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굿 5회에 4,360만원 받았어도 실제 굿 했으면 부정이익 · 고액 단정 불가"
[손배] "굿 5회에 4,360만원 받았어도 실제 굿 했으면 부정이익 · 고액 단정 불가"
  • 기사출고 2021.06.0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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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굿 값 반환소송 기각

굿을 하지 않으면 신상에 문제가 생긴다는 무속인의 말을 믿고 5차례 굿을 받고 굿 값으로 4,000여만원을 건넨 여성이 금액이 과도하다며 돈을 되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2018년 7월경 손님으로 온 무속인 B씨로부터 여러 차례 걸쳐 굿을 하지 않으면 친정과 남편, 자식, 사업 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말을 듣자 겁을 먹고 2018년 8월부터 2019년 3월까지 B씨에게 5차례에 걸쳐 신내림 굿 등을 받고 굿 값과 기도비 명목으로 총 4,360만원을 건넸다. 이후 A씨는 "B씨의 행위는 과도한 내용의 불행을 고지하는 방법으로 굿 값을 지급받은 것으로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행위로서 허용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며 1회 굿 비용을 50만원으로 계산한 사회통념상 정상적인 굿 비용 250만원을 제외한 4,110만원을 반환하라며 소송(2020가단5272)을 냈다.

울산지법 이형석 판사는 5월 4일 "이유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2020가단5272).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16도12460 등)을 인용, "굿 등의 시행자가 불행을 고지하거나 길흉화복에 관한 어떠한 결과를 약속하고 기도비 등의 명목으로 대가를 받은 경우 실제 약속한 무속행위를 했는지 여부, 그 무속행위의 대가로 받은 금품의 다과, 횟수 등에 비추어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무속행위를 가장하여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거나 불안한 상태에 있는 의뢰자로부터 과다한 금품을 받아갔다면, 기망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나 굿을 하는 등의 무속은 민간 토속신앙의 일종인 종교행위로서, 그 시행자가 의뢰자의 의사에 따라 통상적인 범위 내의 보수 내지 비용을 받고 객관적으로 무속업계에서 행하여지는 일반적인 무속행위를 하였다면, 굿 등의 의뢰자가 요구하거나 시행자가 약속한 어떠한 목적이 달성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불법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또한 이 사건과 같이 굿을 하는 등의 무속신앙은 그 근본원리나 성격 등이 과학적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지만, 예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반 대중 사이에서 오랫동안 상당히 폭넓게 행하여 온 '전통적인 관습 또는 민간 토속 신앙'의 하나로 종교적 기도행위의 일환으로서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고, 그 의미나 대상이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논리의 범주 내에 있다기보다는 조상신이나 영혼신 등 정신적이고 신비로운 세계를 전제로 하여 성립된 것이어서, 이러한 무속의 실행에 있어서는 굿을 하게 된 사람이 반드시 어떤 목적된 결과의 달성을 요구하기보다는 기도나 굿하는 과정 등에 직 · 간접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 또는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점과 인간의 길흉화복에 관하여 예측하고 이를 굿 등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무속신앙 자체의 내재적 특징까지 보태어 보면, 무속신앙으로서 행해지는 굿과 관련하여 금전을 교부받은 행위를 불법행위라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위와 같이 민간 토속 신앙으로 행해지는 굿이 시행자가 '진실로 무속행위를 할 의사가 없고 자신도 그 효과를 믿지 아니하면서 효과가 있는 것처럼 상대방을 기망'하여 부정한 이익을 취하거나,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재산상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무속행위를 가장한 경우에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지만, 길흉화복을 예측하고 그에 관한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경우 무속인이 주관적으로 그러한 목적달성을 위한 의사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무속행위'를 실제로 한 이상, 비록 굿을 통해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거나 굿 금액이 다소 과다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시행자인 무속인이 상대방을 기망하였다거나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고 쉽게 단정할 수 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에게 과도한 내용의 불행을 고지하는 방법으로 굿 값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피고가 굿 값을 받고 약속한 무속행위를 한 것으로 볼 때 진실로 무속행위를 할 의사가 없고 자신도 그 효과를 믿지 아니하면서 효과가 있는 것처럼 상대방을 기망하여 부정하게 이익을 취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가 원고로부터 받은 굿 값이 고액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굿의 특성상 그 가격은 굿을 주최하는 무속인의 명성 또는 역량이나 해당 굿의 성격,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그 금액이 고액인지 여부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점, 피고는 원고가 요청한 굿을 모두 실행하였고, 원고는 피고의 굿이 끝날 무렵 원고의 미용실 내에 법당을 차려두고 직접 무속인이 되어 다른 사람을 위한 굿을 실행하는 등 현재까지 무속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보면 피고가 원고를 부당하게 기망하거나 현혹하여 정상적인 판단을 그르치게 하여 원고로부터 4,360만원을 지급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