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부가세 신고 당연무효 아니면 당사자소송으로 환급세액 청구 불가"
[조세] "부가세 신고 당연무효 아니면 당사자소송으로 환급세액 청구 불가"
  • 기사출고 2021.05.0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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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개인간 환급세액 반환채권 양수 불구 국가 상대 인정 안 돼"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매도인에게 지급한 부가세액이 매입 불공제되었더라도 매도인의 부가세 신고행위가 당연무효이거나 경정 등에 의하여 확정이 깨지지 않는 한 매수인이 매도인의 부가세 환급세액 반환청구권을 양수했더라도 곧바로 국가에 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6년 12월 27일 부동산 임대사업자인 B씨로부터 서울에 있는 건물의 한 호실을 13억원(토지분 730,320,648원+건물분 569,679,352원)에 매수하고 2017년 1월 10일 사업자등록을 한 후 이 부동산의 기존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등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고 있다. A씨는 1월 9일 B씨로부터 부동산 매매대금 중 건물분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받고, 건물분 부가가치세 5,600여만원을 지급하였으며, 2017년 1기분 부가가치세를 신고 · 납부하면서 이를 매입세액으로 공제받았다.

그러나 이후 세무서장이 2019년 2월 8일 A씨와 B씨 사이의 부동산 매매거래가 '사업의 양도'에 해당하여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인 '재화의 공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부동산 매매거래와 관련된 매입세액을 불공제하고 A씨의 2017년 1기분 부가가치세와 가산세를 7,300여만원으로 증액하자, A씨가 B씨를 상대로 B씨가 국가에 대하여 가지는 2017년 1기분 부가가치세 환급세액과 환급가산금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양도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 공시송달에 의한 승소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됐다. 이어 A씨가 국가에 양수금 채권(부당이득반환채권)의 이행을 청구했으나 국가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국가를 상대로 양수금 채권의 이행을 청구하는 당사자소송(2020구합81229)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이정민 부장판사)는 3월 16일 "이유 없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재판에서 "국가는 원고(A씨)에게 2017년 1기분 부가가치세 신고 시 공제받았던 매입세액을 불공제하는 내용의 경정결정을 하는 대신 B에게는 56,967,935원의 부가가치세와 이에 대한 환급가산금을 환급하겠다고 통지하였다"며 "이로써 B의 국가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세액이 발생하였고, 원고는 이를 적법하게 양도받은 후 국가에게 양도통지를 마쳤으므로 국가는 원고에게 양수금 채권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먼저 "부가가치세법령의 내용, 형식 및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납세의무자에 대한 국가의 부가가치세 환급세액 지급의무는 그 납세의무자로부터 어느 과세기간에 과다하게 거래징수된 세액 상당을 국가가 실제로 납부받았는지와 관계없이 부가가치세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직접 발생하는 것으로서, 그 법적 성질은 정의와 공평의관념에서 수익자와 손실자 사이의 재산상태 조정을 위해 인정되는 부당이득 반환의무가 아니라 부가가치세 법령에 의하여 그 존부나 범위가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조세 정책적 관점에서 특별히 인정되는 공법상 의무이고, 이에 대응하는 국가에 대한 납세의무자의 부가가치세 환급세액 지급청구는 민사소송이 아니라 행정소송법 제3조 제2호에 규정된 당사자소송의 절차에 따라야 한다(대법원 2013. 3. 21. 선고 2011다95564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부가가치세는 과세기간이 끝나는 때에 성립하고(국세기본법 제21조 제2항 제4호), 납세의무자가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할 때 확정되는 신고납세 방식의 조세로서(국세기본법 제22조 제2항 제3호), 다른 신고납세 방식의 조세와 마찬가지로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정하여 신고하는 행위에 의하여 조세채무가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그 납부행위는 신고에 의하여 확정된 구체적 조세채무를 이행하는 것이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와 같이 확정된 조세채권에 기하여 납부된 세액을 보유한다(대법원 94다60363 판결 등 참조)"고 전제하고, "이와 같이 조세채무가 구체적으로 확정된 후에는 납세의무자의 신고행위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로 인하여 당연무효에 해당한다거나, 경정청구 등으로 그 확정이 깨어지지 않는 한 그 신고행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B가 과세관청에 2017년 1기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과 세액을 신고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 매매로 인한 매출세액을 신고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B에게 피고에 대한 부동산 매매로 인한 매출세액에 관한 부가가치세 환급세액 지급채권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B의 부가가치세 신고행위가 당연무효이거나 경정 등에 의하여 그 확정이 깨어져야 할 것인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B가 경정청구를 하였다거나 과세관청이 그 세액을 감액하는 경정결정을 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그렇다면 B의 피고에 대한 국세환급금 지급채권을 양수받았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