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펌들, 파트너 해고 다반사
미국 로펌들, 파트너 해고 다반사
  • 기사출고 2007.07.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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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못 끌어오면 각오해야…지분 줄이기도소속변호사 급여는 인상…파트너 부담 가중
미국의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오랫동안 파트너 변호사(구성원 변호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왔다. 이제는 거기에 목표가 하나 더 추가됐다. 바로 파트너 변호사로 살아남는 것이다.



◇임석진 미국변호사
올 초 시카고의 대형 로펌인 'Mayer, Brown, Rowe & Maw LLP'에서는 45명의 파트너 변호사가 강등됐다. 지분 기준으로, 전체 파트너 변호사의 10%에 이르는 수치다. 같은 지역의 다른 대형 로펌인 'Jenner & Block LLP'에서도 최근 파트너 변호사를 강등하거나 해고한 일이 있었다.

물론 이윤의 극대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한 때 파트너 변호사의 숫자를 줄이는 것은 극소수의 대형 로펌에만 국한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성장과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미국 로펌들이 파트너 변호사의 숫자를 줄이는데 로펌 운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예전에는 파트너 변호사의 감원이 비밀스럽게 진행됐다면, 이제는 더욱 공격적이고, 공개적으로 진행된다는 게 종전과 다른 추세다.



지난 1년 동안 파트너 변호사에게 불어 닥친 감원 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했다. 파트너 변호사를 해고하거나 강등조치하는데 신중했던 대형 로펌들도 대규모의 감원을 진행하고 있다. 로펌들로서는 경쟁력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인상을 남길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오히려 성장세다. 악화됐기 때문이 아니다. 공기업의 민영화나 자산 인수 등 기업법에 관련된 일이 늘어나고 있다. 로펌들은 이들 분야의 커다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파트너 변호사를 유지하고, 영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로펌의 소속변호사(Associates)는 회사의 직원에 해당된다. 파트너 변호사는 회사의 이익과 손해를 책임지는 경영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역할을 했다. 소속변호사가 7, 8년쯤 열심히 일하면, 그 중 몇 몇은 회사 지분의 일부를 소유하는 파트너 변호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파트너 변호사가 되는데 9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 막상 파트너 변호사가 됐다고 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적잖이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소속변호사의 급여는 경쟁적으로 인상되고 있다. 뉴욕의 한 로펌에서는 1년차 소속변호사에게 연봉 16만 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회사의 이윤을 유지하면서 소속변호사에게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하자니 파트너 변호사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파트너 변호사들은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때문에 고객을 충분히 끌어오지 못한 파트너 변호사들은 규모가 작고, 덜 유명한 로펌으로 옮기기도 한다. 특히 높은 법률 비용을 받기 힘든 분야 즉, 고용문제나 신탁 및 부동산 같은 분야를 다루는 로펌은 타격이 크다. 신탁 및 부동산 분야의 개인 고객들은 법인 고객에 비해 변호사 비용을 많이 지출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로펌 입장에서 법정다툼이나 회사 내의 불화를 피하면서 파트너 변호사를 해고하거나 강등하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파트너들의 투표를 통해 해고 대상 파트너 변호사를 골라내는 로펌도 있다. 하지만, 대개는 회사의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운영상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인상을 주면서 파트너 변호사들의 명예를 손상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변호사로서의 능력은 탁월하지만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는 소질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파트너라는 타이틀은 그대로 두되, 지분을 조정해 배분되는 몫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

'Mayer, Brown, Rowe & Maw LLP'와 같이 파트너 변호사를 해고하는 것은 분명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그곳 변호사들은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 다른 로펌의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다.

파트너 변호사들은 물론이고, 소속변호사들 역시 파트너가 되는 것만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이제 파트너 변호사가 되려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거나 해당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갖추어 점점 거세지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해야만 한다.

◇임석진 미국변호사는 미 브라운대와 콜럼비아 대학원, 보스톤 칼리지 로스쿨과 런던대 킹스 칼리지 로스쿨을 나왔습니다. 세계 최대의 로펌인 클리포드 챤스(Clifford Chance)와 법무법인 세종에서 다년간 활동한데 이어 지금은 SL Partners (법무법인 한승)에서 미국변호사로 활약중입니다.

본지 편집위원(sjlim@slpartn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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