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해병대 복무 중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보훈보상대상"
[행정] "해병대 복무 중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보훈보상대상"
  • 기사출고 2021.06.1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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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법] "직무수행과 상당인과관계 있어"

해병대 복무 중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인한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군인이 소송을 내 보훈보상대상자로 인정받았다.

대구고법 행정1부(재판장 김태현 부장판사)는 3월 26일 해병대 복무 중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을 한 A씨의 유족이 대구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20누3640)에서 1심을 취소하고, "보훈보상대상자요건 비해당결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는 해병대 군생활 중 구타, 인격모욕적인 폭언 및 욕설 등 가혹행위를 당하여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직무상 스트레스를 겪었고, 이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수 있고, A의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A는 군인으로서 국가의 수호 ·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 ·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 중 사망하였으므로 보훈보상자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와 함께 군생활을 한 후임병 등은 "A가 일 · 이병 시절 소속된 화기중대 소대가 다른 중대 소대로 배속될 당시, 함께 생활한 중대 선임병들로부터 구타와 가혹행위를 많이 당하여 '선임병이 시비를 걸고 너무 많이 때린다'는 말을 하였고, 특히 일부 중대원들로부터 인격모독적인 폭언, 욕설 등을 자주 들어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 하였으며, A의 선임병이 중대원들로부터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하는 A를 잘 보호해 주지 않아 더 힘들어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A의 선임병 등도 "A가 처음 배속될 당시 중대 내에 잔존하던 악습(각 중대, 소대별로 선임병 기수, 이름과 장비의 제원을 암기시키고 기수별, 계급별로 할 수 있는 행동, 말 등을 정해 주는 것 등)이 화기중대의 악습과 달라 적응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중대원들로부터 이유 없는 괴롭힘을 많이 받아 힘들어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처럼 A는 해병대에서 일 · 이병으로 복무할 당시 선임병들로부터 심각한 수준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17두47885 등)을 인용, "군인 등이 복무 중 자살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도 보훈보상자법 제2조 제1항의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데도 그 사망이 자살로 인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의 자살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훈보상자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고, "직무수행과 자살로 인한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군인 등이 직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우울증 등 질병이 발생하거나 직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우울증 등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과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이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자살자가 담당한 직무의 내용 · 성질 ·  업무의 양과 강도, 우울증 등 질병의 발병 경위 및 일반적인 증상, 자살자의 연령, 신체적 · 심리적 상황 및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