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원재료 가격 변동과 담합 리스크
[리걸타임즈 칼럼] 원재료 가격 변동과 담합 리스크
  • 기사출고 2021.05.11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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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법에선 정보 교환 자체로 담합 합의 추정"

올해 초 계란 가격 상승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다. 올 1월 계란 가격은 1년 전 대비 22.4%가량 올랐고, 이에 '금계란'이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계란은 우리 국민이 즐겨 먹는 식품이라는 점에서 계란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게 되면 그 자체로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 영향이 '계란'에만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계란 가격이 안정을 되찾지 못하면 계란을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 가격도 뒤따라 오르게 마련이다. 실제로 계란을 원료로 하는 빵, 햄버거, 과자 등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올랐다. 이러한 모습은 이른바 '살충제 계란 파동'이 있었던 2017년에도 경험한 바 있다.

◇양대권(좌) · 김기훈 변호사
◇양대권(좌) · 김기훈 변호사

이처럼 원료(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 원재료의 가격 변동 정도, 보유하고 있는 재고 수준, 대체 원료의 확보 가능 여부 등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해당 원재료를 사용하는 제품 가격 또한 상승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경쟁사들은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는데 '나홀로 가격 인상'을 하게 되면 소비자들의 수요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살피겠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 압력을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면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일정 수준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가격 상승 압력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동일한 원재료를 사용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여러 시장참여자들 모두에게 미치기 때문에, 가격 인상 또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사실 이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것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모습이 대외적으로 '담합'으로 비칠 수 있다.

'외형의 일치=담합' 아니야

물론 경쟁회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제품 가격을 동일유사한 수준 혹은 비율로 인상하였다고 하여 언제나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 즉 담합으로 제재받는 것은 아니다. 마치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를 한 것과 같은 모습이 나타나는 경우를 '외형의 일치'라고 하는데, 담합행위를 규율하는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에서는 이러한 '외형의 일치'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러한 행위를 한다는 점에 대한 합의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연한 사정에 의한 '외형의 일치'는 공정거래법의 규율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법원칙은 대법원 판결을 통해서 보다 명확하게 정립되었다. 이른바 '소주담합' 사건에서 대법원은 "(담합행위는) 둘 이상 사업자 사이의 의사의 연락이 있을 것을 본질로 하므로 단지 위 규정 각호에 열거된 '부당한 공동행위'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는 외형이 존재한다고 하여 당연히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고, 사업자 간 의사연결의 상호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에 대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두16049 판결).

한편 시장에서 가격 인상과 같은 외형의 일치가 발생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외부적 요인에 대해 시장참여자들이 동일, 유사하게 반응하여 가격 인상이라는 결과가 우연히 동일하게 발생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원재료 인상과 같은 요소는 시장참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가격 인상 요인이므로, 각 시장참여자들이 원재료 인상으로 인해 받는 가격 인상 압박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동일, 유사하다면 동시다발적으로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시장참여자들의 매출 규모, 판매경로, 시장 점유율, 재고 수준 등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원재료 상승이라는 동일한 가격 상승 압박에 대한 민감도가 다를 수밖에 없어 '우연히 동일한 시점에 동일한 금액 또는 비율로 가격이 인상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사장참여자들 사이에 가격 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가 여러 경로로 교환되면서 제품가격이 유사한 시기에 유사한 폭으로 인상되는 외형의 일치가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시장참여자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대표적인 경로는 사업자단체를 통하거나 주요 임직원들 간에 정기적, 부정기적으로 갖는 공식적, 비공식적 모임이다. 또는 시장참여자들이 공통적으로 거래하는 중간자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원재료 수입자가 한두 곳에 불과한 경우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외 시장 선도 업체가 가격 인상 필요성을 공표하고 후발 업체들이 이를 뒤따르는 경우도 있다.

정보 교환만으로 합의 단정 곤란

시장참여자들이 가격 인상을 촉발할 수 있는 주요 정보를 교환하고, 그 결과 가격 인상이라는 외형의 일치가 발생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담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담합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담합행위에 대한 합의' 즉, '가격 인상에 대한 합의'가 요구되는데 이러한 정보 교환만으로는 '합의'가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법원도 '라면담합' 사건에서 "가격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고 이를 기초로 각자의 가격을 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당연히 부당한 공동행위의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으로 이해된다(서울고등법원 2013. 11. 8. 선고 2012누24223 판결).

마찬가지 이유에서 정보 교환이 있다고 하더라도 외형의 일치가 없다면 담합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인데, '생명보험 담합 사건'에서 법원은 "16개 생명보험회사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예정이율 등에 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고…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각자 자신의 예정이율 등을 결정하였으며…외형상 일치가 인정되지도 않고…"라고 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고(서울고등법원 2013. 7. 17. 선고 2012누2346 판결), 대법원 또한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두16951 판결).

하지만 정보 교환 및 그에 따른 외형의 일치는 담합을 추단하는 주된 요소라는 점은 분명하다. 즉, 시장참여자들 상호 간에 가격과 관련된 주요 정보를 교환하고, 그 결과 가격 인상과 같은 외형의 일치가 있다는 점만으로 담합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그와 같은 사정들은 시장참여자들이 가격 인상에 대한 합의를 하였다는 사실을 추단케 하는 주요한 요소가 될 수는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법리는 대법원이 여러 차례 판시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생명보험 담합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경쟁 사업자들이 가격 등 주요 경쟁요소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 경우에…관련 시장의 구조와 특성, 교환된 정보의 성질 · 내용, 정보 교환의 주체 및 시기와 방법, 정보 교환의 목적과 의도, 정보 교환 후의 가격 · 산출량 등의 사업자 간 외형상 일치 여부 내지 차이의 정도 및 그에 관한 의사결정 과정 · 내용, 그 밖에 정보 교환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의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이 금지하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였고(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두16951 판결), '음료담합' 사건에서 법원은 "사업자들이 여러 경로를 통하여 상호 간에 빈번하게 접촉 · 교류하고, 이를 통하여 의도적으로 가격정보를 교환하며, 서로 교환된 정보를 이용하여 각자 행위내용을 조정하고 그 결과 일정한 행위가 외형상 일치하는 경우에는…공동행위의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0. 11. 25. 선고 2009누38406 판결, 이 판결은 대법원 2010두28939 판결에서 관련시장 획정 부분을 이유로 파기 환송되었으나, 최종적으로 담합 자체는 인정되었다).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는데, 도대체 정보 교환이 있고 그에 따른 외형의 일치가 있다면 담합이라는 것인가, 아니라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이에 대해서는 '정보 교환과 외형의 일치가 있다고 하여 반드시 담합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담합으로 강하게 의심받을 수 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즉, 가격 인상 계획 등 객관적인 시장 상황에 관한 정보를 시장참여자들이 공유하였고, 그 이후 가격 인상이라는 외형의 일치가 확인된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에 대한 강한 의심을 갖고 조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정보의 대상, 정보의 성질, 정보 교환이 이루어진 시기, 교환된 정보가 가격결정에 반영되었는지 여부 등 제반사정에 대한 소명이 필요하게 된다.

정보 주고받으면 합의 추정

특히 2021. 12. 30. 시행 예정인 개정 공정거래법에서 '가격, 생산량,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주고받음으로써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담합행위의 한 유형으로 신설하였고(개정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9호), 제1항 각호의 행위(위 제9호 제외)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는 경우에는 담합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도입(개정 공정거래법 제40조 제5항 제2호)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기존에는 정보 교환이나 그로 인한 외형의 일치가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담합에 해당하지 않았으나,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후에는 가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주고받는 행위 그 자체가 담합행위로 인정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격 정보 등을 주고받는 경우에는 담합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는 것으로 법률상 추정토록 함으로써 담합으로 인정될 수 있는 범위가 대폭 확대되었다.

단적으로, 시장참여자들이 원자재 가격 인상 계획과 같은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교환하는 행위 자체가 담합으로 인정될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가격 인상에 대한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므로, 시장참여자들이 그러한 합의가 없었다는 반증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증명책임의 전환에 따라 정보 교환 행위가 담합과 무관함을 증명해야 하는 큰 부담을 시장참여자들이 떠안게 되었다.

시장참여자들이 반증 제시해야

개정 공정거래법의 규제 방향은 명확하다. 담합행위의 범위를 넓혀 보다 광범위한 행위를 규제하겠다는 입법자의 의지가 담겨 있다. 특히 개정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8호에 열거된 사항에 대한 정보 교환이 인정되면 담합의 합의가 추정된다는 점에서 그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공식적 · 비공식적 모임, 회합 등을 통해 경쟁회사나 시장 정보를 교환 · 수집하는 행위부터 문제될 소지가 매우 높아졌다. 사업자단체를 통한 정보 교환 또한 문제 될 수 있다.

다시 이야기를 처음으로 되돌려 보자. 원재료 가격이 인상되어 제품 가격을 인상한 행위가 담합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가?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되면 원재료 가격 인상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였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이 아닌지 들여다볼 가능성이 더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을 더 쉽게 인정할 수 있고, 피심인은 이를 방어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기존에 자연스럽게 해 왔던 사업자단체 주관 모임, 경쟁회사들 임직원들의 사적 모임 등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당사자들은 시장 동향, 정부 규제 동향 등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사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그러한 선의(善意)에 관계없이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정보 교환이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 의심을 사는 것에서 나아가 실질적인 조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된다고 하여 그러한 모임이 전적으로 금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 경쟁회사들 사이의 정보 교환은 시장의 투명성을 높여 시장 정보 수집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 주고, 이는 시장참여자들의 시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측면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종국적으로 소비자 효용증대로 귀결될 수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용되는 정보 교환과 금지되는 정보 교환을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다는 점에 실무적인 어려움이 있다. 규제기관으로서는 아무래도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십상이다. 새로운 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다소 간의 혼선이 불가피한 시점으로 보이나, 이런 때일수록 더더욱 준비가 필요함은 분명하다. 정보 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 모임, 회합 등의 경로를 파악하고, 관련 임직원에 대한 교육, 그리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의 제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모로 새로운 시절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양대권 · 김기훈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daekwon.yang@kimch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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