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역외투자 손실 70% 배상받은 조치형, 임치영 변호사
[리걸타임즈 이달의 변호사] 역외투자 손실 70% 배상받은 조치형, 임치영 변호사
  • 기사출고 2021.05.0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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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유도성 투자권유에 냉철한 수익 · 위험 검토 필요"

한국도로공사 사내근로복지기금이 미래에셋증권의 권유를 받아 유진자산운용이 만든 펀드에 투자했다가 56억여원의 손실을 본 사건에서 대법원이 4월 1일 유진자산운용과 미래에셋증권에 공동으로 70%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확정했다(2018다218335). 2014년 12월 서울남부지법에 소장이 접수된 후 최종 판결까지 6년 4개월이 걸린 이 사건은 특히 미국 생명보험증권(Traded Life Policies) 펀드(TP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도공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로 볼 수 있는지 등 여러 쟁점이 얽힌 의미가 큰 사건으로, 법무법인 충정이 도공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대리해 1심부터 3심까지 내리 승소했다.

소장 접수 후 6년 4개월 걸려

◇한국도로공사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대리해 펀드를 설정한 유진자산운용과 펀드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역외투자 손실의 70%를 회복하는 손해배상판결을 받아낸 조치형 변호사(좌)와 임치영 변호사
◇한국도로공사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대리해 펀드를 설정한 유진자산운용과 펀드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역외투자 손실의 70%를 회복하는 손해배상판결을 받아낸 조치형 변호사(좌)와 임치영 변호사

판결의 요점은 도공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투자자이고, 펀드를 설정한 유진자산운용과 상품을 판매한 미래에셋증권 모두 자본시장법상 '투자권유'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렇다면 해당 금융투자상품에 관한 자본시장법상 적합성의 원칙 준수와 설명의무, 부당권유금지의무를 부담하는데, 이를 어겼기 때문에 투자손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 승소금액은 39억 5,000여만원. 원고 측 대리인으로 승소판결을 받아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충정 금융 · 자본시장팀의 조치형, 임치영 두 변호사로부터 이번 판결의 의미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판결의 의미부터 설명해 달라.

"전문투자자 개념 명확히"

"우선 자본시장법의 기본 개념 중 하나인 '투자자의 지위' 즉, 전문투자자 vs 일반투자자의 개념에 대하여 명확한 해석론을 이끌어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정 투자자가 전문투자자냐 일반투자자냐에 따라 투자자 보호의 수준 및 영업규제의 적용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을 통해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개념'의 해석 및 적용 방향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판결에서 도로공사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일반투자자라는 판단을 받았다. 만일 전문투자자였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으로 보인다.

◇조치형 변호사
◇조치형 변호사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 위반 등이 인정될 경우, 원고와 피고 사이에 손해를 어떻게 공평하게 분담시킬 것이냐 하는 것이 또 하나의 쟁점인데, 전문투자자는 스스로 자료를 검토하여 투자 판단을 하고 위험을 감내할 능력이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송을 통해 손실을 50% 이상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일반투자자는 금융상품 자체의 위험, 투자경험 유무, 투자금액 수위 등에 있어서, '자신의 책임으로 챙겨야 할 사항'의 범위 여하에 따라 손실 회복 비율이 많이 달라진다."

-해당 펀드는 집합투자재산의 50~55%를 국내 우량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45~50%를 TP펀드에 간접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되었다. 2009년 12월 금융감독원에 전문투자자용으로 등록된 TP펀드는 투자금인 집합투자재산으로 미국 생명보험증권을 피보험자로부터 매입하여 피보험자가 사망할 때까지 피보험자를 대신하여 생명보험료를 납입하고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그 생명보험금을 수령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운용되었다.

TP펀드에 45~50% 투자

"이번 사건이 기본적으로는 국내 펀드의 문제였지만, 역외 미국 생명보험계약의 증권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피고 측에선 해당 펀드가 투자하는 TP펀드가 영국 금융감독청에 의해 일찍이 위험 상품으로 분류된 바 있었고 이 TP펀드 투자의 피해 사건들이 발생한 바 있으나, 유진자산운용과 미래에셋증권은 상품을 권유, 판매하며 이에 대해 고지하지 않았다. 판결에서 이러한 점이 피고 측의 책임을 인정하는 주요 이유들로 제시되었는데, 글로벌 투자의 차원에서 타국, 여기서는 영국의 규제 현실과 투자 손실 사례 등이 국내 투자자의 역외투자 손실 회복에 주요한 판단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하겠다. 원고 대리인 입장에선, TP펀드와 같은 신종 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및 글로벌 투자에 국내의 자본시장법을 적용하여 승소했다는 의미가 있다."

항소심에서 여러 쟁점 명확히 정리

-1심에선 원고가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기망을 당해 각 펀드의 수익증권을 매수하였다고 보고 미래에셋증권에게 원고의 수익증권 매매계약 취소에 따른 투자손실 64억여원의 반환의무를 인정했으나, 항소심에선 손실액의 70% 배상으로 승소금액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1심에서 원고 측의 주위적 청구를 받아들인 것인데, 공동피고 중 한 명인 유진자산운용은 투자신탁계약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원, 피고 쌍방이 항소한 항소심에서 추가적인 입증자료가 나오는 등으로 인해 여러 쟁점들이 법리적으로 보다 명확하게 정리되었고, 두 피고 모두의 책임이 인정되는 결과가 되었다. 과실상계가 되어 승소금액이 줄어들었으나, 투자권유시 투자자 보호의무를 적용받은 선례가 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소 제기부터 최종 판결까지 6년이 더 걸렸다.

"소송 제기와 재판과정에서, 영국 감독청의 자료, 해외 유사펀드의 실패 사례에 대한 해외 언론자료, 국내에 신고된 해당 역외펀드에 관한 자료, 국내의 TP펀드에 대한 연구자료 등을 수집하고 이를 번역, 정리해 제출하는 등 상당한 양의 작업이 필요했다. 또 서로 책임 회피성 주장을 하는 피고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쟁점들을 잘 정리하여, 두 피고 모두 책임을 부담토록 하는 것이 자본시장법의 법리임을 논증하려 하였는데, 법원에서 잘 판단해 준 것 같다."

◇임치영 변호사
◇임치영 변호사

-30%를 과실상계해 피고들에게 70%의 책임이 인정되었다.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에 있어서 판매사 등 피고들의 과실비율 인정은 일반적으로 30%, 많으면 70% 수준이다. 물론 금융투자업자들의 극단적인 사기적인 투자권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보다 높게 책임을 인정한 경우도 있다.

"70% 손실 회복, 비교적 잘 된 결과"

이 사건에서 충정 금융 · 자본시장팀은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원고 담당자의 지원으로 입증자료를 많이 준비하였을 뿐 아니라 여러 포인트에 대해 공격적으로 변론을 전개했는데, 이른바 '기관투자자'인 원고가 70% 수준의 손실을 회복하게 된 것은 비교적 잘 된 결과라고 자평한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법원이 공평하게 살펴주었고, 저희 변론을 세세하게 잘 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대규모의 복잡한 금융상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고, 사내복지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투자도 활발한 가운데 투자자와 펀드를 설정하고 판매하는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에게 조언을 부탁드린다.

"우선 투자를 하려고 할 때, 투자자 자신이 일반투자자 또는 전문투자자의 어떤 지위에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떠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구체적인 투자정보를 파악, 이해하기 위해 판매회사 등에 질문하고, '애매한 유도성의 투자권유'를 받을 때는 필요한 자료와 그 내용을 명확히 해줄 것을 요구하는 외에 투자의 수익과 위험에 관하여 냉철하게 따져보는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또 자산운용사나 펀드의 판매회사들도 금융소비자보호법도 시행된 상황이므로, 과거의 투자 권유 행태는 과감히 버리고 '영리 목적의 투자 유도'가 아닌 '객관적인 투자상품 분석 설명'을 통해 투자자들과 함께 상생한다는 마음으로 임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공기업 등 고문변호사 활동

제2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14기로 마친 조치형 변호사는 1998년 법무법인 충정에 합류하기 전 삼성그룹 비서실 법무팀에서 경력을 쌓은 기업법무 전문가 중 한 명이다. 기업의 조직, 운영, 투자, 금융, 국제거래 전반에 걸쳐 폭넓게 자문을 수행하고 있으며, 자산유동화 등 구조화 금융과 펀드 투자 관련 손해배상소송에서 많은 성공사례를 축적하고 있다.

임치영 변호사는 기업소송과 함께 의료, 제약, 금융 · 자본시장, 항공기 사고 관련 소송에서 활발하게 자문하고 있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 출신 변호사로, 한국도로공사 등 국내 유수의 공기업과 대형병원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1999년 제41회 사법시험에 합격, 31기로 사법연수원을 마쳤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