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재] 코로나 이후 '국제중재의 최근 트렌드'
[국제중재] 코로나 이후 '국제중재의 최근 트렌드'
  • 기사출고 2021.06.0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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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AB International-아놀드앤포터 웨비나

5월 27일 오후, 대한상사중재원(KCAB) 국제중재센터가 미국 로펌 아놀드앤포터(Arnold & Porter)와 함께 주관한 KCAB International의 13번째 웨비나(KCAB International & Friends 13)가 열려 일선 기업 관계자와 국제중재 변호사 등으로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웨비나의 주제는 "국제중재의 최근 트렌드(Hot Topics in Arbitration)". KCAB 안태희 변호사의 환영사에 이어 전 세계 사무소에 상주하는 아놀드앤포터의 5명의 변호사가 각기 주제를 맡아 발표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으며, 아놀드앤포터 서울사무소의 김준희 미국변호사가 전체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KCAB International과 미국 로펌 아놀드앤포터가 "국제중재의 최근 트렌드"란 주제로 공동 웨비나를 진행, 기업 관계자와 국제중재 변호사 등으로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KCAB International과 미국 로펌 아놀드앤포터가 "국제중재의 최근 트렌드"란 주제로 공동 웨비나를 진행, 기업 관계자와 국제중재 변호사 등으로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한국 첫 ISDS에서도 한국 정부 대리

아놀드앤포터는 워싱턴 DC에 본사가 있는 전통의 로펌으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한국전담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1980년대 한미 통상분쟁 시절부터 꾸준히 한국기업을 대리해 왔으며, 1980년대 한국의 첫 ISDS(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 사건인 콜트社 사건에서 한국 정부를 대리하고, 현재 진행 중인 론스타 ISDS 사건에서도 한국 정부를 대리하고 있다. 국제중재 업무에 높은 전문성을 축적한 아놀드앤포터는 정부 대리 ISDS 사건에서 지난 20년간 50건 연속 승소한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웨비나 발표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ISDS 분쟁의 전망

◇Mallory B. Silberman 변호사
◇Mallory B. Silberman 변호사

ISDS 사건을 40건 이상 다룬 투자자분쟁 전문가인 Mallory B. Silberman 변호사가 새로운 조약이 체결되고, 코로나로 인해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는 현 시점에서 ISDS 분쟁의 전망을 공유했다.

ISDS에 관한 10가지의 예측으로는 첫째,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투자자와 국가 간의 분쟁 해결에 대한 필요는 지속적으로 존재할 것이며 따라서 ISDS가 앞으로도 존속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둘째, 당사자, 의사결정자 및 중재대리인에게 적용 가능한 절차상의 규칙 등 세부적인 규범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며, 셋째, 세부사항을 조율하는 취지가 명확성을 높이기 위함이지만 여전히 그 세부사항에 관련된 소송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새로운 규칙과 제도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Mallory 변호사가 지적했다.

그의 설명이 이어진다. 넷째,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재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제도 및 규칙에 대한 해법이 곧 등장할 것이다. 다섯째, 지금은 획기적이고 생소하게 보이는 내용들이 결국은 당연한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여섯째, 직간접적으로 코로나와 관련된 사건이 늘어날 것이다.

코로나 관련 사건 늘어날 것

일곱째, 코로나와 같이 전 세계 가장 첨예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중재 사건들이라도, 이전의 다른 사건에서 다른 중재 당사자들이 다루었던 동일한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여덟째, 현재 기술의 발전으로 중재 당사자들이 각자의 집에 머물며 심리를 진행하는 것처럼, 앞으로도 더욱 놀라운 기술이 등장할 것이다. 아홉째, 아시아 출신 중재 당사자들이 관여하는 사건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1960-70년대 이후 아시아 국가들이 ICSID 회원국이 되면서 아시아 출신 중재인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따라 아시아의 많은 투자자 중재인들이 부상하게 될 것이다.

한편 ICSID 중재의 변호인을 선임할 때에는 여러 언어에 능통하고, 다양한 문화권에 대한 이해가 있는 경험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는 대규모의 전 세계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며, 이 제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코로나 이전에도 항상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트럼프 이후 미국의 국제중재 현황

◇Maria Chedid 변호사
◇Maria Chedid 변호사

미국을 대표하는 ICC 중재법원의 선임위원이자 한국 및 중동 분쟁 해결에 경험이 많은 아랍어에 능통한 Maria Chedid 변호사의 발표 내용이다.

미국은 상사중재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나라이며, 이미 상당한 판례법이 축적되어 있다.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 미국에서의 국제중재 관련 최근 판례 추세는 첫째, 국제중재의 특성상 본안 자체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살펴보지 않는 반면, 중재인의 이해상충 및 의무 불이행에 관련된 항소가 많다는 점이다. 한 예로, 재판부는 중재기관에 대한 지분소유 사실을 처음부터 밝히지 않은 한 중재인에 대해 중재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침해했다며, 이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둘째, 미국 외 다른 국가의 상사중재 당사자들이 미국 법원을 통해 증거개시 절차를 진행할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상사중재를 통해 얻을 수 없는 증거 또한 수집이 가능하며, 중재 당사자가 아닌 기업 당사자로부터도 증거 수집이 가능하다.

일리노이주, 화상심리 유효 인정

셋째, 코로나 시대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화상심리(Virtual Hearing) 혹은 원격심리(Remote Hearing) 방법이 최근 미국 일리노이주 법원의 판례에서 유효한 심리절차의 일환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 판례에 의하면 단순히 한 당사자가 원격심리를 반대한다고 해서 판정 집행이 취소될 수 없다.

또한 미국 전역의 많은 도시들이 선호 중재지가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 내의 중재는 뉴욕에서 많이 이루어졌으나 최근에는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등이 중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최근 5년 동안 미국 서부의 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 및 하이테크 업계의 사내변호사들 사이에서 국제중재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하는 경우가 점차 증가하며 발생한 현상이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세계 경제 규모 5위의 도시인만큼, 앞으로도 중재지로서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제중재 관련자들의 적극적인 요구, 중재기관의 홍보 및 교육 등의 노력에 대응하여 앞으로 외국변호사들이 캘리포니아주에서 진행되는 국제중재 대리 업무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의 외국인변호사법 개정안이 지난 2019년 발효된 바 있다.

코로나 이후의 건설분쟁 전망

◇William Godwin QC
◇William Godwin QC

건설계약의 표준인 2017 FIDIC 개정에 자문하기도 한 건설분쟁 전문가인 William Godwin QC(변호사)가 발표를 맡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전 세계적으로 건설 프로젝트 관련 클레임이 증가하였다. 한 예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진행되던 미화 60억 달러에 상당하는 철도 건설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건설 프로젝트 클레임 증가

건설분쟁을 관리하고 해결하는 방식 또한 크게 바뀌었다. 우선 불가항력 조항에 기대어 불가항력 상황 및 그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계약 이행을 중단하려는 시도가 늘어났다. FIDIC 표준계약서상 불가항력 조항에는 전염병 또는 유행병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그 조항에 명시된 목록은 총망라적이지 않으며, 필수요건 충족 시 코로나와 같은 전 세계적인 유행병도 건설분쟁의 주요 키워드인 불가항력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계약이행 중단과는 별개로, FIDIC 조약에 의거하여 '전염병 또는 정부 조치로 인한' 지연에 대한 공기 연장 및 추가비용 청구도 가능하다. 더불어 코로나로 인해 계약 해지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때 해지 절차를 완벽히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해야하거나 또는 해지 절차상의 오류 자체가 상대방에게 해지의 근거를 제공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해지의 경우에는 사전에 반드시 사실관계와 계약서상 해지의 근거가 유효한지를 점검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크게 변화한 부분 중 한 가지를 더 꼽자면, 화상심리 또는 원격심리 등 기술을 응용한 중재 방법들이 이전에도 사용되었지만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화상심리 또는 원격심리는 대면 심리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유연하다는 점에서 분명한 이점을 가진다.

한편 화상심리와 원격심리의 경우 맞이하게 되는 어려움 또한 있다. 예를 들어, 증인 및 당사자의 신뢰성이 사건의 쟁점인 경우 과연 중재인 입장에서는 특정 증인을 믿을 수 있을지, 신빙성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증인을 직접 대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화상심리 또는 원격심리를 통해서는 이를 알아내기가 비교적 어렵다는 점이 중대한 단점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심리를 하지 않는 것 보다는 화상심리나 원격심리가 훨씬 도움이 된다.

76%가 원격심리 선택

실제로 올 5월 6일에 발표된 Queen Mary 국제중재 연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에 대응하여 응답자의 72%가 현재 원격심리를 하고 있으며, 16%만이 대면 진행을 위해 심리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이, 설문 응답자들은 중재기관들의 원격심리에 대한 행정적 및 절차적 지원 강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된 ICC 중재규칙이 한국기업에 미치는 영향

◇David Reed 변호사
◇David Reed 변호사

런던사무소의 David Reed 변호사가 발표했다. 그는 영미법은 물론 대륙법에도 밝다.

2021년도 ICC 중재규칙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첫째, 중재판정부가 사건 진행의 효율을 높여야 할 의무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중재판정부가 재량이 아닌, 의무에 따라 어떻게 사건을 더 효과적으로 운영해야 할지를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하지만 아직 효과적인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컨센서스는 없기 때문에 앞으로 시행착오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재판정부도 앞으로 이에 대한 경험치를 쌓아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배출량 줄이기 위해 이동 줄이자"

둘째, 중재판정부는 코로나 국면을 맞이하여 대면심리를 할 지, 화상심리를 할 지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화상심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많아져 중재심리의 운영이 조금 더 수월해졌다. 또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이동을 줄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런 화상심리를 다른 관할권에서 허용하는지는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서로 다른 시차권의 당사자들을 고려하여 대면심리와 화상심리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심리방법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새로운 개정안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한 예로, 종이 서면 제출을 더 이상 선호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중재신청인이 종이 서면을 물리적으로 제출하는 것이 관할권에 따라서는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잘 살펴보아야 하며, 실무적으로는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귀 기울여야 한다. 넷째, 이해관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하여 Third Party Funder(제3자펀더)뿐만 아니라 펀딩 관련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사람들의 신원을 공개해야 한다. 이해관계 충돌이 대리인과 당사자 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제3자펀더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을 인식한 개정안이다.

다섯째, 중재 당사자가 다수인 경우, 중재판정부가 구성된 후에는 새로운 중재 당사자를 추가적으로 영입할 수 없으며, 따라서 중재 신청 초기에 중재 당사자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련된 각각의 중재 사건의 병합 가능성 또한 확장되었다. 여섯째, 당사자 간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ICC가 중재판정부의 모든 중재인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이는 당사자 간의 합의가 불공정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중재판정부를 구성한 경우에 적용되며, 종종 당사자간 힘의 불균형 때문에 한쪽이 부당하게 더 많은 힘을 갖는 경우를 고려한 내용이다.

미국의 국제 제재가 중재에 미치는 영향

◇Anton Ware 변호사
◇Anton Ware 변호사

상하이사무소의 Anton Ware 변호사가 발표했다. 그는 론스타가 한국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ICC 분쟁에서 한국기업을 대리하여 승소한 변호사 중 한 명이다.

사내변호사들은 수출통제와 금융제재 관련 리스크에 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 가전제품 부품 제조사인 A사의 계약 상대인 B사의 한 계열사가 제재대상 리스트에 올라간 경우, 계약이행을 중단하면 계약 위반으로 상당한 손해배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처음에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제재조치 관련 조항을 삽입해야 한다. 이러한 제재조치 관련 리스크를 계약서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제재와 수출통제를 명시한 준법 관련 진술 및 보증이 들어가야 한다. 필요시 제재 관련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계약 불이행 페널티에서 면책된다는 것을 명시할 수 있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면 중재 중단 필요

한편 금융제재는 중재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중재 도중 관련된 중재인 및 변호인, 또는 상대 측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다면, 중재의 중단이 필요할 수 있으며, 중재 재개 전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제재 대상인 중재인 및 변호인에게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 그리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제재조치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재 대상 당사자에게 증거개시 과정의 일환으로 자료를 제출하는 것 또한 제재조치 위반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일례로, 2020년 8월, 어느 잘 알려진 국제중재인이 홍콩의 국가보안법 관련 제재대상으로 지정되었다. 내 사건을 맡은 중재인이 제재대상으로 지정된다면 그 사건을 맡은 중재대리인은 즉각 사임해야 한다.

또 올 3월 중국에서 Essex Court Chambers 출신의 법관이 내린 판결 때문에 Essex Court Chambers가 제재대상으로 지정되었다. 이에 따라 관련 중재인들이 제재 관련 문제를 피하기 위해 즉각 Chambers를 떠났고, 그 여파는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제재와 관련한 다양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중재판정부에 회부될 것으로 보인다. 사내변호사와 로펌을 막론하고 이런 다양한 리스크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