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생활방해 인정'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
네이버에 '생활방해 인정'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
  • 기사출고 2021.07.1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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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지청구 당부, 상대방 · 제3자 불이익도 비교 · 교량해야"

원고들은 성남시 분당에 있는 네이버 사옥 동쪽에 위치한 38층 규모의 총 803세대의 아파트 4개동 중 A동과 D동의 소유자들로, 해당 아파트는 2003년 9월 신축, 준공되었다. 그러나 네이버가 2010년 2월 지하 7층 지상 28층 높이 134.3m의 규모로 외벽 전체를 통유리로 처리한 사옥, 일명 '그린팩토리'를 신축하자 네이버 사옥에서 반사되는 태양광으로 인한 침해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로 손해배상과 차단시설 설치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아파트 준공 7년 후 네이버 사옥 신축

네이버는 녹색 색조를 이미지화한 브랜드 홍보 등의 일환으로 사옥 내부에 초록색 수직 핀(루버)을 설치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밝고 광택이 나는 녹색 색조를 발산하는 디자인을 건물의 외관으로 형상화하였으며, 이와 같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태양빛이 초록색 수직 핀에 반사되어 초록 빛깔이 사옥 외부로 더욱 노출되게 된다.

◇녹색이 반사되게 외벽 전체를 통유리로 처리, '그린팩토리'란 이름으로 불리는 경기도 분당의 네이버 사옥(출처=네이버 홈페이지)
◇녹색이 반사되게 외벽 전체를 통유리로 처리, '그린팩토리'란 이름으로 불리는 경기도 분당의 네이버 사옥(출처=네이버 홈페이지)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처음 소장이 접수된 지 약 10년 만인 6월 3일 네이버 본사 사옥에서 약 70~114m 떨어진 아파트 두 개동의 아파트 소유자 68명이 네이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손해배상과 방지청구를 인용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다음은 판결문으로 본 대법원의 주요 판단 내용이다.

인접 토지에 외벽이 유리로 된 건물 등이 건축되어 과도한 태양반사광이 발생하고 이러한 태양반사광이 인접 주거지에 유입되어 거주자가 이로 인한 시야방해 등 생활에 고통을 받고 있음('생활방해')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그 건축행위로 인한 생활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아내야 할 정도('참을 한도')를 넘는 것이어야 한다. 건축된 건물 등에서 발생한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의 정도가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지는 태양반사광이 피해 건물에 유입되는 강도와 각도, 유입되는 시기와 시간, 피해 건물의 창과 거실 등의 위치 등에 따른 피해의 성질과 정도, 피해이익의 내용, 가해 건물 건축의 경위 및 공공성, 피해 건물과 가해 건물사이의 이격거리, 건축법령상의 제한 규정 등 공법상 규제의 위반 여부, 건물이 위치한 지역의 용도와 이용현황,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지조치와 손해 회피의 가능성, 토지 이용의 선후관계, 교섭 경과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방지청구, 손배청구와 달라

나아가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를 원인으로 태양반사광의 예방 또는 배제를 구하는 방지청구는 금전배상을 구하는 손해배상청구와는 그 내용과 요건을 서로 달리하는 것이어서 같은 사정이라도 청구의 내용에 따라 고려요소의 중요도에 차이가 생길 수 있고, 태양반사광 침해의 방지청구는 그것이 허용될 경우 소송당사자뿐 아니라 제3자의 이해관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방지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는 법원으로서는 해당 청구가 허용될 경우에 방지청구를 구하는 당사자가 받게 될 이익과 상대방 및 제3자가 받게 될 불이익 등을 비교 · 교량하여야 한다.

태양반사광의 유입이 생활방해로서 그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태양반사광이 단순히 주거에 유입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태양반사광이 주된 생활공간에 유입되고 그로 인하여 주거 안에 머무는 사람에게 상당한 시간 동안 실제로 눈부심을 일으켜 자연스러운 주거 생활을 방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건물(네이버 사옥)과 이 사건 아파트가 서로 도로를 사이에 두고 70m 내지 114m 정도 떨어져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태양반사광이 주거지 내로 깊이 유입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각장애 유발의 최대 29,200배

그러나 이 사건 아파트 A동과 D동의 창문에서 밖을 바라보았을 때 빛반사 밝기가 빛반사 시각장애를 일으키는 25,000cd/㎡의 약 440배 내지 29,200배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고, 이 사건 건물 외벽에 비친 이 사건 태양반사광이 눈에 유입되는 기간은 이 사건 아파트 A동과 D동 각 세대 창문을 기준으로 연중 7개월가량 대략 1일 약 1~2시간(A동), 연중 많게는 9개월가량 대략 1일 1~3시간(D동)으로 그 기간이 상당하다. 만약 위와 같은 빛반사 밝기를 가진 태양반사광이 위와 같은 유입시간 동안 원고 등의 주된 생활공간에 유입된다면 그 강도와 유입시기 및 시간 등에 비추어 원고 등이 빛반사 시각장애로 인하여 안정과 휴식을 취하는 등 자연스러운 주거 생활을 방해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아파트 A동과 D동의 창문을 기준으로 한 빛반사 밝기의 강도, 이 사건 태양반사광이 이 사건 아파트 A동과 D동에 유입되는 시기 및 시간, 이 사건 건물의 건축 경위 및 공공성의 정도, 이 사건 아파트 A동과 D동 및 이 사건 건물 사이의 각 이격거리, 건축법령상의 제한 규정 등 공법상 규제의 위반 여부, 이 사건 아파트와 건물이 위치한 지역의 용도와 이용 현황,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지조치와 손해 회피의 가능성, 토지 이용의 선후관계, 교섭 경과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만일 이 사건 아파트 A동과 D동의 창문에서 측정된 정도의 강한 태양반사광이 그 반사 각도에 의하여 이 사건 아파트 거실이나 안방과 같은 주된 생활공간에 유사한 정도로 유입된다면, 원고 등은 주거 내에서 빛반사 시각장애로 인하여 안정과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등 자연스러운 주거 생활을 방해받는다고 볼 여지가 있다.
 
"생활방해 좁게 본 원심 잘못"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태양반사광이 이 사건 아파트 거실이나 안방과 같은 주된 생활공간에 어느 정도의 밝기로 얼마동안 유입되어 눈부심 등 시각장애가 발생하는지와 이 사건 태양반사광으로 인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주거로서의 기능이 훼손되어 참을 한도를 넘는 생활방해에 이르렀는지 등을 직접적으로 심리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태양직사광과 태양반사광에 의한 생활방해의 차이 및 일조방해의 참을 한도 기준과 태양반사광 침해의 참을 한도 기준과의 차이 등을 간과하고 이 사건 태양반사광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생활방해를 시력 저하 등 건강상 피해와 주거 내에서 독서나 바느질 등 시각작업 등의 방해로 좁게 본 나머지, 위와 같은 사항을 제대로 심리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가 참을 한도를 넘지 않았다고 단정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