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문화재수리법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6년 4개월 지나 영업정지 위법"
[행정] "문화재수리법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6년 4개월 지나 영업정지 위법"
  • 기사출고 2021.05.0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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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신의성실 원칙 위반, 재량권 일탈 · 남용"

문화재수리법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약 6년 4개월, 형사처벌일부터 4년이 경과한 상태에서 문화재수리업체에 영업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A사는 업종을 보수단청업으로 한 종합문화재수리업 등록을 위하여 B씨로부터 2012년 8월경부터 2013년 6월 27일까지 보수 기술자격증을 대여받고 그 대가로 2,520만원을 지급한 후 종합문화재 수리업, 건축공사업 등을 영위하였으나 2015년 이러한 사실이 발각되어 B씨와 A사, A사 대표이사가 2015년 10월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각각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A사는 이후 2016년 4월 서울시장에게 상호를 현재 상호인 'D'로 변경하고 영업장을 충남으로 이전한다는 내용의 등록사항변경신고를 하고 종합문화재 수리업, 일반 건축공사업 등의 영업행위를 계속했다.

약식명령이 확정된 이후에도 D사 소재지의 관할관청인 충남도지사나 서울시장은 A사나 D사에게 이 사건 문화재수리법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아무런 제재처분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문화재청장이 서울시장에게 D사에 대한 제재처분 등의 조치를 실시할 것을 요구, 서울시장이 2019년 10월 D사에 1개월 15일의 문화재수리업 영업정지처분을 내리자 D사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2020구합69649)을 냈다.

D사는 재판에서 "위반행위 사실을 알면서도 장기간 아무런 제재처분을 하지 않다가 문화재수리법 위반행위 종료일인 2013년 6월경부터 6년 이상의 기간이 지난 2019년 10월에서야 영업정지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실권(실효)의 법리 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고,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이종환 부장판사)는 4월 27일 "영업정지처분은 신의성실의 원칙 등을 위반하거나,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추어 원고가 입을 불이익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며 "영업정지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에 대한 영업정지처분은 문화재수리법 위반행위가 모두 종료한 2013년 6월경으로부터 약 6년 4개월이 경과한 2019. 10. 25.에야 이루어졌는데, 그 지체된 기간은 영업정지처분의 근거규정이 정한 영업정지기간 상한(3년)의 2배를 초과하고, 원고에게는 오랜 기간 아무런 제재처분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고, 원고는 이전과 같이 평온하게 종합문화재수리업과 건축공사업을 계속 영위하며 사업규모를 키워 왔으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더 이상의 제재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을 여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사정 아래서 새삼스럽게 원고에 대하여 약 6년 4개월 전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영업정지라는 제재를 가하는 것은 원고의 신뢰이익과 법정 안정성을 빼앗는 가혹한 결과가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원고가 수주하여 시공한 공사의 총 기성금액은 2016년에는 약 5억원, 2017년에는 약 19억원, 2018년에는 약 8억원이었다가, 2019년에는 약 38억원에 이르렀고, 2020년 7월까지는 수주한 총 공사 계약금액이 17억원에 이르는 등 사업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였다.

재판부는 "이처럼 원고의 사업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됨으로써 위반행위 당시보다 현재 영업정지처분으로 입게 될 원고의 영업상 손실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하였다고 볼 수 있고, 영업정지처분이 원고의 대외적인 신용과 신뢰도에 상당한 악영향을 주게 되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원고가 장래 입게 될 무형의 불이익도 상당하다"며 "이에 비하여 위반행위 후 6년 이상이 경과한 시점인데다가 위반행위 당시와는 원고의 주주와 경영자 등 내부 구성원이 대부분 교체된 상황 아래서는 영업정지처분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장래 위반행위를 예방한다는 공익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문화재수리법이 명시적으로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처분의 제척기간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관할관청이 제재처분을 할 수 있었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위반행위 종료일로부터 5년 이상 경과한 후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의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침해하는 지나치게 과도한 처분으로 보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위반행위로 인하여 부실시공 등 문화재에 실질적인 피해를 초래하였다고 볼 자료는 없고, 원고는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현재까지 문화재 수리법 등의 법령 위반행위를 저지른 바 없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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