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출근길 무면허로 오토바이 몰다가 사망했어도 사고 직접 원인 아니면 산재"
[노동] "출근길 무면허로 오토바이 몰다가 사망했어도 사고 직접 원인 아니면 산재"
  • 기사출고 2021.07.28 08: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지법] "자동차 과실도 20% 있어"

출근길에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몰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어도 무면허 운전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20년 2월 11일 오전 5시 50분쯤 울산 울주군에 있는 공장에 가서 일하라는 업무수행 전표를 받고, 무면허 상태에서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신 소유의 50cc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오전 6시 15분쯤 공장 인근 하수처리장 앞 T자형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던 중 직진하던 B씨의 1톤 포터 트럭이 A의 오토바이 뒤 범퍼 부분을 들이받아 오토바이가 전도되는 사고를 당해 2월 24일 숨졌다.

이에 A의 배우자가 A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에는 해당하나, A의 무면허운전과 안전운전의무 위반 등이 범죄행위에 해당되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 2항 본문에 의하여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산재보험법 37조 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 ·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 질병 · 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울산지법 행정1부(재판장 정재우 부장판사)는 7월 15일 "A의 위와 같은 오토바이 운전행위는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정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결국 출근 중에 발생한 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2020구합6833). 김효중 변호사가 원고를 대리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20두41429)을 인용,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한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이라 함은 오로지 또는 주로 근로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을 말하고, 이때 중대한 과실이라는 요건은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 · 적용하여야 한다"며 "운전자가 무면허운전 등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다가 교통사고를 야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사고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정한 업무상 재해 배제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 사고가 발생한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과 교통사고 방지 노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는 신호등이 없는 T자형 교차로에서 운전자로서 준수해야 할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한 채 좌회전하는 바람에, 1차로를 따라 진행 중인 B 운전의 포터차량 앞 범퍼부분과 A의 오토바이 뒤 범퍼부분이 충돌하게 되었는바, A에게 과실이 있었음은 인정되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신호등이 없는 T자형 교차로를 직진하여 주행하는 경우에도 좌측에서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이 있는 경우 속도를 줄이며 주행하는 등으로 자동차를 운전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이는 점, B 운전의 포터 차량은 교차로를 통과한 이후 1차로에서 A의 오토바이 뒤 범퍼부분을 충격한 점, 원고는 B의 보험회사인 손해보험사와 A의 과실을 80%로 하여 위자료 4,400만원을 지급받고, 나머지 모든 권리는 포기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는데, 위 보험회사에서 B 측 과실비율을 20% 인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고가 오로지 또는 주로 A의 중과실로 인한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지, 간접적이거나 부수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는바(대법원 2017. 4. 27. 선고 2016두55919 판결 참조), 사고 경위에 비추어 볼 때, A가 무면허 상태에서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오토바이 운전을 한 것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