문제 '정답 없어'…불합격처분 취소하라"
  • 기사출고 2021.08.1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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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불합격 117명에 승소 판결

'정답이 없다'는 논란이 일었던 제30회 공인중개사 1차 시험 문제에 대해 법원이 출제 오류를 인정, 응시자 모두 맞힌 것으로 처리하고, 그 결과 합격점수에 든 불합격자들의 불합격처분을 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유환우 부장판사)는 7월 9일, 2019년 10월 26일 시행된 제30회 공인중개사 1차 시험에 응시했다가 불합격한 A씨 등 117명이 "불합격처분을 취소하라"며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73952)에서 "불합격처분을 취소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논란이 인 문제는 '부동산학개론' 과목 11번 문제로, '부동산에 관한 수요와 공급의 가격탄력성에 관한 설명으로 틀린 것은?(단, 다른 조건은 동일함)'이라는 객관식 문제였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밝힌 정답은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완전탄력적일 때 수요가 증가할 경우 균형가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①번 지문. 그러나 ①번 이외의 다른 번호들을 정답으로 선택해 이 문제가 오답 처리돼 1차 시험에 불합격한 A씨 등은 "문제의 정답으로 발표한 ①번 지문도 옳은 설명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문제의 각 지문 중에서 틀린 설명은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이 사건 문제는 정답이 없어 출제 오류에 해당하는바, 피고로서는 모든 응시자들이 정답을 맞힌 것으로 처리하여야 한다"며 "이 경우 원고들의 두 과목 합산 점수는 모두 120점이 되어 합격기준을 충족하므로, 원고들을 불합격 처리한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먼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불합격처분의 취소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11번 문제에 정답이 없다는 응시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먼저 "전문가들의 의견은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완전탄력적일 때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수평선인 수요곡선이 상방으로 이동하지 않으므로 균형가격이 변동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해당 문제의 ①번 지문은 옳은 설명에 해당하고, 위 ①번 지문이 옳은 설명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내용 및 그 정도가 다른 ②번 내지 ⑤번 지문과 비교할 때 현저히 뒤떨어진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어 일반 응시자들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 문제의 정답으로 ①번을 선택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의 출제자의 의도는 응시자가 수요량의 증가와 수요의 증가의 차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나,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완전탄력적인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수요량의 증가와 수요의 증가가 개념적으로 구분되지 아니하다는 점을 출제자가 간과하였음이 명백한바, 이로 인하여 응시자들이 출제자의 의도 파악이나 정답 선택에 상당한 장애를 받았다고 봄이 상당하고, 객관식 시험 문제의 특성상 출제의도와 답항 선택의 지시사항은 시험문제 자체에서 객관적으로 파악 · 평가되어야 하고 특별한 사정도 없이 문언의 한계를 벗어나 임의로 출제자의 숨겨진 주관적 출제의도를 짐작하여 판단할 수는 없다"며 "그렇다면 이 문제의 하자는 평균 수준의 수험생으로 하여금 정당한 답항을 선택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정답 없음으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문제에 관하여 모든 응시자들이 정답 없음으로 처리될 경우, 원고들의 두 과목 합계 점수는 120점에 해당하게 되어 합격기준을 충족하게 되는바, 결국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불합격처분은 위법하므로 모두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공인중개사 1차 시험은 '민법 및 민사특별법' 과목과 '부동산학개론' 과목으로 구성되는데, 각 과목은 40문항 100점 만점(1문항 당 2.5점)으로 출제되며 각 과목에 대하여 40점 이상, 두 과목 평균 60점 이상(합산 점수 120점 이상)을 득점해야 합격자로 결정된다. 원고들은 각 과목에 대하여 40점 이상을 취득했으나, 두 과목 합산 점수가 117.5점(평균 58.75점)으로 합격기준에 미달해 불합격처분을 받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