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IP Law] 영업비밀 침해에 中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
[리걸타임즈 IP Law] 영업비밀 침해에 中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
  • 기사출고 2021.08.0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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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bomer' 생산 기술 유출 건

중국최고인민법원은 2020년 11월 24일 광저우 톈츠社(Guangzhou Tinci Materials Technology Co., Ltd.)와 주장 톈츠社(Jiujiang Tinci Materials Technology Co.,Ltd.)가 안후이 뉴만社(Anhui Newman Fine Chemicals Co.,Ltd.) 및 이들 회사에서 근무하던 A 내지 D 등에 대하여 '카보머(carbomer)' 생산 기술 도용을 이유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소송의 2심에서, 동 법원 최초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한 판결(2019 最高法知民终 562호)을 내렸다. 이 사건은 '최고인민법원이 공표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 6건의 대표 판례'와 '2020년 10대 기술 관련 지식재산권 대표 판례'로 선정되었고, 중국의 <반부정당경쟁법>에 근거하여 법정 최대 한도인 5배의 징벌적 배상을 인정함으로써, 지식재산권에 대한 사법적 보호 강화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본 기고문에서는 먼저 본 사건의 사실관계를 소개하고, 이어서 중국에서의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시 고려 사항을 살펴보기로 한다.

로션, 크림 등의 화장품 원료

◇시에나 외국변호사(좌) · 엄승찬 변호사
◇시에나 외국변호사(좌) · 엄승찬 변호사

카보머는 중화 후에 우수한 젤 특성을 가지는 화학물질로, 로션, 크림 등의 화장품 원료로 널리 쓰이는 성분이다. 광저우 톈츠社는 카보머 제품 생산 기술을 자체 연구개발하고 있었으며, 주장 톈츠社는 광저우 톈츠社의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 제조, 판매하거나 일부 공정을 개량, 또는 그러한 개량에 기초하여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 등에 대한 독점적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A는 2007년 12월 30일자로 광저우 톈츠社에 대하여 근로계약과 더불어 기밀유지 및 경업금지 약정(Non-Disclosure and Non-Competition Agreement)을 맺었으나, 2013년 11월 8일부로 퇴사하였다. B는 당시 안후이 뉴만社의 대표였고, C 및 D는 광저우 톈츠社의 직원이었다.

A는 2012년 및 2013년에 카보머 제품 연구개발 책임자로서 논문 작성을 이유로 생산현장 관리자에게 카보머 생산기술의 반응기나 건조기 장비의 도면을 요구했고, 또한 사내 관리규정을 수차례 어기면서 카보머 생산 장비 관련 자료를 외부저장매체에 복사하기도 했다. A는 카보머 생산 기술 자료를 불법으로 입수한 뒤 안후이 뉴만社의 B 등에게 보냈다. 또한 A는 당시 광저우 톈츠社에서 근무하던 D 및 C가 각각 안후이 뉴만社의 생산안전 및 환경 고문을 맡고 생산 공정 설계를 담당하도록 주선했다. 이후 A는 B, C, D와 함께 광저우 톈츠社의 원본 도면에 따라 안후이 뉴만社의 생산 공정을 설계하였다. 그 과정에서 C 및 D가 이러한 행동이 광저우 톈츠社의 권리를 침해한 것 아닌지 A에게 묻자, A는 광저우 톈츠社의 생산 공정과 똑같이는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에 C는 광저우 톈츠社의 카보머 생산 공정의 설계도를 수정하고 수정한 도면을 외부인에게 설계 의뢰하고, 관련 제조 장비도 제조하게 하였다. 그런 다음 안후이 뉴만社는 광저우 톈츠社의 공정 장비 기술을 이용하여 카보머 제품을 생산하고 국내외에 판매하였다.

2017년 10월, 광저우 톈츠社 및 주장 톈츠社는 A 내지 D와 안후이 뉴만社가 카보머 생산 기술에 관한 영업비밀을 침해했음을 이유로 침해금지, 손해배상, 사과 등을 구하는 소를 광저우市 지식재산권 법원에 제기했다.

영업비밀 침해죄 인정

한편 상술한 민사소송 외에도 형사소송 또한 제기된바, 해당 형사사건의 1심 법원인 후커우현 인민법원은 2018년 1월 19일 직원 A, B 및 D의 영업비밀 침해죄를 인정했다. 또한 해당 형사사건의 2심 법원인 주장市 중급인민법원은 2018년 11월 21일 1심에서 인정한 사실을 확정하면서 일부 직원의 형사처벌에 관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원심 판결을 인정하였고, 해당 2심 판결은 확정되었다.

그 후인 2019년 7월 19일, 광저우 지식재산권법원은 주장된 행위가 영업비밀의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으며, 고의적 침해행위와 침해의 경위를 고려하여 실제 손해액의 2.5배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인정하였다. 이후 광저우 톈츠社와 주장 톈츠社, 안후이 뉴만社, A 및 B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하여 최고인민법원에 상소하였다.

최고인민법원은 1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피고들의 행위가 영업비밀의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침해행위자의 주관적 정도와 증명 방해 행위 등을 고려하여, 침해 금지 결정을 유지한 1심 판결에서 더 나아가 징벌적 배율을 최고 배율인 5배로 적용했다.

또한 안후이 뉴만社에게 광저우 톈츠社 및 주장 톈츠社가 입은 경제적 손실 3,000만 위안(한화 약 53억 2천만원) 및 합리적 지출 40만 위안(한화 약 7천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A, B, C 및 D는 안후이 뉴만社의 배상 의무에 대해 각각 500만 위안(한화 약 8억 9천만원), 3,000만 위안(한화 약 53억 2천만원), 100만 위안(한화 약 1억 8천만원), 100만 위안(한화 약 1억 8천만원)의 범위 내에서 연대책임을 진다고 판시하였다.

중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시 고려사항으로서 주로 2가지 요소를 들 수 있는데, 주관적인 요소로서 '악의'(또는 '고의') 여부와, 객관적 요소로서 '상황의 심각성'이다. 본 사건에서는 법원이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 주로 아래와 같은 사실을 참고했다.

주관적 요소: 고의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의 주관적 요소는 과실이 아닌 고의 혹은 악의이다. 즉, 행위자는 그 행위가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을 알았어야 하며, 단순 부주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할 정도의 유책성을 가지지 못한다. 또한 고의에는 확정적 고의와 미필적 고의가 있으나, 어느 쪽이라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적용 대상이 되고 단지 징벌적 배상의 배율 적용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본 사건에서 A 내지 D 각 행위자의 행위를 살펴보면, 모두 사정을 알면서도 침해행위를 하였고, 안후이 뉴만社는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침해행위를 해왔다.

더욱이 관련 형사사건의 재판 기간 중에는 물론이고, 심지어 판결 선고 이후에도 안후이 뉴만社는 카보머의 생산 ·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고, 이런 측면에서 사법기관의 확정 판결과 법률을 무시하는 심각한 수준의 '악의'가 있었다고 보아 징벌적 배율을 최고 배율인 5배로 인정하는 판결이 선고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객관적 요소: 상황의 심각성

징벌적 손해배상의 적용시 객관적인 요소로서 '상황의 심각성'은 일반적으로 침해된 시간, 규모, 초래된 결과 등의 측면에서 침해의 심각성을 가리킨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들이 원고들의 영업비밀을 업으로 사용했는지 여부, 침해행위가 형사 범죄인지 여부, 증거 수집 방해 여부, 침해를 통해 얻은 이익이 있는지 또는 그 이익이 어느 정도 금액인지, 피고인의 침해행위가 지속된 시간, 침해 규모와 같은 요인을 고려하여 엉업비밀 침해 상황이 심각하다고 인정했다.

안후이 뉴만社의 생산 규모는 매우 컸는데, 스스로 인정한 매출액이 3,700만 위안(한화 약 129억 3천만원)을 넘으며, 판매 범위는 20여 개국에 이르렀다. 안후이 뉴만社가 도용한 광저우 톈츠社 및 주장 톈츠社의 기술은 제품의 생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아, 안후이 뉴만社는 침해행위를 통해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얻었으며 톈츠社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안후이 뉴만社의 전 법정대리인 B가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은 후에도 생산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침해행위의 규모가 크고 침해된 기간도 길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업으로서의 침해

중국에서 '업으로서의 침해'란, 행위자가 자신의 행위가 침해를 구성하는 것을 알고도 실행하여, 그 침해행위가 주요 업무가 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본 사건의 객관적 사실을 살펴보면, 안후이 뉴만社는 설립 이래 카보머 제품을 생산해왔다. 재판에서 안후이 뉴만社는 다른 제품을 생산한다고 주장하고 사업자등록증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사업자등록증의 기재 범위가 실제 영업 범위와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이상 침해 제품 이외의 제품을 생산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관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기업의 실질적 지배인 및 경영자를 포함된 행위자들 전원은 그들의 행위가 침해를 구성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행에 옮겼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들이 완전한 업으로 장기간에 걸쳐 악의적인 침해행위를 한 것으로 보았다.

증거자료 제공 거부

상황의 심각성에는 침해행위뿐만 아니라 피고들이 소송 중에 한 행위도 포함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안후이 뉴만社에 일정한 기한 내에 얻은 이익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고 재무 계좌 및 증빙 서류를 첨부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안후이 뉴만社는 데이터가 방대하다는 점,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장부나 원본 증빙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법원은 안후이 뉴만社의 증거 제출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없으며, 증거 제출을 거부함으로써 침해자가 얻은 전부의 이익을 파악할 수 없게 되었기에, 증명방해를 구성하여 법적 불이익을 초래하게 되었다고 판결했다.

배율과 침해 상황의 대응관계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2021년 3월 2일에 공포한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징벌적 배상 적용에 관한 해석>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배율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인민법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배율을 결정할 때에는 피고인의 주관적 고의성 정도, 침해행위의 '상황의 심각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즉, 배율의 확정은 비례 원칙에 따라 상황의 심각성과 대응 관계가 있어야 한다.

본 사건에서 최고인민법원은 반부정당경쟁법에 징벌적 배상 제도를 도입한 취지가 법적 제재를 강화하고 악의적이고 심각한 권리 침해를 차단하며 미래나 잠재적 침해를 억제 및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장기간에 걸쳐 악의적으로 권리 침해행위를 한 자는 엄하게 처벌해야 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최고인민법원은 본 사건의 손해배상액을 안후이 뉴만社가 영업비밀의 침해로 얻은 이익의 5배로 확정하였다.

악의적 권리 침해를 억제하기 위한 중국의 지식재산권 징벌적 배상 입법은 2013년 상표법 개정을 시발점으로 하여, 종자법(2015년 개정)에도 징벌적 배상을 규정하게 되었다. 나아가 2018년 11월 5일 시진핑 주석이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 지침을 천명함에 따라, 중국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전면적 도입을 위한 법 개정 및 정책 제도 정비 작업이 가속화되어, 반부정당경쟁법(2019년 개정), 특허법(2020년 개정), 저작권법(2020년 개정) 등 지식재산권법률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이 신설되었다. 이로써 중국의 지식재산권 징벌적 배상제도의 기본적인 체계가 정립되었고, 향후 더 많은 사법 실무와 사법 해석이 나오면 지식재산권 분야에서의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와 같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의 추세를 살펴가며,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예정하고 있는 한국 기업의 대응 방향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시에나 외국변호사 · 엄승찬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na.xie@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