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Tax Law] 위법소득과 세금
[리걸타임즈 Tax Law] 위법소득과 세금
  • 기사출고 2021.08.17 07: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횡령금액 자진반환하면 서울고법은 후발적 경정청구 인정"

소득세의 기본원리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떠한 소득이 법규를 위반해서 얻은 "위법소득((違法所得)"이라면 어떨까. 예를 들어 뇌물, 불법도박, 횡령 등 범죄로 얻은 소득에도 세금을 물릴 수 있을까? 조세법률주의를 대원칙으로 삼는 세법은 합법성을 중시한다. 그러한 세법 체계 안에서 위법소득을 어떻게 취급할지는 매우 흥미롭고도 어려운 주제이다. 실제로 위법소득에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이 얽혀서 문제 되는 일이 많다. 합법과 위법이 교차하는 영역, 위법소득 과세 문제를 살펴보자.

위법소득에 대한 과세 가능성

◇이종혁 변호사
◇이종혁 변호사

이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견해가 대립하였다. 부정설은 국가가 위법행위를 금지하고 그 수익은 반환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그 일부를 세금으로 가져가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긍정설은 위법소득에 과세하지 않으면 불법을 합법보다 우대하는 결과가 되므로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가짜 휘발유를 공급하는 업자에게 유류세를 물리지 않는다면, 국가가 비과세를 통해서 불법을 장려하는 꼴이 된다. 논리적으로는 부정설이 맞을지 몰라도, 과세형평을 고려해야 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긍정설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가들은 긍정설을 취하고 있다. 우리 대법원도 "과세소득은 경제적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 · 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어 담세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족하고 그 소득을 얻게 된 원인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반드시 적법 · 유효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대법원 1983. 10. 25. 선고 81누136 판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우리 세법은 소득의 원인이 되는 권리가 확정되는 시점에 소득을 인식하는 "권리확정주의"를 취하고 있다. 그런데 위법소득에는 애초부터 "권리"라는 것이 없지 않은가? '현실적으로 이익을 누리고 있다면 그에 담세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설명은, 과세형평의 취지로는 이해되어도, 논리적 한계는 있어 보인다.

위법소득의 소득구분

법인세는 자산의 순증가액을 소득으로 보기 때문에(순자산증가설) 특별히 소득의 원천을 따질 필요는 없다. 즉, 위법소득이라도 구분 없이 법인의 소득으로 보면 된다. 반면, 소득세는 소득세법에 열거된 소득에 한하여 과세할 수 있기 때문에(소득원천설) 소득의 원천을 일일이 따져야 한다. 이미 소득세법에서 열거된 소득유형이라면 적법 · 위법을 따지지 말고 그 구분에 따르면 된다. 예를 들어 불법금융을 통해서 이자를 받았다면 '이자소득'으로 보고(소득세법 제16조), 불법도박장을 운영해서 소득을 얻었다면 '사업소득'으로 보면 된다(소득세법 제19조).

그리고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에서는 뇌물(제22호), 알선수재 및 배임수재에 의하여 받은 금품(제23호)을 '기타소득'으로 열거하고 있다. 즉, 이러한 위법소득은 기존의 소득유형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특별히 소득세 과세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조세특례제한법 제76조는 불법정치자금을 상속세 또는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소득세법 등에서 과세대상으로 정하지 않은 나머지 위법소득, 즉 절도, 사기, 횡령 등으로 인한 소득은 일단 과세대상은 아니다. 다만, 횡령의 경우는 법리가 독특하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법인의 대표자가 법인의 자금을 횡령한 경우에는 법인세법에 따라 소득처분에 의하여 대표자에게 상여를 지급한 것으로 간주한다(대법원 1983. 10. 25. 선고 81누136 판결). 즉, 대표자의 횡령으로 인한 위법소득은 '근로소득'으로 과세대상이 된다(소득세법 제20조 제1항 제3호; 이 부분은 법인의 원천징수의무와 연결되어 복잡한 논의로 이어지는데, 이번 글에서는 결론만 소개하기로 한다). 이처럼 위법소득에 대한 소득구분은 체계가 매우 혼란스럽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생각한다.

위법소득의 몰수 · 추징과 후발적 경정청구

앞의 설명과 같이 위법소득은 언제든 박탈당할 상태에 있다는 점에서 온전한 소득은 아니다. 소득세법에 기타소득의 유형으로 열거하고 있는 뇌물 등의 금품은 모두 형법에 의하여 몰수 · 추징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법소득을 과세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현실적으로 이익을 누리고 있는 현황"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위법소득이 몰수 · 추징되어 그 이익이 박탈되었다면 납세의무는 어떻게 될까? 기존의 판례는 이미 위법소득이 실현된 이상 사후적으로 박탈당하였더라도 납세의무에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었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2두431 판결). 하지만 이는 "현실적 이익"을 근거로 납세의무를 인정한 논리와는 일관되지 않는 면이 있었다. 결국 대법원은 "위법소득의 지배 · 관리라는 과세요건이 충족됨으로써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더라도 그 후 몰수 · 추징과 같은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었다면,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하다"는 태도로 변경하였다(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4두5514 전원합의체 판결).

논의를 더 확장하여, 이미 위법소득에 대한 조세포탈의 기수가 완성된 이후에 몰수 · 추징 등의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발생한 경우는 어떠한가. 납세의무가 소멸한 이상 조세포탈도 성립할 수 없다고 하여야 논리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대법원은 이미 조세포탈의 기수에 이른 이상 사후적인 사정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도19704 판결). 즉, 사후적인 몰수 · 추징 등의 사유로 납세의무를 면할 수는 있어도 조세포탈의 죄책은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횡령금 반환과 후발적 경정청구

위의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후발적 경정청구가 인정되는 범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범죄수익을 국가로부터 몰수당한 경우가 아니라, 대표자가 횡령금액을 자진하여 법인에 반환하는 경우에도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할지 등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본래 사외유출되어 대표자에게 귀속된 금액에 관하여 일단 소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면 사후에 그 금액이 법인에 환원되었더라도 이미 성립한 소득세 납세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대법원 2016. 9. 23. 선고 2016두40573 판결). 즉, 위의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후발적 경정청구의 범위를 더 확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에 주목할 만한 하급심 판결이 있어 소개한다. 서울고등법원은 위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제시하면서,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는 측면에 있어서 '뇌물 등 위법소득에 대하여 몰수 · 추징이 이루어지는 경우'와 '횡령 등으로 인한 위법소득이 정당한 권리자에게 반환되는 경우'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이유로 납세자의 후발적 경정청구를 인정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1. 1. 28. 선고 2020누38258 판결). 이 판결에 대해서는 과세관청이 상고하여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데, 대법원에서 위법소득 관련 후발적 경정청구가 인정되는 범위에 대하여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할 것을 기대해 본다.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jonghlee@yulchon.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