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거듭된 요청 불구 민사사건이라며 경찰관이 고소장 반려…위자료 물라"
[손배] "거듭된 요청 불구 민사사건이라며 경찰관이 고소장 반려…위자료 물라"
  • 기사출고 2021.05.2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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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고소장 접수해 심사 · 처리할 의무 위반"

민원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민사사건이라며 고소장을 반려한 경찰관에게 위자료 50만원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5년 4월 14일 B씨로부터 운송료 40만원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B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하여 경기도의 한 경찰서를 방문하였으나, 당시 접수 당직으로 근무하던 C경위는 A씨가 제출하려는 고소장의 내용이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상 채무불이행 사건이라며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고 반려했다. 결국 A씨는 수원지검에 B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였고, B씨는 사기 혐의로 약식기소되어 2015년 9월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됐다.

A씨는 2015년 4월경 A씨의 형을 통하여 해당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전화하여 이 고소장 접수 반려 행위가 비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C경위를 조사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 수일 후 다시 청문감사실 소속인 D경위에게 전화하여 민원서류를 제출하기 위하여 방문하겠다고 얘기하였으나 D경위는 바쁜 일이 있을 수 있다면서 못 만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A씨는 경기지방경찰청에 C, D경위에 대하여 민원을 제기하였고, C경위는 '절차 위반 등'을 이유로, D경위는 '민원사건 처리지연과 중간통지 생략, 부적절 민원응대' 등을 이유로 각각 경고처분을 받았다. 이후 A씨는 C, D경위를 상대로 각각 위자료 100만원의 지급을, 국가에 대해서는 이중 5만원에 대한 연대책임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1심에선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취소하고 C경위가 위자료 50만원, D경위가 30만원을 A씨에게 지급하고, 국가는 이중 5만원씩을 C, D경위와 연대하여 지급하라고 판결, 피고들이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4월 29일 "이 사건은 소액사건이므로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각 호의 사유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상고할 수 있는데, 상고이유 주장은 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며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19다296790).

항소심 재판부는 "구 범죄수사규칙 제42조 제4항, 제47조 등의 문언, 내용,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경찰관은 고소 · 고발이 있는 때에는 원칙적으로 이를 수리하여 즉시 수사에 착수하여야 하나, 예외적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 즉 범죄수사규칙 제42조 제1항 각 호의 사유가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수리하지 아니하고 반려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경우에도 일단 고소 자체에 대한 접수절차를 거쳐 그 내용을 검토하여야 하며 이를 수리하지 아니하고 반려할 때에도 고소인에게 반려 사유 및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음을 반드시 고지함으로써 고소인의 권리가 부당히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C는 원고가 제출하는 고소장을 접수한 후 심사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기본적인 고소장 접수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이를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음은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그에 대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국가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원고가 B를 상대로 고소하였는데 위와 같은 종류의 사건이 실제 수사 결과 단순한 채무불이행 사건이 아니라 사기 등의 형사사건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다소 존재하고 실제로도 B가 위 사건에서 사기죄로 형사처벌을 받았던 점, 또한 피고 C가 민사상 채무불이행 사건이라는 이유로 원고의 고소장 제출을 반려하였으나 원고는 거듭하여 고소장 접수를 요구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 C로서는 관련 형사사건에 관하여 이를 민사상 채무불이행 사건으로 단정하지 않고 일단 원고로부터 고소장을 제출받아 범죄사건부에 등재하는 등 정식의 접수절차를 거쳐야 함이 옳고, 설령 고소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등 수사에 착수할 수 없는 사정이 명백하여 사실상 고소의 철회를 권유하였더라도 원고가 이를 따르지 아니하고 고소의 의사를 명확히 밝힌 이상, 일단 위와 같이 고소장을 접수하였어야 하였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이의제기절차를 충분히 고지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D경위에 대해서도, "경찰공무원 복무규정은 경찰공무원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충성과 봉사를 다하고 주어진 사명을 다하기 위하여 긍지를 가지고 한마음 한뜻으로 굳게 뭉쳐 임무수행에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하며(경찰공무원 복무규정 제3조 제1, 4호) 국민에게 겸손하고 친절하여야 한다(경찰공무원 복무규정 제4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고, 이와 같은 공무원의 성실의무, 친절 · 공정의무는 단순한 도덕상의 의무가 아니라 법적 의무"라고 지적하고, "D는 원고가 제출하려는 민원서류를 접수한 후 심사하여 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그 처리를 지연 또는 거부함으로써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법행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음은 경험칙상 인정되므로, 그에 대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국가 또한 그 소속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