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친구 뺨 때리고 음주운전했어도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형사] "친구 뺨 때리고 음주운전했어도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 기사출고 2021.04.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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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고 사소한 다툼 전혀 없다고 볼 수 없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했던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친구의 뺨을 때리고 음주운전을 한 전력을 근거로 확고한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어릴 때부터 종교 · 봉사에 참여한 점 등을 들어 신념이 진실하다고 인정했다.

현역 입영대상자인 여호와의 증인 신도 A씨는 2016년 11월 9일 '2016년 12월 12일자로 논산시에 있는 육군훈련소로 입영하라'는 광주 · 전남지방병무청장 명의의 현역 입영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유년기부터 여호와의 증인 신앙을 접하며 성장하였고, 고등학생 때인 2012년 12월 침례를 받아 정식으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된 후 꾸준히 집회에 참석하여 왔다. A씨의 형도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병역을 거부하여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기까지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가 A씨가 친구의 뺨을 때리고 음주운전을 한 전력 등을 근거로, "확고한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자 A씨가 항소했다. A씨는 2018년 8월 친구의 뺨을 두 차례 때려 수사를 받았다가 친구가 처벌을 원치 않아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고, 2015년 5월에는 혈중알코올농도 0.091%의 상태에서 화물차를 운전하다가 상대 차량을 들이받아 벌금 500만원의 처벌을 받았다. 

항소심을 맡은 광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김재근 부장판사)는 그러나 4월 8일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2020노427).

재판부는 "피고인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교리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여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해당한다고 보이고, 달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입영거부에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렸을 때부터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부모의 영향을 받아 여호와의 증인 교리를 공부하여 왔고, 2012. 12. 침례를 받아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그 신앙에 따라 생활하기 시작하였다"고 지적하고, "물론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이 가족 등 환경적인 동기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피고인은 친형이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복역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면서도, 스스로 자신의 양심에 따라 친형과 동일한 선택을 하였다는 것은 피고인의 종교적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피고인의 이와 같은 선택은 대법원의 판결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의 입영거부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정받기 이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사회 상황의 변화에 따라 급조된 결정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고인은 침례 이후 정기적으로 여호와의 증인 집회에 참석하고 있고, 그밖에 전도 및 봉사활동 등을 하고 있다.

재판부는 A씨가 친구를 폭행한 범행에 대해,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고 하여 사회 생활에 있어 사소한 다툼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는 점, 피고인이 위 범행으로 인해 여호와의 증인에서 제명되거나 징계를 받은 바는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두루 살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뺨을 때린 사실만으로 피고인에게 폭력적인 성향이 있다거나 여호와의 증인 교리에 반하는 행동이어서 도저히 위 종교의 신도로서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짓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밝혔다. 음주운전 사건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사고 전날 술을 마신 후 아침에 숙취 운전을 한 것이고, 주취 상태와는 별개로 빗길에 미끄러져 발생한 사고였다고 진술하였는데, 여호와의 증인 신도라고 하여 무조건의 '금주'를 강요하고 있다고는 보이지 아니하고, 그 교리에 있어서도 '절주'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이 전날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아침에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의 신앙생활이 병역의무 면제를 위한 수단으로 행해지는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2017. 3. 22. 이 사건으로 기소되어 원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4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일관되게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고, 군과 무관한 민간 대체복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분명히 다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의 학창시절 생활기록부를 살펴보더라도 피고인은 성실한 학생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달리 피고인에게 폭력적인 성향을 인정할 수 있거나 자신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양심을 의심하거나 부정하게 할 만한 특별한 사정 역시 발견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6도10912)을 인용,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에 대해서는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어떠한지,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또는 주로 그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만일 피고인이 개종을 한 것이라면 그 경위와 이유,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이 주요한 판단요소가 될 것이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과 동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으로 복역하는 사례가 반복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적극적인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며 "위와 같은 판단 과정에서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