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교통사고 만취 피해자가 '그냥 가라'고 한다고 현장 떠났어도 물피 뺑소니"
[교통] "교통사고 만취 피해자가 '그냥 가라'고 한다고 현장 떠났어도 물피 뺑소니"
  • 기사출고 2021.04.0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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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법] "만취 상태에서 던지듯이 한 말에 불과"

A(33)씨는 2020년 4월 9일 오후 11시 17분 무렵 K7 승용차를 운전하여 광주 서구에 있는 삼거리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다가 직진하던 B(43)씨의 제네시스 승용차와 부딪히는 사고를 내고도 그대로 달아난 혐의(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즉, 물피 뺑소니)로 기소됐다. 당시 B씨의 차량은 대리운전기사가 운전 중이었으며 이 사고로 수리비 1,110,118원 상당이 들도록 손괴되었다. 

A씨는 재판에서 "제네시스 승용차 차주인 B씨가 '알아서 할 테니 그냥 가라'는 취지로 손짓을 하면서 말을 해서 그곳을 떠났을 뿐, 교통사고 발생 시에 해야 할 조치를 다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광주지법 형사12부(재판장 노재호 부장판사)는 3월 29일 유죄를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2020고합257).

재판부는 "이 사건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교통상의 장해가 발생하였음에도 피고인은 잠시 정차하여 피해차량의 상태를 확인하였을 뿐 이를 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하거나 피해자 측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지 아니한 채 사고 현장을 떠났고, 이로 인하여 피해차량의 운전자가 추격 운전을 할지도 모르는 새로운 교통상의 위험을 야기하였다"고 지적하고, "비록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아, 알았은께 가'라고 말한 것은 사실로 보이나, 이는 피해자가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단편적으로 던지듯이 한 말에 불과하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그러한 말만 듣고 바로 사고 현장을 이탈한 것을 가지고 교통사고 발생 시에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에게 이에 대한 고의가 없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A씨가 업무상 과실로 대리운전기사와 B씨에게 전치 약 2주의 상해를 입히고도 그대로 달아났다며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인피 뺑소니)로도 기소했으나, 재판부는 "검사가 신청하여 조사한 증거들만으로는 교통사고로 말미암아 피해자들에게 형법상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부분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리기사가 입은 상해와 관련, "사고일로부터 5일 뒤인 2020. 4. 14.에야 한방병원에 내원을 하였고, 2020. 4. 14.부터 같은 달 27.까지 총 5회 한방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았으나 침을 맞은 것 외에 다른 검사나 치료를 받지는 않았으며, 진단은 주로 통증이 있다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호소 등에 의존하여 임상적 추정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위 피해자는 사고를 당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매일 대리운전 기사 일을 하였다. 재판부는 또 B씨의 상해 주장과 관련해서도, "4. 10. 오후에 병원에 내원하여 그때부터 4. 13.까지 입원치료를 받았는데, 위 피해자가 호소하는 증상 중 뇌진탕은 외관상 나타나는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고, 두피 타박, 좌측 슬부 타박 역시 저명한 타박흔 등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그럼에도 입원까지 하게 된 것은 위 피해자가 두통,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여 이에 대한 경과 관찰 및 추가 검사를 위한 것이었다"며 "위 피해자는 입원기간 중 주로 물리치료 등을 받았고, 스스로 퇴원을 원하여 4. 13. 오전에 퇴원을 하였는데, 4. 11. 오전 의사 회진 시에는 자리를 비우기도 하였다"고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도 사고후미조치 혐의에 대해선 만장일치로 유죄의견을 냈으나, 도주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무죄의견을 냈다. 양형의견은 벌금 100만원이 2명, 벌금 200만원이 5명이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