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보이스피싱 조직에 체크카드 대여했어도 대출 대가 아니면 무죄"
[형사] "보이스피싱 조직에 체크카드 대여했어도 대출 대가 아니면 무죄"
  • 기사출고 2021.05.0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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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이자 출금용으로 체크카드 · 비번 제공"

'대출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자신의 체크카드를 대여했어도 대출의 대가로 대여한 것이 아니라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9년 6월 14일경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2,000만원 이상의 대출이 가능하다. 이자 상환은 본인 계좌에 대출 이자를 입금해 놓으면 내가 체크카드를 이용하여 출금할 것이니, 이자 상환에 필요한 체크카드를 보내 달라"는 연락을 받고, 같은 달 17일경 자신 명의의 접근매체인 체크카드를 택배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교부하고 이 체크카드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가, 향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무형의 기대이익을 받을 것을 약속하고 접근매체를 대여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기소됐다.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부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유죄를 인정해 다른 사기 혐의와 함께 A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4월 15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제주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20도16468).

대법원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접근매체의 대여'란 대가를 수수 · 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 · 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를 말하고, 여기에서 '대가'란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을 말한다"고 전제하고, "이때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자는 접근매체 대여에 대응하는 경제적 이익을 수수 · 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6월 14일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보낸 월변대출 관련 광고성 문자를 보고,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카카오톡 문자로 월변대출을 문의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카카오톡 문자로 A씨에게 대출에 따른 월 이자, 원금 상환방식과 필요한 대출서류 등을 알려주면서, 원금 또는 이자의 상환은 A씨의 계좌와 체크카드를 이용하여 이루어지므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체크카드를 자신에게 맡겨야 한다고 안내했다.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전송한 후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2,500만원까지 승인이 났다고 안내받았다.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요구에 따라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대출금을 지급받을 계좌번호, 카드에 대한 은행명과 비밀번호, 계약서와 차용증을 받을 주소 등을 알려준 후, 6월 17일 제주 화물청사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원게 체크카드를 건네주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다음날인 6월 18일 A씨에게 연체 없는 정상 카드인지를 확인한다고 하면서 체크카드와 연결된 계좌에 입금된 돈을 인출하였고, A씨는 같은 날 저녁에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보이스피싱은 아니었는지 되묻기도 했다. A씨는 이 사건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보이스피싱 범행에 연루된 적도 없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대출금 및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성명불상자의 기망으로 체크카드를 교부한 사람으로서, 피고인이 대출의 대가로 접근매체를 대여했다거나 체크카드를 교부할 당시 그러한 인식을 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이 성명불상자로부터 향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무형의 기대이익을 대가로 약속하고 성명불상자에게 접근매체를 대여한 것으로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에서 정한 '대가를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행위' 및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