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공공주차장 관리운영권 설정해주었으면 업체 파산 이유 계약 해지 불가"
[파산] "공공주차장 관리운영권 설정해주었으면 업체 파산 이유 계약 해지 불가"
  • 기사출고 2021.05.0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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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합] "공법상 법률관계에도 채무자회생법 적용"

공공주차장 건설을 위한 민간투자 실시협약에 따라 공공주차장의 소유권 귀속과 관리운영권 설정이 모두 이행됐다면 파산을 이유로 실시협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쌍무계약의 특질을 가진 공법상 법률관계에도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해지에 관한 채무자회생법 제335조 제1항이 적용 또는 유추적용될 수 있으나, 이미 대가관계에 있는 채무가 모두 이행되어 쌍방미이행 상태가 아니라고 본 의미 있는 판결이다.

대전광역시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근거하여 2008년 3월 A사와, A사가 대전시로부터 제공받은 토지에 지하주차장과 부대시설을 건설하여 대전시에 기부채납하면 대전시는 A사에 위 지하주차장 등에 대한 시설관리운영권을 설정해 주는 '노은역 동편광장 지하주차장 건설과 운영사업' 실시협약을 체결, A사가 대전 유성구에 지하 4층, 지상 1층 규모의 지하주차장과 부대시설을 건축하여 2011년 2월 대전시에 기부채납에 의한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고, 대전시로부터 지하주차장 등에 대한 관리운영권을 설정받았다. 이후 대전시는 2011년 7월 A사로부터 지하주차장 등에 대한 관리운영권을 양수한 (주)리차드텍과 위 실시협약과 동일한 내용으로 실시협약 변경협약을 체결하고, 리차드텍 앞으로 지하주차장 등에 대한 관리운영권에 관하여 관리자변경등록을 마쳐주었다. 리차드텍은 또 그린손해보험으로부터 145억원을 대출받고, 실시협약에 의하여 리차드텍이 가지는 관리운영권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88억 5,000만원, 채무자 리차드텍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그러나 2013년 11월 그린손해보험이 파산선고를 받고 리차드텍도 이듬해 6월 파산선고를 받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리차드텍의 파산관재인은 2014년 7월 대전시에 '파산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실시협약을 해지한다'고 통지하였고, 그린손해보험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는 2015년 3월 '실시협약에 의하여 발생된 리차드텍의 파산관재인의 대전시에 대한 106억원의 해지시지급금채권'에 대하여 근저당권에 기한 물상대위에 의한 채권압류와 전부명령을 받아 확정받은 후, 대전시를 상대로 일부 청구로 해지시지급금 중 50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실시협약이 해지되지 않았으므로 리차드텍 파산관재인에게 지급할 해지 시 지급금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다퉜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335조 1항은 "쌍무계약에 관하여 채무자 및 그 상대방이 모두 파산선고 당시 아직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때에는 파산관재인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거나 채무자의 채무를 이행하고 상대방의 채무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대전시와 실시협약을 체결한 리차드텍의 파산관재인이 실시협약을 채무자회생법 335조 1항에 의하여 해지할 수 있는지 여부.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실시협약에 따른 쌍방 당사자의 상호 대등한 대가관계에 있는 채무는 모두 이행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예금보험공사의 청구를 기각하자 예금보험공사가 상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도 5월 6일 "이 사건 실시협약은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며 상고를 기각, 원심을 확정했다(2017다273441).

대법원은 "쌍무계약의 특질을 가진 공법상 법률관계에도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해지에 관한 채무자회생법 제335조 제1항이 적용 또는 유추적용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리차드텍은 파산선고 전에 이미 피고에게 주차장의 소유권 귀속 절차를 이행하였고, 피고는 리차드텍에게 물권인 관리운영권을 설정하여 주어, 이 사건 실시협약은 리차드텍의 파산선고 전에 이미 시행단계가 완료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리차드텍은 파산 당시 '실시협약에 따라 주차장을 유지 · 관리 및 운영할 의무와 운영실적 및 운영계획을 피고에게 제출할 의무' 등이 남아 있었고, 피고에게는 '리차드텍이 주차장 부지 및 시설을 무상으로 사용 · 수익하도록 하고, 불가항력 사유 등이 발생하였을 때 총 사업비를 변경하는 등 절차에 협조하며, 주차단속을 실시하여야 할 의무' 등이 남아 있었으나, 파산 당시 리차드텍과 피고 사이의 위와 같은 법률관계는 ①상호 대등한 대가관계에 있는 법률관계라고 할 수 없고, ②성립 · 이행 · 존속상 법률적 · 경제적으로 견련성도 없으며, ③피고가 파산 이전에 이미 관리운영권을 설정해 줌으로써 '서로 담보로서 기능하는 채무'의 이행을 완료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1심에서는 법무법인 지평과 정진, 항소심에서는 법무법인 정진, 상고심에선 법무법인 광장이 각각 예금보험공사를 대리했다. 대전시는 한밭법무법인이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