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T] 의료 마이데이터 해외사례와 시사점
[TMT] 의료 마이데이터 해외사례와 시사점
  • 기사출고 2021.06.04 09: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높은 EMR 보급율…의료 마이데이터 선도국 기대

정부는 2019년 12월 개인 주도로 의료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인 PHR(Personal Health Record: 개인건강기록) 서비스 활성화를 위하여, '마이 헬스웨이(My Healthway)' 정책을 마련하였다. 이하에서는 PHR의 개념 및 해외 PHR 구축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나라 의료 분야 마이데이터 발전을 위한 방향성에 대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박규홍 변호사
◇박규홍 변호사

의료의 패러다임은 외과적 진단-치료 중심에서 비외과적 · 예방적 진단-치료 중심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전자건강기록의 개념 역시 발전해왔다. 기존에 수기로 작성하던 의무기록을 디지털화한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EMR) 개념이 등장하였고, EMR은 의료기록뿐만 아니라 건강 관련 정보까지 포함하며 단일 의료기관이 아닌 여러 의료기관 간 공유가 가능한 평생전자건강기록(Electronic Health Record: EHR)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의료 패러다임 전환과 PHR

현재에는 EMR과 EHR을 기초로, 환자 스스로 건강기록을 관리할 수 있는 개인건강기록(PHR)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였고, PHR은 '환자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기록'이라는 단순한 개념에서부터 '여러 의료 기관으로부터 제공된 진료정보와 개인 스스로 기록한 건강기록을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개인의 평생건강기록'이라는 포괄적인 개념까지 매우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다. 정부의 마이 헬스웨이 정책은 이러한 PHR 도입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환자 개인이 주체가 되어 건강정보를 관리 ·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PHR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미국, 영국, 핀란드 등 해외 사례를 소개한다.

미국은 2009년 소비자가 제품 · 서비스를 이용하고 의사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기계가독형식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스마트 공시(Smart Disclosure)' 정책을 시작으로, 전자건강기록(EHR)의 사회적 확산을 독려하는 법률인 「경제 및 임상 보건을 위한 건강정보 기술에 관한 법률(Health Information Technology for Economic and Clinical Health Act: HITECH)」의 제정, 전자건강기록의 의미 있는 사용(Meaningful Use: MU)에 대해 인센티브를 지불하는 제도인 전자건강기록 인센티브제도(EHR incentive program)의 도입 등을 통해 PHR 구축의 기반을 일찍이 마련하였다.

미국, 블루버튼 서비스 통해 제공

이후 미국 보훈처는 2010년 소비자 참여 워크 그룹, 보험청, 국방부와 협력하여 퇴역군인들을 대상으로, 보훈처가 보유한 자신의 의료 관련 개인정보(퇴역군인들의 입원 · 퇴원 · 진료예약 내역, 알러지 정보, 심전도, 예방접종 및 면역접종 기록, 화학 · 혈액 · 미생물적 실험결과, 외과 병리학, 세포학, 전자 현미 기술의 병리학 자료, 방사선 검사 정보 등)를 전자기록 형태로 획득할 수 있는 '블루버튼(Blue Button)' 서비스를 출시하였고, 2012년에는 미국 국가건강정보기술조정국과 보훈청이 Blue Button 서비스 대상을 미국 내 모든 환자로 확대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Automate Blu e Button Initiative를 발표하였다. 초기에는 정보주체에게 제공되는 의료정보가 PDF 형태에 그쳤지만, 현재에는 'Blue Button Plus'라는 데이터 형식 표준이 확립되어 다른 의료기관 간의 교환뿐만 아니라 제3자 개발 애플리케이션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형태의 PHR이 블루버튼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영국은 2013년 마이데이터 서비스 실증 테스트로 MIL(Midata Innovation Lab)을 진행하여 그 중 의료 분야에서는 건강 데이터(체중, 운동, 수면 등)와 개인 의료 데이터(약물, 진단, 처방 등)에 집중하여 의료관계자 간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모델로 하는 MiHealth가 운영된 바 있다. 하지만 MiHealth 애플리케이션은 실증 테스트 단계까지 운영되고, 그 후 후속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국가보건의료서비스법에 의해 1948년에 설립된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에서 2018년 12월 31일부터 NHS라는 앱을 통해 정부차원에서 국민들이 보건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잉글랜드와 웨일즈 주정부는 NHS App을 공개하여 환자의 증상 입력, 외래 예약, 복용약 반복처방 주문, 의무기록 정보 접근 기능과 같은 기초적인 의료 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 밖에 영국에서는 디지미(Digi.me)라는 기업이 PH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핀란드, 국가에 상관없이 데이터 활용 가능

핀란드의 경우 1950년대부터 수집한 국민의료기록을 2007년부터 칸타(Kanta) 시스템을 통해 빠르게 중앙화하기 시작하였다. 칸타 시스템에는 환자들의 진료기록, 처방전뿐만 아니라 영상검사 결과를 비롯한 모든 의료관련 정보가 저장된다. 저장되는 모든 데이터들은 국제표준코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가에 상관없이 데이터 활용이 가능하다. 환자는 본인의 의료기록을 검색하여 이전에 진행되었던 처방전 기록을 확인해볼 수 있으며, 의료서비스 제공자는 환자 동의 하에 정보 열람이 가능하다.

호주는 2012년에 개인 제어 전자건강기록(Personally Controlled Electronic Health Record, PCEHR)이라는 개념으로 PHR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참여를 희망하는 개인을 위해 선택적 참여(opt-in) 등록 절차 방식을 선택하였다. 2016년에는 ‘마이 헬스 레코드(My Health Record)’로 재개되었으며, 등록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탈퇴를 선택하는 선택적 배제(opt-out) 모델로 전환함으로써 적극적으로 PHR 구축을 도모한 바 있다. 마이 헬스 레코드는 개인의 의무기록, 메디케어 기록 등으로 구성되어, 개인은 자신의 건강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접근권한을 제어하고 누가 자신의 정보를 볼 수 있는지 관리가 가능하고 마이 헬스 레코드의 정보는 병원, 약국 등의 의료기관과 연결된다.

PHR은 대부분 국가 차원의 전자건강기록, 전자건강기록 저장소, 보건의료정보 교환체계 혹은 인프라(EMR 또는 EHR)를 먼저 구축하고,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정보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PH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의료기관이 생성하는 의료정보를 수집하여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하여, 의료데이터의 표준화가 선행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 의료데이터 표준화를 추진하기에 용이한 의료체계, 공공의료기관이 의료서비스를 주도하는 국가이거나, 공공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어 민간 의료기관으로부터 의료데이터를 제출하도록 사실상 강제할 수 있는 시스템(미국)을 갖춘 국가가 통상 PHR 선도국가가 되었다.

의료데이터 표준화 선결 필요

우리나라는 이러한 PHR 선도국가들보다도 전자진료기록(EMR)의 도입율이 높고, 건강보험제도를 통한 공적보험제도도 완비되어 있어 PHR을 위한 기초 인프라가 충분하다. 정부가 발표한 마이 헬스웨이 정책은 국가 차원의 전자건강기록 시스템과 건강정보 교환 플랫폼의 구축을 기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으나, PHR 시스템으로서 마이 헬스웨이 서비스가 운용되기 위해서는 각종 의료데이터의 표준화가 더욱 선결될 필요가 있다.

현재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활성화를 위하여 2020년 3월 의료법 개정을 통하여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의무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제21조 제5항이 신설되었고, 환자가 자신의 의료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환자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 진료기록 등이 일률적으로 전송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계류중이다(김미애 의원 대표발의).

세계 최고의 ICT 인프라와 높은 전자진료기록(EMR) 보급율을 기초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결합된다면, 우리나라도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선도국가 대열에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규홍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khpark@shin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