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상고제도 개선방안은?
올바른 상고제도 개선방안은?
  • 기사출고 2021.05.2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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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심사제, 고법 상고부, 대법 확대안 놓고 토론

2020년 9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시민의 84.9%, 법관 95.9%, 검사 89.2%, 변호사 75.7%, 법학교수 80.1%가 상고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의 과다한 사건 부담으로 인하여 충실하면서도 신속한 심리가 불가능하고, 질 좋은 재판을 제공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과 2019년 기준, 본안사건 수만 따져도 1년간 대법원에 접수되는 상고사건이 4만~5만 건에 이른다. 이를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으로 나누면 대법관 1인당 1년에 약 4,000건을 주심으로서 담당해야 한다는 얘기로, 비주심 사건까지 포함하면 대법관 1인이 관여해야 하는 사건은 1년에 약 1만 6,000건으로 늘어나게 된다.

◇대법원 본안사건 접수 건수 추이(1990 ~ 2019년)
◇대법원 본안사건 접수 건수 추이(1990 ~ 2019년)

이런 가운데 대법원이 5월 21일 오후 「대법원 재판 제도, 이대로 좋은가? -상고제도 개선을 중심으로-」라는 명칭의 토론회를 개최해 구체적인 상고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토론회에선 특히 사법행정자문회의 산하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위원장: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약 1년간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올 초 실현가능한 개선방안으로 사법행정자문회의에 보고한 ①상고심사제 방안, ②고등법원 상고부와 상고심사제를 혼합하는 방안, ③대법원의 이원적 구성(대법관 소수 증원 포함)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와 뜨거운 토론이 있었다. 발표내용을 토대로 3가지 상고제도 개선방안을 소개한다. 대법원은 "앞으로도 상고제도 개선과 관련한 유관기관 의견조회, 추가 인식조사 등을 통하여 상고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폭넓은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할 예정"이라며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와 사법행정자문회의의 논의를 통하여 바람직한 상고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결론이 도출되면 그 결론을 중심으로 상고제도 개선방안을 제도화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오곤 한국법학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이날 토론회에 앞서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헌법이 정한 최고법원의 역할과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우리 국민이 원하는 좋은 대법원 재판을 실현할 수 있도록 상고제도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것인데, 이에 대하여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정도의 공감대가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된다"고 하면서도, "재판제도나 심급체계 전반의 변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상고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사법수요자인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헌환 위원장은 "현재 활동 중인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의 논의가 기존의 상고제도 개선 논의와 다소 다른 점은,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시각을 가진 위원들이 직접 가장 바람직한 상고제도 개선 방안을 처음부터 자율적으로 마련하여 제안해 오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러한 점에서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의 논의를 통하여 도출될 바람직한 상고제도 개선 방안은 기존의 상고제도 개선 논의와는 다른 차원의 완성도와 추진의 동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상고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충실한 심리를 통한 양질의 재판을 국민들께 제공해야 하는 측면뿐만 아니라 최종심인 대법원에서 재판받기를 희망하는 국민들의 기대도 고려해야 하는 등 풀어야 할 여러 난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지적하고, "국가의 법적 가치 기준을 제시하여 사회적 분쟁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상고심의 본질적 기능을 염두에 두고, 다 함께 지혜를 모아 국민들께 가장 유익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종협 대한변협 회장은 "상고제도의 개선방향은 법원 업무의 경감이라는 측면보다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의 충실한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라며 "복잡 · 다기화된 사회구조로 인해 상고사건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사건의 내용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바, 상고심 제도의 개선은 하루빨리 해결하여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상고심사제 방안=적법한 상고이유를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거나 상고이유 자체를 보다 강화하여 대법원이 보다 근본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사건에 심리를 집중하는 방안으로, 상고사건을 사건 유형과 상고이유에 따라 ①반드시 대법원의 본안 심리가 필요한 사건 유형인 '필수심리 사건', ②상고이유 그 자체로 대법원의 본안 심리를 필요로 하는 '권리상고 사건', ③대법원의 본안 심리를 받기 위해 일정한 심사가 필요한 '심사상고 사건'으로 유형화한다. 필수사건은 대체로 ▲사형, 무기 또는 10년(2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 ▲당선무효 관련 형사사건 ▲특허, 공정거래사건 등 2심제 사건으로 범위가 거론되며, 권리상고 사건은 상고사유의 관점에서 재판의 신용, 당사자의 권리 보호 또는 법적 질서의 유지 등의 관점에서 도저히 허용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어 반드시 대법원의 본안 심리를 필요로 하는 사건이다.

◇5월 21일 열린 '상고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이인호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5월 21일 열린 '상고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이인호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상고심사제 방안에 대해 주제발표한 중앙대 로스쿨의 이인호 교수는, 원심재판에 불복하고자 하는 당사자는 소위 '심사상고신청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고, 상대방 당사자는 반대서면으로 대법원의 심리가 불필요한 이유를 주장할 수 있는데, 심사상고신청서가 접수되면, 대법원은 원심의 기록이 없는 상태에서, 신청서에 담긴 쟁점사항과 신청이유를 검토하여 대법원의 심리가 필요한 중요한 사건을 가려내게 된다고 소개했다. 다만, 이 교수는 대법원이 사건을 선별하는 기준을 법률로 미리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대법원에 사건선별에 관한 재량적 권한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고심사제 방안은 현행 대법원과 법원의 조직체계를 손대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복원하는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입법자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는 가장 심플하면서 비용이 들지 않는 개선방안이며, 이 교수는 현재의 비대한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우수 자원을 하급심 강화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은 모든 사건에 대해 상고허가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독일은 민사사건에서 상고허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법률전문가 그룹은 상고심사제안(변호사는 대법원 규모 확대안)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국민은 고등법원 상고부안을 가장 선호했다. 단, 일반 국민 중에서도 소송무경험자는 상고심사제안을 가장 선호했다.  

◇고등법원 상고부안+상고심사제안=형사사건 상고절차는 고등법원 상고부안으로, 민사사건 상고절차는 상고심사제안으로 구분하여 상고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이다. 독일의 입법례와 유사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는데, 독일은 형사사건의 경우 상고이유가 있는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을 기준으로 하여 고등법원과 연방일반법원이 최종심을 나누어 분담하고 있고, 민사사건의 경우에는 항소법원이 판결로 상고를 허가했거나 상고법원이 상고허가한 사건만 상고가 가능한 상고허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방안을 제안한 심정희 국회사무처 이사관에 따르면, 대법원은 선고형이 사형 · 징역 · 금고형인 형사사건과 당선무효 선거 관련 형사사건을 종심으로 재판하고 고등법원 형사상고부는 대법원 관할이 아닌 사건을 종심으로 재판하게 된다. 심 이사관은 또 1심의 단독판사 관할은 고등법원 형사상고부를, 1심의 합의부 관할은 대법원을 각각 종심으로 삼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과 고등법원 상고부 간의 법령 해석 · 적용 및 판례의 통일성 확보를 위해 고등법원 상고부의 판결 전 이송절차를 두며, 고등법원 상고부의 판결 후에는 당사자는 그 판결에 헌법 위반, 법령 해석의 부당 또는 대법원 · 상고부 판례간 불일치의 사유에 있을 때에만 대법원에 특별상고할 수 있다. 고법에 형사상고부가 생기고, 민사사건은 상고심사제로 운영함에 따라 대법원 운영은 현행과 다르게 전원합의체 중심으로 운영한다.

또 고등법원 상고부의 상고법관 지위 및 자격은 판사(10년 이상 경력)와 대법관(20년 이상 경력) 사이에 위치하도록 설정하고, 대법원장의 인사권에 대한 내부 견제를 위해 대법관과 유사하게 후보자추천위원회를 거치도록 한다. 전국 고등법원에 필요한 수의 형사상고부를 두며, 각 상고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의 가치평등을 고려하여 4명의 상고법관으로 구성하도록 한다. 부장판사를 두지 않고 대등하게 운영한다.

민사사건에 대한 상고심사제안은 이인호 교수가 제안한 상고심사제안과 유사하나, 민사소송법상 상고심 상고이유를 현행보다 축소 · 제한하여 상고이유가 있으면 본안 판단에 들어가야 하는 '권리상고'와 상고심사 신청 후 대법원의 상고심사 결정을 거쳐 본안 판단에 들어가는 '심사상고'로 상고절차를 이원화하자는 주장이다. 상고심사제안의 '상고이유' 없이도 상고가 가능한 '필수심리 사건'은 인정하지 않는다.

◇대법원의 2원적 구성 방안=현재 14명인 대법관을 6명 증원함과 동시에 대법원 판사 20명을 신규로 임명하여, 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는 2개의 '대법관 재판부'와 대법관 1명에 대법원 판사 2명으로 구성되는 '2원적 재판부' 10개를 설치하자는 내용으로, 민홍기 변호사가 발표했다. 2원적 재판부가 대부분의 개별 상고사건에 대한 최종심으로서 대법원의 권리구제 기능(최고법원)을 담당하게 되며,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8명의 대법관 중 8명은 2개의 '대법관 재판부'를 구성하고, 또 10명의 대법관이 '2원적 재판부' 10개를 각각 하나씩 맡게 된다. 대법원 판사란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대법관이 아닌 법관을 말한다.

사법(私法) 재판부와 공법(公法) 재판부로 운영되는 '대법관 재판부'는 '2원적 재판부'에서 회부하는 쟁점있는 중요한 개별 상고사건에 대한 최종심으로서 대법원의 권리구제 기능(최고법원)을 하게 됨과 아울러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파장력 있는 중요 사건들을 사전에 선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4명 대법관의 의견이 가부(可否) 동수인 경우 등 과반수 의견이 없는 경우에는 필요적으로 전원합의체로 회부하며(필요적 회부), 과반수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대법관 사이에 의견 불일치가 있는 경우에는 판결을 선고하는 대신 재판장은 다른 대법관(3명)과 협의하여 전원합의체로 회부할 수 있다(임의적 회부).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8인을 각 9인의 대법관으로 제1, 2부로 나누어 2개가 구성되며, 대법원장은 제1, 2부의 재판장이 되어 전원합의체 재판을 진행한다.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6명 이상의 찬성으로 판결하게 되며, 전원합의체를 구성하는 대법관의 의견이 과반수가 없이 5 : 5가 되거나 혹은 5 : 4 : 1 등으로 의견이 분산되는 경우는 상고를 기각하게 된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