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자산관리공사로부터 매수한 밭에서 폐기물 발견…국가가 처리비용 배상해야"
[민사] "자산관리공사로부터 매수한 밭에서 폐기물 발견…국가가 처리비용 배상해야"
  • 기사출고 2021.05.0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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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민법상 하자담보책임 부담"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매수한 토지 속에서 다량의 폐기물이 발견됐다면 국가가 폐기물 처리비용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매도인으로서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한다는 이유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4월 8일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경북 울진군에 있는 밭 808㎡를 매수한 A씨가 "토지에 매립되어 있던 폐기물 처리비용 6,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다202050)에서 이같이 판시, 국가의 상고를 기각하고, "국가는 A씨에게 6,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무법인 감천이 상고심에서 A씨를 대리했다. 국가는 정부법무공단이 대리했다.

A씨는 2012년 7월 국가의 업무수탁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로부터 경북 울진군에 있는 밭 808㎡를 5,700여만원에 매수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뒤 아들에게 증여했다. A씨는 이후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아들 명의로 건축허가를 받고 2014년 5월경 이 토지에서 굴착공사를 하다가 약 1∼2m 깊이에서 폐합성수지와 폐콘크리트 등 약 331톤의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것을 발견, 2014년 9월까지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6,000여만원을 지출한 뒤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는 2014년 9월 이 토지의 지목을 '전(田)'에서 '대지'로 변경했다.

대법원은 "매매의 목적물이 거래통념상 기대되는 객관적 성질이나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경우 또는 당사자가 예정하거나 보증한 성질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매도인은 민법 제580조에 따라 매수인에게 그 하자로 인한 담보책임을 부담한다"고 전제하고, "(피고에게) 하자담보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앞서 "이 사건 토지에 매립된 폐기물의 내용과 수량, 매립위치, 처리를 위하여 소요된 비용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토지에 위와 같이 고액의 처리비용이 소요되는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것은 매매목적물이 통상 갖출 것으로 기대되는 품질 내지 상태를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민법 제580조 소정의 하자담보책임으로 위와 같은 하자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토지 지하에 폐기물이 있더라도 매매계약 당시의 지목인 '전'으로 이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고, 피고가 원고에게 위 토지를 '대지'로 이용할 수 있음을 보증한 것도 아니므로 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토지가 '전'인 상태에서도 식물의 재배를 위한 굴착이 이루어질 수 있고, 토지에 매립된 폐기물은 그 위치나 수량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위 토지를 '전'으로 이용할 경우에도 식물의 재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토지의 지목을 '전'에서 '대지'로 변경하였다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토지에 폐기물이 매립되어 있는 객관적 상태의 평가가 달라질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볼 때, 피고 주장과 같은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토지에 하자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피고는 또 원고가 아들에게 토지를 증여한 후 폐기물 매립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아들에 대하여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하지 않으므로 원고가 지출한 비용과 토지의 하자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하자담보책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매수인이 매매 목적물을 인도받은 때 발생하는데,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피고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인도받은 때 발생하였고 이후 원고가 아들에게 토지를 증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거나 수증자에게 양도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는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매매계약 체결 당시 폐기물의 존재를 알았다거나 알지 못한 데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원고가 구하는 손해가 폐기물 처리비용으로 과다하게 산정되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