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칼럼] 세법의 부정행위
[리걸타임즈 칼럼] 세법의 부정행위
  • 기사출고 2021.05.04 07: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혁 변호사]

납세자는 절세를 원하기 마련이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세금을 줄이는 것이 절세이다. 하지만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입는다. 절세의 노력이 선(線)을 넘으면 탈세가 된다. 그러면 납세자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은 무엇인가? 세법에서는 이를 "부정행위(不正行爲)"라고 부른다. 부정행위로 세금을 줄이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비유컨대, 대중교통에 부정승차를 하면 최대 30배의 요금을 벌(罰)로 물린다. 과도한 벌 때문이라도 부정승차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없다. 세법의 부정행위에 대한 벌은 더욱 가혹하다. 그것을 미리 알면 부정행위는 엄두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무엇이 부정행위인지 판단이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시중에서는 부정행위가 절세 상식으로 통용되기도 한다. 절세를 의도했을 뿐인데, 탈세범이 되는 일이 일어나는 이유이다. '잘못인지 몰랐다'거나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슬기로운 납세자라면, 절세의 한계를 제대로 알아둘 필요가 있다.

부정행위에 대한 벌

◇이종혁 변호사
◇이종혁 변호사

세법에서 부정행위에 대한 벌은 크게 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부정행위로 조세를 포탈하면 조세포탈죄로 처벌된다(조세범처벌법 제3조). 둘째, 과세관청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제척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된다(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셋째, 본세의 40%에 달하는 부당과소신고가산세가 부과된다(국세기본법 제47조의3). 즉, 형사처벌도 되고, 세금을 부과받을 기간도 늘어나며, 무거운 가산세도 추가된다.

여기서 각각의 적용요건은 "부정행위"로 공통된다. 예를 들어 A가 10년간 매년 5억원씩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고 치자. 여기에 부정행위가 인정된다면, A는 조세포탈죄로 처벌될 것이다(포탈세액이 커서 특가법 제8조의 가중처벌이 적용되므로 징역형은 물론이고 포탈세액의 2배 이상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더해서 과거 10년분의 미신고 세금이 모조리 추징될 것이고, 거기에 40%의 부당과소신고가산세까지 붙는다. 여기에 연이율 10%가 넘는 납부불성실가산세까지 모두 더하면, 국가에 내야 할 돈은 몇 배로 불어나게 된다. 부정행위라는 이유로 이중 · 삼중의 불이익이 가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형사사건이 아닌 조세행정사건에서도 부정행위 여부가 다투어지는 사례가 매우 많다. 부정행위는 중요한 과세요건의 하나임을 기억해야 한다.

부정행위란?

그렇다면 부정행위란 무엇인가? 조세범처벌법 제3조에 정의 규정이 있다. "장부의 거짓 작성, 거짓 증빙, 재산의 은닉 등"의 행위를 통해서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는 기존 판례에서 부정행위로 인정된 유형들을 법으로 옮겨 온 것인데, 아무리 구체적인 예시를 들더라도 그 유형을 모두 망라할 수는 없다. 결국 경계가 애매한 경우에는 법원의 판단으로 가려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납세자가 명의를 위장한 후 납세신고를 누락한 경우를 상정해 보자. 과세관청은 명의위장을 전형적인 부정행위로 여기지만, 판례는 명의위장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세금을 탈루하기 위한 더욱 적극적인 행위가 필요하다고 본다(대법원 2017.4.13. 선고 2015두44158 판결). 같은 이유에서 주식을 명의신탁한 후 그에 대한 소득세 신고를 누락한 경우에도 판례는 그 사실만으로는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법원 2018.3.29. 선고 2017두69991 판결).

그렇다면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부정행위로 볼 수 있는가?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많은 선례에 견주어보고 결과를 유추해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래도 나름의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면, "납세의무를 피하기 위해서 과세관청이 보기에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속이는 행위"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부정행위의 범위 확장

조금 더 깊은 논의를 해보자. 만약 사용인이 본인 몰래 부정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세법상 벌이 본인에 미치는가? 우선 조세포탈죄는 고의범이므로, 본인이 몰랐다면 조세포탈죄로 처벌될 수 없다. 이전부터 판례는 "조세포탈=부과제척기간 연장=부당과소신고가산세"의 부정행위를 동일한 개념으로 보았다.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부정행위는 있었지만 본인에게 조세포탈의 책임을 지울 수 없는 경우라면, 본인에게 부과제척기간 연장 등이 적용될 수 없는가?

이에 대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은 관세 사건에서 나왔다. 본인에게 관세포탈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에서, 부과제척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다투어졌다(당시 관세의 부과제척기간은 2년으로 짧았고, 부정행위가 있는 경우에 5년으로 연장되었다). 당시 항소심은 본인에게 관세포탈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부과제척기간도 연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부과제척기간 연장의 부정행위에는 본인의 부정행위뿐만 아니라 대리인 또는 이행보조자의 행위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포함된다'는 이유로 부과제척기간이 연장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1.9.29. 선고 2009두15104 판결). 즉, 대법원은 조세포탈의 책임이 없더라도 부과제척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사례를 인정한 것인데, 기존 판례의 태도에 부합하는지는 다소 의문이 든다. 어쨌든 이어지는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위 2009두15104 판결의 태도를 유지하면서, 부과제척기간을 연장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으로 "대리인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한 경우"를 제시하였다(대법원 2010.9.10. 선고 2010두1385 판결).

사용인의 부정행위에 대한 최신 판례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흥미로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어 소개한다(대법원 2021.2.18. 선고 2017두38959 전원합의체 판결). 법인의 사용인이 법인을 속이고 법인 소득을 착복한 사안이었다. 과세관청은 위 2009두15104 판결의 법리에 따라서 사용인의 부정행위는 곧 법인의 부정행위라는 이유로 법인의 법인세 미신고분에 대하여 부과제척기간을 연장하고 부당과소신고가산세를 덧붙였다. 이에 대해서 원고는 본인은 범죄 피해자인데 이와 같은 징벌적 과세까지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사이에서 치열한 법리 논쟁이 벌어졌다. 다수의견은 세법에서 부과제척기간 연장의 부정행위와 부당과소신고가산세의 부정행위는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지만, 두 제도의 취지가 다르다는 점을 전제로 삼았다. 그리고는 범죄 피해자에게 부당과소신고가산세까지 붙이는 것은 허용할 수 없지만, 사용인의 부정행위로 인해서 과세관청의 과세권 행사에 지장이 초래된 이상 부과제척기간은 연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지적하듯이, 세법에서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는 "부정행위"의 의미를 각 제도마다 달리 해석하는 것은 체계에 맞지 않아 보인다. 범죄 피해자에게 부당과소신고가산세의 벌을 가하는 것이 부당하다면 부과제척기간 연장의 벌도 가하지 않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납세자의 이익 보호와 과세관청의 과세권 보장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세법에서 통일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부정행위의 개념이 더욱 모호해진 측면이 있다. 위 2009두15104 판결은 조세포탈의 책임과 부과제척기간 연장 사유를 구별하였고, 나아가 이번 2017두38959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과제척기간 연장과 부당과소신고가산세의 요건을 구별하였다. 세법에서는 통일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요건을 제도마다 달리 적용한다면,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은 보호받기 어려울 것이다. 납세자에게 벌을 가하는 규정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이 밝힌 새로운 법리가 이후의 사례에서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jonghlee@yulchon.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