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은 세종의 'One Team' 변호사들
[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은 세종의 'One Team' 변호사들
  • 기사출고 2021.08.17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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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SKB에 망 사용료 지급의무 있다"

"넷플릭스는 에스케이브로드밴드에게 적어도 연결에 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

지난 6월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재판장 김형석 부장판사)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청구를 기각했다. 글로벌 CP(Content Provider)의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즉,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에 대한 망 이용대가 지급의무를 인정한 첫 판결로, 법무법인 세종의 강신섭 대표변호사와 김태훈, 하태헌, 이숙미, 정은영, 백상현, 유한석, 강신욱, 황정현, 김현이 변호사 등 송무팀과 TMT팀의 10명의 변호사가 이 의미 있는 판결을 받아낸 승소의 주인공들이다.

지난해 4월 소장 접수

리걸타임즈가 세종 변호사들을 만나 이번 승소 판결의 의미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재판부의 구체적인 판단에 대해 들어보았다. 소송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극성을 부리던 지난해 4월 처음 소장이 접수되어 1년 2개월 만에 1심 판결이 나왔다. 코로나19로 언컨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넷플릭스의 OTT 서비스 등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ISP와 CP들 사이의 오래된 이슈인 망 사용료 지급의무에 대해 법원이 명쾌한 판단을 내놓은 셈이다.

"해외에서도 망의 유상성을 전제로 한 판결은 존재하였으나, 명시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인정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우리 법원이 이를 명백히 인정한 국제적으로도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넷플릭스 vs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소송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법무법인 세종의 하태헌(좌), 정은영 변호사가 판결의 의미, 재판부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넷플릭스 vs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소송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법무법인 세종의 하태헌(좌), 정은영 변호사가 판결의 의미, 재판부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B 측 대리인으로 이번 소송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변호사 중 한 명인 세종의 하태헌 변호사는 "글로벌 CP들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대가 지불을 거부하면서 역차별, 기울어진 운동장 등으로 비유되는 문제들이 발생하였는데, 이번에 법원이 글로벌 CP들이 무상으로 국내 ISP의 망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여 국내 ISP가 망 이용대가를 징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거듭 이번 판결이 갖는 의의를 강조했다. 간단하게 말해, 만일 이번 판결과 달리 글로벌 CP들이 망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면,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디즈니 플러스나 이미 한국에 진출해 사업을 하고 있는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업체들이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옴으로써 추가적인 망 증설 등 트래픽 폭주로 인한 국내 ISP들의 부담을 덜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게 된 것이다.

송무팀과 TMT팀의 여러 명의 변호사가 투입된 세종 변호사들 내부의 협업은 물론 고객과의 소통을 담당하며 활약한 정은영 변호사는 또 "넷플릭스와 같은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CP가 적정한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이러한 CP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한 비용은 결과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다수의 이용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인터넷 생태계나 시장의 질서를 확립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획기적인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변호사는 "글로벌 CP의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망 사용료 지급 거절로 인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OTT 시장에 질서를 세우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의의가 큰 판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따르면, 글로벌 CP들 중 구글은 금전으로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국내 ISP들과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여 국내 ISP들에게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망 사용료의 지급을 대체하고 있다.

'망 중립성' 논의와는 별개

재판부는 "원고 넷플릭스는 피고 SKB를 통하여 인터넷 망에 접속하고 있거나 적어도 피고로부터 피고의 인터넷 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며 "원고들은 피고에게 적어도 피고로부터 피고의 인터넷망에 대한 연결 및 그 연결 상태의 유지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그와 같이 보는 것이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형평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또 이는 '통신사가 자사망에 흐르는 합법적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인 망 중립성에 관한 논의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어 이야기했다.

재판부는 "신용카드회사가 신용카드 회원인 소비자로부터 연회비를 수취하고, 가맹점으로부터도 결제 수수료를 지급받는 등 동일한 서비스에 관하여 양 당사자로부터 이용 대가를 수령하는 형태의 다면적인 법률관계는 현대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고, 원고들이 넷플릭스 서비스 가입자에 대한 콘텐츠 제공과정에서 발생하는 콘텐츠의 전송은 명백히 원고들의 적극적 행위에 의한 것"이라며 "따라서 피고가 인터넷 망을 제공하고 관리하는 것이 자신의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에 대한 계약상 의무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 인터넷 망을 통한 콘텐츠의 전송을 두고 피고가 서비스 가입자에 대하여 행하는 의무의 이행에 불과할 뿐 원고들의 인터넷 망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고, 그와 같은 사정이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법률관계가 유상인지 여부에 관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세종의 변호사들이 변론과정에서 제시한 이른바 양면시장의 이론을 재판부가 원용한 것으로, 백상현 변호사는 "망의 유상성을 전제로 한 외국의 판결이나 분쟁 사례들도 폭넓게 리서치하여 제공하였다"고 소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넷플릭스 서비스로 인한 트래픽은 2018년 5월경 50Gbps에서 약 2년 후인 2020년 3월경 400Gbps로 8배 가량 급증했다. 소제기 이후인 2020년 6월경엔 600Gbps, 12배로 증가하는 등 피고가 부담하는 인터넷 망에 관한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피고 및 원고들 공통의 가입자들에게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피고에게도 가입자 수 증가 등의 영업상 이익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피고가 원고들의 서비스와 관련하여 위와 같이 거액의 비용을 상쇄할 만한 규모의 영업상 이익을 얻고 있음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이후 넷플릭스 트래픽 급증

특히 이번 재판에서 피고 측이 승기를 잡은 계기 중 하나는 넷플릭스 측에서 증거로 제출한, '넷플릭스는 어떤 ISP에게도 망 이용대가(Network usage fee)를 내고 있지 않다'는 취지의 콘텐츠 전송 부문 부사장 Ken Florance의 진술서. 어디서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으니 한국에서도 내지 않는 게 옳다는 취지의 주장인데, 문제는 이러한 진술 내용이 허위로 밝혀져 결과적으로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왼쪽부터 넷플릭스 소송을 승소로 이끈 강신섭, 하태헌, 정은영, 백상현, 김태훈 변호사. 정은영 변호사는 이화여대 로스쿨(1기), 백상현 변호사는 서울대 로스쿨(3기)을 졸업한 로스쿨 출신이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하고 올 3월 세종에 합류한 하태헌 변호사는 치과의사로 활동하다가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이 된 의료인 출신 변호사다. 강신섭 변호사가 팀을 지휘해 법정 변론을 이끌었다.
◇왼쪽부터 넷플릭스 소송을 승소로 이끈 강신섭, 하태헌, 정은영, 백상현, 김태훈 변호사. 정은영 변호사는 이화여대 로스쿨(1기), 백상현 변호사는 서울대 로스쿨(3기)을 졸업한 로스쿨 출신이고,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하고 올 3월 세종에 합류한 하태헌 변호사는 치과의사로 활동하다가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이 된 의료인 출신 변호사다. 강신섭 변호사가 팀을 지휘해 법정 변론을 이끌었다.

세종에선 영어에 능통한 김현이 변호사 등이 Ken Florance가 7년 전인 2014년 8월 컴캐스트(Comcast)와 타임워너케이블(TWC)의 합병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할 때 여기에 첨부되어 있던 '넷플릭스가 Comcast 등에 착신망 이용대가(terminating access fee)를 지급하고 있다'는 취지로 기재한 확인서(Declaration)를 찾아내 재판부에 제출,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지 않다'는 넷플릭스 측의 주장을 한방에 날려버린 것이다. 정은영 변호사는 "넷플릭스가 FCC에 제출한 의견서 등은 모두 공개된 문서"라며 "원고 측 주장이 맞는지 직접 확인하고 검증하려 한 것인데, 원고 측 진술과는 정반대로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급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찾아내 지적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컴캐스트 등에 이용대가 지불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Ken Florance가 2014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에 제출한 확인서 등에 의하면, 원고 넷플릭스는 적어도 그 무렵에는 ISP인 Comcast와 AT&T, Verizon, TWC에게 '착신망 이용대가(Terminating access fee)'를 지불하고 있었고, 위 확인서에 의하면 원고 넷플릭스는 위 Comcast와의 관계에서 다른 ISP를 거치지 않고 원고 넷플릭스의 OCA와 ISP인 Comcast의 망을 직접 연결하여 곧바로 서비스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전송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고, 위와 같은 콘텐츠 전송과정은 원고 넷플릭스가 피고와 연결하여 콘텐츠를 전송하는 것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고 확인했다.

재판부는 망 이용대가 등과 관련해 SKB와 협상할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라는 넷플릭스의 청구는 소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고, 대가를 지급할 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라는 청구는 기각했다. 채권의 존부만을 판단하고 채권의 범위 즉, 구체적인 망 이용대가에 대해서는 심리,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물론 판결이 이대로 확정될 경우 넷플릭스는 SKB에 망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법원 주변에선 이미 SKB가 항소심에서 적극적으로 망 이용대가의 지급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 SKB는 이번 재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원고들이 부담하여야 할 망 이용대가를 2017년 15억원, 2020년에는 약 272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번 판결을 통해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CP는 그 처리를 위한 비용을 부담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습니다. 부당한 비용의 전가가 발생하지 않게 된 것인데, 이러한 비용의 전가는 결과적으로 인터넷 망에서의 공유지의 비극과 같은 문제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큰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상현 변호사는 "전문적인 지식을 많이 필요로 하는 사건이어 이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TMT팀과 소송 전문인 송무팀 변호사들로 원팀을 구성하고, 나아가 고객과 매주 미팅겸 스터디를 하며 재판을 준비했다"며 "전문팀과의 협업, 고객과의 협업의 승리"라고 지난 1년을 회고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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