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우회전 10초만에 횡단보도 무단횡단 80대 치어 사망…운전자 무죄"
[교통] "우회전 10초만에 횡단보도 무단횡단 80대 치어 사망…운전자 무죄"
  • 기사출고 2021.06.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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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무단횡단 예견, 대비 주의의무까지 인정 어려워"

2월의 해뜨기 전 아직 어둠이 덜 가신 시각, 보행자 신호를 위반해 횡단보도를 무단으로 건너던 80대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3부(재판장 김태호 부장판사)는 5월 11일 2019년 2월 25일 06:34경 전남 목포시 산정동에 있는 모 시공업체 앞 편도 3차선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무단 횡단하던 80대 남성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로 기소된 A(30)씨에 대한 항소심(2020노1367)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사고 당시는 겨울이고 일출 전(같은 날 일출 시각은 07:16경)으로, 도로변에 가로등이 켜져 있기는 하였으나 주변이 상당히 어두웠다.

재판부는 "제한속도를 준수하면서 운행을 하고 있던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일출 전 어두운 도로를 보행자 신호를 위반하여 무단횡단을 하는 것을 미리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고가 발생한 횡단보도에는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사고 발생 당시 신호는 차량진행신호로 이는 사고가 발생하기 최소한 1분 전부터 계속되고 있었고, 피고인은 사고 발생 약 10초 전에 우회전하여 사고 도로에 진입하였고, 당시 제한속도(시속 60km)보다 훨씬 낮은 속도(시속 약 37.4㎞ 내지 39.7㎞)로 운전하고 있었다"고 지적하고, "피해자는 사고 발생 약 15~20초 전에 횡단보도에 진입하여 걷기 시작했는데, 그로부터 약 20초 전에 버스가 지나가는 등 차량 통행이 있었고 피해자가 보행자신호를 위반해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음에도, 피해자는 정면을 바라보며 걸을 뿐 주변을 살펴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 할 수 없고(대법원 1985. 7. 9. 선고 85도833 판결 등 참조),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등이 적색으로 표시된 경우, 자동차의 운전자에게 보행자가 적색신호를 무시하고 갑자기 뛰어나올 것까지 미리 예견하여 운전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까지는 없다(대법원 1985. 11. 12. 선고 85도1893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