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유진자산운용 · 미래에셋, 道公 사내근로복지기금 펀드 손실 70% 배상하라"
[증권] "유진자산운용 · 미래에셋, 道公 사내근로복지기금 펀드 손실 70%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21.04.2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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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적합성 원칙 등 위반"

한국도로공사 사내근로복지기금이 미래에셋증권의 권유를 받아 유진자산운용이 만든 펀드에 투자했다가 56억여원의 손실을 보았다. 법원은 유진자산운용과 미래에셋증권에 공동으로 손해의 7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투자권유 시 자본시장법상 적합성의 원칙과 설명의무, 부당권유행위금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4월 1일 유진자산운용이 설정한 4개의 펀드에 2013년 2월부터 7월까지 총 142억원을 투자했다가 56억여원의 손실을 입은 한국도로공사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유진자산운용과 이 펀드를 판매한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8다218335)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들의 책임을 70% 인정해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39억 5,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수십억원을 날린 대형 투자손실 사건인 만큼 대형 로펌 여러 곳이 나서 대리전을 펼쳤다. 도공 사내근로복지기금은 1심부터 대법원까지 법무법인 충정이 대리했다. 유진자산운용은 태평양이 1~3심을 관여한 가운데 항소심에선 법무법인 원도 투입됐다. 미래에셋증권은 법무법인 화우가 1심을 맡았으나 2심부터는 법무법인 세종이 대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원고를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가 아니라 일반투자자로 보고, 각 펀드를 설정한 유진자산운용과 각 펀드의 수익증권을 판매한 미래에셋증권은 자본시장법 9조 4항에서 규정하는 '투자권유'를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고 그와 같이 '투자권유'를 하였다고 평가되는 경우 고객에 대하여 해당 금융투자상품에 관한 자본시장법상 적합성의 원칙 준수의무 및 설명의무, 부당권유금지의무 등을 부담한다고 밝혔다. 특히 펀드를 설정한 유진자산운용에 대해, "유진자산운용이 원고에게 직접 각 펀드를 소개하거나 상담한 것은 아니나, 유진자산운용은 각 펀드에 대한 상품안내서를 작성하였고, 미래에셋증권의 직원은 원고의 직원에게 각 펀드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면서 유진자산운용 명의의 각 상품안내서를 제시 · 교부하였다"고 지적하고, "피고 유진자산운용은 이와 같이 투자를 유인하고 투자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기 위해 상품안내서 등 자료를 작성 · 제공하였으므로 원고에 대하여 자본시장법 제9조 제4항에 따른 '투자권유'를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펀드의 수익증권을 일반투자자인 원고에게 판매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는 볼 수 없으나, 피고 미래에셋증권의 2012. 12. 13.자 금융상품 소위원회 당시 위원들이 '(이 사건 각 펀드가 간접투자한) 미국 생명보험증권 펀드(TP펀드)의 복잡하고 높은 위험을 고려할 때 TP펀드에 재간접투자 하는 이 사건 각 펀드는 전문투자자만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피고들은 일반투자자인 원고에게 원고의 투자목적 · 재산상황 및 투자경험 등에 비추어 적합하지 않은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권유를 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히고, "피고들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각 펀드에 대한 투자권유 시 자본시장법상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들은 원고에게 원고의 합리적인 투자판단 또는 각 펀드의 가입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국 금융감독청 지침 발표 사실이나 TP펀드 투자상품의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은 여러 사건들 및 나아가 펀드의 가입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사항인 환매중단결정 및 그 변경등록 사실 등을 설명하지 않음으로써, 또한 각 펀드의 안정적 투자수익 발생 여부가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각 펀드의 투자로 정기예금과 유사하게 안정적이면서 확실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등으로 왜곡하여 설명하거나 단정적인 판단을 제공함으로써 설명의무를 위반하고, 부당권유행위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들은 원고에 대하여 각 펀드에 대한 투자권유 시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 및 부당권유행위금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밝혔다. 

기금 업무를 담당하게 된 한국도로공사 사내근로복지기금 직원이 2013년 1월경 미래에셋증권에 안정적인 금융투자상품을 추천해달라고 요청, 미래에셋증권 직원이 상품안내서를 교부하면서 유진자산운용이 만든 펀드를 권유했으나, 그 과정에서 정기예금처럼 안정적이면서 정기예금보다 높은 연 5% 내지 5.6% 사이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이라고 설명하였을 뿐 이 상품과 관련한 영국 금융감독청 지침 등은 알려주지 않았다. 이 펀드는 투자재산의 50% 내지 55%를 국내 우량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 45% 내지 50%를 TP펀드에 간접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되었는데, 영국 금융감독청은 각 펀드 설정 전인 2011년 11월경 "TP펀드 투자상품에 대한 투자는 복잡하고 높은 위험이 있어 그 상품이 대체로 소매투자자들에게 적합하지 않고, TP펀드 투자상품을 이해하지 못한 금융투자회사는 고객에게 해당 상품을 추천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발표했다.

또 원고가 펀드에 가입한 후인 2013년 4월 19일 TP펀드에 대한 환매중단결정이 이루어졌으나, 유진자산운용은 환매중단결정 사실을 곧바로 미래에셋증권에 알리지 않고, 한국도로공사 사내근로복지기금이 투자를 끝낸 이후인 2013년 8월 16일경 비로소 미래에셋증권에 환매중단결정 사실을 통지했다.

재판부는 "(원고에 대하여 자본시장법 제46조의 적합성 원칙 준수의무, 제47조의 설명의무, 제49조의 부당권유금지의무 등을 위반한) 피고들은 자본시장법 제48조 제1항, 제64조 제1항, 제185조에 따라 연대하여 원고에게 피고들의 각 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원고는 자기책임의 원칙 아래 투자신탁의 개념이나 투자하는 신탁상품의 내용, 손익구조, 투자위험성 등에 관한 내용을 사전에 정확히 파악하여 신중히 검토한 다음 투자했어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하여 이 사건 각 펀드가 다른 금융투자상품과 달리 미국 생명보험증권에 대한 펀드라는 생소한 투자상품임에도 이에 관한 사전정보 수집 및 관련 규정 검토 등의 절차 없이 만연히 미래에셋대우 직원의 말이나 상품안내서에 의존하여 각 펀드의 수익증권을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특히 원고의 전문투자자 여부와 관련, "어떠한 기금이 법률에 설립근거를 두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0조 제3항 제12호에서 전문투자자로 규정하고 있는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금'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특히 그 기금의 설치 여부가 임의적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며 "원고가 전문투자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기본법 50조, 52조에 따라 한국도로공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설립된 법인인 원고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10조 3항 12호에서 전문투자자로 규정하고 있는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자본시장법은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를 구별하여 전문투자자에 대하여는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등 영업행위 규제의 대부분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 사이에 금융투자계약을 체결할 때 필요한 지식과 경험, 능력 등 그 속성에 차이가 있음을 고려하여, 특히 보호가 필요한 일반투자자에게 한정된 규제자원을 집중함으로써 규제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라며 "위와 같이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를 구별하는 취지와 입법목적, 구별기준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전문투자자의 범위는 자본시장법과 그 시행령에 따라 명백하게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한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어떠한 투자자가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한 전문투자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자본시장법과 그 시행령에서 규정한 전문투자자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