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4 · 19 국가유공자라도 음주 뺑소니 전력 있으면 국립묘지 안장 대상 아니야"
[행정] "4 · 19 국가유공자라도 음주 뺑소니 전력 있으면 국립묘지 안장 대상 아니야"
  • 기사출고 2021.07.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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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국립묘지 영예성 훼손"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이종환 부장판사)는 6월 15일 대학시절 4.19 혁명에 참여해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었으나 음주 뺑소니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국립4 · 19민주묘지 안장 비대상 결정을 받은 A씨가 비대상결정의 취소를 요구하며 국립4 ·  19민주묘지관리소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합77077)에서 "비대상결정이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2020년 5월 피고 국립4 ·  19민주묘지관리소장에게 국립4․19민주묘지 안장대상에 해당하는지 생전에 결정하여 달라는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가 국가보훈처 소속 국립묘지 안장대상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A씨의 과거 음주운전 뺑소니 범행 등을 근거로 A씨가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하여 국립묘지 안장 비대상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1981년 8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지나가던 사람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내고도, 그 즉시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도주한 혐의(특가법 · 도로교통법 위반)로 기소되어 1981년 10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A씨는 대학 재학 중이던 1960년 4월 4.19 혁명에 참여해 혁명공로자로 인정받아 2010년 4월 19일 건국포장을 받았으며,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원고가 혈중알코올농도 0.39%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던 중 횡단보도에 통행인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진행하여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횡단보도를 횡단하던 피해자를 넘어뜨려 피해자로 하여금 5주간의 상해를 입게 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하였으며, 음주운전을 하였다는 것으로, 원고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당시 도로교통법령상 허용한도(0.05%)보다 거의 여덟 배나 높았으며, 사고 장소가 보행자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높은 횡단보도인 점, 원고가 사고 후 도주하였고 피해자가 입은 부상의 정도 또한 전치 5주로 가볍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범행은 사회적 · 윤리적 비난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그 후 원고가 건국포장을 받고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었다거나 오랫동안 국가나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미 저지른 범행의 정도가 경미한 것으로 상쇄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원고가 건국포장을 받고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가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로서의 요건을 갖추게 되었음을 의미할 뿐, 원고의 안장이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하는지 여부까지 이미 심사되어 원고의 형사처벌 전력이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판단까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 밖에 원고를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이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판단한 심의위원회의 결정이 스스로 정한 재량권 행사의 기준에 위반하여 현저히 객관성을 결여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도 없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대법원 판결(2011두8871 등)을 인용, "국립묘지법 제5조 제4항 제5호는 심의위원회에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의 부적격 사유인 국립묘지의 영예성 훼손 여부에 대한 심의 권한을 부여하면서도 심의 대상자의 범위나 심의 기준에 관해서는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국립묘지법이 국가나 사회를 위하여 희생 · 공헌한 사람이 사망한 때에는 국립묘지에 안장하여 그 충의와 위훈의 정신을 기리며 선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비록 그 희생과 공헌만으로 보면 안장 대상자의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더라도 범죄행위 등 다른 사유가 있어 그를 국립묘지에 안장하면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안장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국립묘지 자체의 존엄을 유지하고 영예성을 보존하기 위하여 심의위원회에 다양한 사유에 대한 광범위한 심의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따라서 영예성 훼손 여부에 대한 심의위원회의 결정이 현저히 객관성을 결여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심의 결과는 존중함이 옳다"고 밝혔다.

국립묘지법 5조는 1항에서 국립묘지별 안장 대상자의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고, 4항에서는 1항에도 불구하고 안장 대상자로서 부적격인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 특히 5호는 1호부터 4호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한 안장 대상 부적격 사유를 보충하는 조항으로서 '안장대상심의위원회가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인정한 사람'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